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처럼 가벼운, 사무치게 외로운, 끔찍이 고통스러운, 죽음은 두려운
깃털처럼 가벼운
축복속에 태어난다. 나서부터 사랑을 받는다. 사랑받는 일은 당연한 것이다.
존재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며, 존재만으로 존중을 받는다. 인간은, 아니 나는 존엄하다.
마치 자판기 누르듯 필요에 따른 모든 것들이 주어진다. 챙김을 받고, 챙김이 누락되면 짜증을 낸다. 내 탓이 아니다. 사과를 받는다. 그렇게 나를 이루는 모든 것은 당연한 것들이 된다.
성장할수록 나의 사회영역은 확대된다. 친구가 생긴다. 집단이 생긴다. 비교를 시작한다. 질서가 생기며 계급 사회가 생긴다. 우월함을 동경한다. 욕심이 커져간다. 쉽게 얻어냈던 기억이 있다. 요구한다. 거절 당한다. 이제는 꾸지람을 듣는다. 여전히 내 잘못이 아니다. 나를 문제삼는 모든 타인을 '꼰대'라는 명칭으로 뭉뚱그려 비웃는다.
시간이 흐른다. 필요한 것, 원하는 것에는 조건이 따른 다는 것을 학습한다. 분하다. 원하던 모든 것들이 손쉽게 얻어졌는데 가치관에 혼란이 온다. 편법은 없을까, 쉬운 길은 없을까 고민한다. 포기하거나, 체념하거나, 동경하거나, 혹은 비난한다.
재능을 발견한다. 얕은 노력으로도 찬사를 받는다. 얄팍한 자존감을 형성한다. 롤모델이 생긴다. '노력하면 누구나 될 수 있어요' 희망을 갖는다. '열심히' 한다. 이따금씩 현실에 부딫힌다. 자존감을 위협받는다. 분노한다. 자존심을 부린다. 문득 현실이 보인다. 자각하기 싫다. 그러나 자각된다. 내 '열심히'가 의심되지만 들여다 보지 않는다.
'열심히'는 시간의 총량이다. 질은 중요하지 않다. 10시간의 독서실, 과목별 형형색색의 노트정리, 인강듣기, 문제집 10권 풀기. 기억은 최선을 다했던 짧디 짧은 단편적 순간만 편집되어 기록된다. 일탈을 한다. 친구들과 조우하여 술도 마신다. 열심히 했으니까 마셔도 된다. 10시간을, 12시간을, 손이 아프게, 귀가 아프게 '노력'했으니 이정도는 괜찮다.
결과를 마주한다. 허탈하다. 스스로 찔리기도 하다. 재능에 의심보단 노력의 과정에 영위하지 못한 것들을 탓한다.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어른들의 조언을 취사 선택하여 진학한다. 그리고 어른이 된다. 자유를 누린다. 억압 받는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에 대한 자유를 얻는다. 책임의 무게보단 혜택에 집중한다. 나는 당당하고 멋진 어른이다. SNS의 저 사람보다 더 멋져질 수 있다. 후지게 살 자신이 없다. 언젠가 꼭 증명해낼 것이라는 상상에 사로잡혀 들뜬 마음으로 시간을 보낸다.
시간이 흐를수록 현실에 부딫힌다. 온갖 화려함으로 중무장한 사람들이 즐비한 저 곳과 내 삶의 현실은 왜 이렇게 다를까? 쟤보다 내가 나은데.. 화도 난다. 억울함을 호소한다. 나대고 싶진 않다. 알아서 인정해줬으면, 사랑해줬으면 좋겠다. 자존심 상한다. 나는 존엄하기 때문이다. SNS에 떠다니는 문구들에 공감한다. 메세지의 본질을 취사선택 한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 나는 다 알고 있다. 나는 쟤들과 다르다' 조금으로 시작된 자존심 부리기와 위선에 점철되어 간다. 변하는 것은 없다. 나는 왜 타인과 달라질 수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