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주변의 소음에 귀를 기울여도 좋을 순간.
어느덧 여름이 온 듯한 날씨다.
장마라도 온 듯 하루 종일 흐리다가
날이 어두워지자 구름은 비를 뿌려댔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지만
유독 하늘이 맑은 날이었기에
당연하게 비가 안 올 줄 알았다.
우산을 챙기지 않아
홀딱 비를 맞으며 집까지 걸어왔다.
하필 신었던 흰 운동화는
빗물에 쉽게 더러워졌고
축축해져 기분이 좋지 않았다.
늘 귀에 꽂혀있던 무선 이어폰이 없으니
나뭇잎을 간지럽히는 빗소리가 들려왔다.
우산을 두고 온 딸을 위해
마중을 나가고 있다는
모녀의 다정한 통화도 들을 수 있었다.
가끔은 음악이 아닌
일상에서 들리는,
바깥에서만 들을 수 있는
주변의 소리에 귀 기울여도 괜찮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