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잼사주 브런치|기초 ⑩

제10강. 사주는 균형이다 – 오행의 편중과 ‘관계’의 감각

by zokzebi

사주 공부를 조금만 해보면

‘이건 분명 뭔가 빠져 있다’거나

‘한쪽으로 너무 몰려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게 바로 오행의 편중이다.

목화토금수 다섯 가지 기운이

어떤 사람에게는 너무 많고,

어떤 사람에게는 아예 없기도 하다.


근데 여기서 중요한 건,

“많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없다고 나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사주의 귀함은 절충에 있고, 이성은 중도에 있다.”

한 스승의 말이다.

그리고 이건, 사주라는 학문을 관통하는 핵심이다.

우리는 흔히 ‘강한 사주가 좋다’고 말하지만,

사주는 원래부터

‘불편의(不偏倚)’와 ‘정균(精均)’을 이상으로 삼는다.

편중은 곧 불균형이다.

그리고 이 불균형을 조절해주는 기운이 있다.

바로 용신(用神).

사주의 구조 속에서 가장 필요한,

균형을 잡아주는 에너지.

그게 용신이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까?”

예를 들어, 목(木) 기운이 너무 많은 사주가 있다고 해보자.

처음엔 “오, 나무 기운이 풍부하네?”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게 마치 명절 고속도로처럼 막혀버린다면?


자동차는 편리하고 빠른 이동 수단이지만

너무 많으면 오히려 정체된다.

목이 너무 많아지면,

그 안에서 ‘목다움’이 흐트러진다.


또 다른 예로,

이력서에 30개의 회사를 적은 사람을 떠올려보자.

많은 경험이 오히려 전문성을 흐릴 수도 있다.

사주에서도 마찬가지다.

너무 많은 기운은 결국, 없는 것과 비슷한 혼란을 만든다.


“많은 기운은 써야 한다. 안 그러면 정체된다.”

목이 많다면, 그 기운을 흘려보낼 출구가 필요하다.

발산하거나, 다른 오행과 균형을 이루도록 흘려야 한다.

예를 들어 토(土)나 금(金) 기운이 함께 있어

목을 제어해주면 균형이 맞춰진다.

이건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사주를 구조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즉, 어떤 기운이 너무 많다면

그 기운을 ‘잘 쓰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

그게 사주를 공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행은 관계다. 그리고 사주는 그 관계를 읽는 도구다.”

토(土) 기운이 너무 많은 사주를 보자.

토는 위장, 장기, 소화기관과 관련된다.

그래서 보통 “토가 많으면 위장 안 좋다”는 얘기를 쉽게 한다.

하지만 사주는 그렇게 간단하게 떨어지지 않는다.


더 중요한 건 관계다.


토가 수(水)를 제어하고,

금(金)을 도와주고,

목(木)에게 제어당하고,

화(火)에게 힘을 받는다.


그러니 토가 많다고 해서 위장만 생각하면

사주 안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관계’를 놓치게 된다.

예를 들어, 강한 토가 수를 지나치게 제어하면

수 기운은 더 약해지고,

그건 곧 신장, 방광, 감정과 관련된 에너지의 위축을 의미할 수도 있다.


사주는 관계의 학문이다.

기운과 기운 사이에 어떤 흐름이 일어나고,

그 흐름이 어디서 막히거나 넘치는지를 보는 게 핵심이다.


우리는 서양 교육에 익숙하다. 그래서 관계를 놓치기 쉽다.

우리는 보통 1대 1로 딱 떨어지는 구조에 익숙하다.

하지만 사주는 그렇지 않다.

어떤 기운이 많다고 해서 바로 그 장기나 감정에 대응되는 게 아니라,

그것이 다른 기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읽어야 한다.


서양은 개체를 분석하고,

동양은 관계를 본다.


이 차이를 이해해야

사주도 ‘분석’이 아니라 ‘이해’의 도구가 된다.


그래서, 사주를 볼 때 가장 중요한 건 ‘균형’이다.

지금 내 사주는 어떤 기운이 넘치고,

어떤 기운이 부족한가?


그 기운들은 서로 어떻게 돕고,

어떻게 상처를 주고 있는가?


그 균형을 맞추는 기운이

내 사주의 ‘용신’이고,

그 용신은 결국,

삶의 균형을 회복하는 실마리가 된다.


그러니까 사주를 공부한다는 건,

인생의 ‘불균형’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나다운 중심을 세우는 연습이다.


10강까지 잘 따라온 나에게,

조금은 칭찬을 건네도 좋겠다.

사주는 쉽지 않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언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잼사주 브런치|기초 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