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의 시대

나는 나의 중독을 얼마만큼 인지하고 있나?

by 잠실섹시

바야흐로 중독의 시대이다.

우리가 '중독'을 떠올리면 연상되는 것들 (술, 담배, 마약, 등)에 대해 본인과의 관련성을 부정하는 대다수의 사람들. 그러나 그 삶 속을 들여다보면 여지없이 마주하게 되는 중독의 흔적들.


시도때도 없이 소비되는 미디어 매체. 내가 선택한 정보, 그 선택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생산되는 컨텐츠들. 내가 선택한 속도, 그리고 매체. 길어봐야 5분 내로 내가 원하는 모든 정보가 수집된다. 내 의견에 부합하는 정보만 수집한다. 진위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한 도구로만 소비한다.

이견을 마주하기를 거부한다. 취사선택된 정보의 울타리에만 있으면 된다. 알고리즘은 나만의 정답만 노출시켜준다. 정답과 오답이 명확한 세상.


어느 뇌 과학자의 말에 의하면, 많은 사람들이 도박에 중독되는 이유는 빠르고 명쾌한 결과 때문이라고 한다. 길어봐야 수십초내로 확인할 수 있는 성공과 실패 여부. 인생이라는 불확실한 여정에서 명쾌하고 빠른 결과를 보상하는 매체는 무서운 중독성을 유발할 만하다. 눈과 귀를 닫은 편리성에 중독된 세대. 몇번의 검색만하면 세기를 거듭하며 누적된 정보가 요약되니까. 요약도 나름이다. 내가 선택한, 내 세계관에 부합하는 사람에 의해 요약된 것만 소비한다. 복잡하고 불편한건 딱 질색이다. '그래서 결론이 뭔데?'


빠름과 쉬움에 중독되면 느림과 어려움에 부작용만 인지하게 된다. 이러한 골조는 결과지연을 미련함으로 치부한다. 그래서 노력은 이상한 방향으로 치닫는다. 손쉽게 얻어낸 결과 위주의 정보로 재편집된 얄팍한 지식을 바탕으로 자율성과 익명성이 보장된 인터넷 세상에서 내가 만들어낸 완벽한 형태의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 옛 말로 페르소나, 요즘 말로 멀티버스라는 허울 좋은 도구가 있다. 이렇게 우리는 SNS에, 좋아요에, 팔로워에 중독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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