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가는데로 갈 줄 알았으나 나에겐 그 길이 열리지 않았다. 좌절했다.
국내에서 박사급 인력채용은 공채 말고도 통로가 열린다. 바로 수시채용.
회사마다 운영방식은 다 다를테지만, 내가 다니는 회사는 경력채용 (신입박사) 유형이 있다. 즉 첫 회사여도 신입 공채와 다르게 경력 프로세스를 탄다는 의미.
(주: 친구를 보니 포닥은 다르게 관리하는 듯 하다. 신입박사가 아닌 그냥 경력채용으로.)
박사 후보 (쉽게 말해 박사생)가 되면 회사들에서 메일이 온다. "관심 있으니 CV 좀 줄래?"
혹은 학교에 채용설명회 오면 인사담당자와 메일주소를 교환한 후 채용 프로세스가 진행된다거나...
즉 박사 후보생 입장에서 채용을 진행하게 되면 수시채용으로 바뀌고, 먼저 연락이 오기도 한다.
다르게 말하면 그만큼 박사 채용 수요가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산학담당자도 같이 리쿠르팅 겸 미팅을 가기도 한다. 어떻게 아냐구요? 나도 알고 싶지 않았어요..)
큰 회사는 사업부 별로 HR을 따로 운영하기 때문에 같은 회사여도 여러 사업부에서 메일이 오기 마련이다.
내 기억으론 나도 세 개 사업부 정도였던듯..
비록 여러 회사, 여러 사업부에서 메일이 온다고 해도, 연구실이 완전 신생이 아닌 이상 보통 많이 가는 사업부가 있기 마련이다.
내가 졸업한 연구실도 그런 사업부가 있었다. 선배들이 쭈욱 길을 닦아놨고, 채용담당자도 학생들과 서로 아는 수준..의 탄탄대로 (?)로 보이는 길.
나도 학생 땐 내가 그 사업부에서 일할 줄 알았다. 면접을 보기 전까지는....
전화로 스크리닝 면접을 먼저 봤는데, 내 논문은 다 읽어봤으니 설명은 안 해도 된다는 말과 함께 질문이 이어졌다.
대답은 그리 나쁘진 않았던것 같은데, 문제는 서로 원하는 레이어가 서로 달랐다는 것.
해당 사업부는 로우레벨 (하드웨어에 더 가까운), 나는 하이레벨 (소프트웨어, 그것도 윗단에 가까운)을 원해서.. 결국 그 때 채용프로세스는 전화 면접에서 결렬되었다.
연구실 선후배 (석사만 하기도 하니 먼저 졸업한 후배들이 있음)들은 다들 잘만 가던데... 나는 왜 이렇게 까여야 되나 하며 기분이 우울했었다.
지금 돌아보면 나는 연구실에서 '가지 않은 길' 역할이었기 때문에, 아마 그 사업부에서도 "얜 좀 우리가 원하던 애가 아닌데" 싶었을 거다.
근데 갈만한 다른 사업부는 채용을 잘 안 하고.. (지나고 나서 이야기지만, 지금 입사한 곳 채용이 다 끝나고 나니 뒤늦게 제안 메일이 왔었다... 타이밍이라는 거는 참 묘하다는 생각.)
그 외의 남은 사업부들은 관련이 없거나 접점이 없었으므로.. 나는 요 회사를 갈 일이 없겠구나 했다.
나는어쩌다컴공을전공했는가 시리즈에서 썼듯이, 나는 그 당시 박사졸업준비에 온 힘을 쏟아야 했다.
그래서 우울할 틈도 없이, 그렇게 취업은 머리 속에서 잠시 잊혀진 존재가 되었다.
[스레드에서 작성한 나는 어쩌다 이 회사에 들어왔는가 1-3편을 내용 추가하고 다듬어서 게시하였습니다.]
- 스레드 1편: https://www.threads.net/@jamongcoffee/post/DA4fXlIoZ7C
- 스레드 2편: https://www.threads.net/@jamongcoffee/post/DA4hhhSIFB_
- 스레드 3편: https://www.threads.net/@jamongcoffee/post/DA4i1ZHI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