영화 <버닝> 후기

by 보통의 기억
common?quality=75&direct=true&src=https%3A%2F%2Fmovie-phinf.pstatic.net%2F20180608_37%2F1528420486668FF4BM_JPEG%2Fmovie_image.jpg 영화 <버닝> 스틸컷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을 보았다. 사실 시놉시스를 보고 옛날부터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 작년에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을 봤는데 생각보다 나에게 와닿는 영화는 아니었다. 비슷한 느낌의 '조커'가 훨씬 나에게 와닿는 작품이었다. 반면에 이 영화는 굉장히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가 생각이 났다. 이 영화가 애초에 하루키의 단편 소설인 '헛간을 태우다'라는 작품을 모티프로 만들었지만, 그 작품을 읽지 않았기에 관련지을 수는 없었다. 작품 속 주인공이 '메타포'를 이야기한 점, 주인공이 실제로 죽였는지 아닌지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점 등에서 해변의 카프카를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영화는 생각보다 친절했다. 꽤나 초장부터 '메타포'에 대해 언급을 해줌으로서, 관객들이 영화를 감상하며 계속해서 그 의미를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나같은 '영알못'은 무엇이 어떤 것을 상징하고, 또 어떤 것이 맥거핀인지 알아차리기 힘들긴 하지만 그것 나름대로 영화를 감상하는 방법이 될 수 있게 도와줬다고 생각한다. 혜미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우물은 진짜 있었는지에 대해 관객들이 스스로 고민하고 그것이 영화에서 보여진 여러가지 요소들에 의한 추론이라면 그 추론의 결과가 무엇이든 상관없을 것이다. 메타포를 활용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그것을 유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독이 생각한 원관념이 따로 있을지라도 우리는 우리가 바라본 보조관념을 통해 설득력 있는 원관념을 출력할 수 있다면, 실제 원관념이 무엇인지는 상관없다. 이는 영화에 등장하는 '마임'과도 같다. 혜미는 마임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있다고 믿는 것'이 아닌 '없다는 사실을 잊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반대로 우리는 영화에서 등장했던 여러 상징적인 요소들이 실제 '원관념'이 있다는 것을 잊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의 해석이 마임처럼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종수의 선택에도 반영되어 있다. 사라진 혜미와 벤에 대해서 종수가 실제적으로 관찰한 것은 혜미의 것으로 보이는 시계와, 보일이라고 추정되는 고양이 뿐이다. 글을 쓰고 싶지만 무엇을 써야할지 모르고, 자신이 찾는 것이 혜미인지, 비닐하우스인지 조차 구별하지 못하지만 결국 자신의 믿음에 따라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고 완성했다.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정확하 파악하는 것 보다 그것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석하길 바라는 감독의 의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더 확장하여 영화가 아닌 삶에 대한 관점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다. 영화 초장 부분에 리틀헝거와 그레잇헝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레잇헝거는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이라고 하는데 이는 관객들을 상징한다. 이 영화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관객들이 곧 그레잇 헝거가 된다. 더 나아가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의 본 의미 보다는 자신의 믿음대로 행동하는 것의 필요성을 역설하게 된다. 그렇기에 이 영화를 미스터리로 만든 것이다. 우리가 반드시 하나의 답을 가져가야 한다면 그것은 해석의 영역이 아닌 믿음의 영역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이 영화에 대한 것이든, 삶에 대한 것이든. 그렇기에 이 영화 자체가 하나의 메타포이고, 우리의 삶 또한 메타포이며, 그 메타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건 우리 스스로에게 달려있는 것이다.


메타포에 대한 해석을 떠나, 줄거리적인 면에서는 '종수'라는 인물에 감정이입이 꽤나 많이 됐다. 감독의 전작 '박하사탕'에서는 사실 주인공에게 공감하기가 어려웠는데 이 영화에서는 20대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함으로써 조금 더 나에게 와닿았던 것 같다. 분명 영화는 종수의 관점에서 그려지고 있지만 중반까지도 종수는 상황 속의 주체가 아닌 객체였고 그러한 종수의 감정이 배우 유아인의 연기에서 잘 드러났다. 그 자체로도 방황이고 수수께끼이며 20대의 삶이다. 그렇기에 나에게 꽤나 와닿는 영화였다. 생각할 거리도 많고 공감할 부분도 많은 오랜만에 본 재밌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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