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삶 - 3

33살의 인생, 이거 맞냐.

by 잠실섹시

나는 빠른 92년 생이다. 91년 생들과 학교를 같이 다녔고, 6년의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래서 92년생들과 친구가 되어 고등학교를 다니며 졸업했다. 그리고 다시 사회에 나와서는 91년생들과 친구가 되었다. 그야말로 족보 브레이커 그 자체이다.


족보를 무너뜨리건, 91년으로 치건, 92년으로 치건, 그놈의 만나이로 나이를 계산하건 말건, 나는 늘 91년생으로 내 나이를 계산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나에게 나는 언제나 그래왔듯 33살이고, 현실적으로 내가 놓인 위치를 파악하고는 한다. 나는 양띠이며, 30대 중반이다. 그런데도 아직도 미래의 커리어와 방향성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가장이 되어 자녀가 있을 나이인데, 아직도 나는 20대때의 불안감에서 다소 벗어나지도 못했다.


어렸을때 '33살'이라는 숫자를 들으면 아저씨라고 생각했다. 인생의 방향이 확실히 고정이 되어 있으며, 풍파에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다. 늘 현명한 선택을 할 것 같았고, 인생에 실수를 하더라도 크게 아쉬워 하지 않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할 줄 아는 지혜와 내공이 탑재된 나이 이니까. 싸구려를 취하지 않고 현명하게 계산하여 좋은 것을 취한다. 싸구려 음식을 먹을바에 제대로 된 것을 취하기 위해 몇푼 더 쓰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현명하게 음주생활을 즐기는 나이. 내공과 무게감이 느껴지는 나이. 33살이라는 숫자는 나에게 그렇게 느껴졌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그때 느꼈던 나와의 모습과 동일한가 라는 질문에 선뜻 대답이 망설여진다.

여전히 나는 인생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을 거듭한다. 커리어랍시고 쌓아둔 모든 경력들이 너무 허접하게 느껴지고, 내일 당장 내 직장을 모두 잃는다고 해도 이상할게 없다고 여겨진다. 포트폴리오랍시고 쌓아둔 모든 경력 사항들. 그럴듯하게 포장은 할 수 있을지언정 질적으로 내 커리어에 대한 확신이 도무지 서질 않는다. 누구나 이정도는 하지 않을까?


풍파에 크게 흔들리지 않느냐고? 매일이 전쟁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름대로 사회에서 인정받은 '커리어' 덕분에 갖게된 직책은 어렸을 적 그렇게 멋있어 보였는데 지금 이 시점에는 하등 쓸모가 없다. 직책이 주는 중압감 때문에 늘 갖은 기싸움에 시달리고, 직책이 주는 책임감 때문에 늘 신음한다. 풍파에 흔들리지 않느냐고? 시간이 흐르면서 얄팍한 처세술만 늘어 흔들리지 않아 보이는 법만 어설프게 탑재했을 뿐 여전히 전쟁같은 일정을 마치고 귀가하여 머리를 감으며 '아우 그때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라는 생각에 괴성을 지르며 애꿎은 두피를 혹사시킨다.


현명한 선택은 개뿔. 되려 그때랑 다를 것 없는 충동성에 개미오줌만큼 늘어난 수입 덕분에 충동구매만 늘어났다. '날 위해 이정도는 쓸 수 있지' '아 이딴거 고민할 시간이 어딨어 그냥 적당한거 아무거나 사자' '제일 비싼게 제일 좋은거다' 등 생활 속에서 얻은 얄팍한 지혜와 어디서 귀동냥으로 주워들은 메세지들이 제멋대로 짬뽕되어 지출만 늘어났고 통장잔고가 변변찮은건 여전하다. 그것도 뭐 지혜라면 지혜라고 볼 수 있나? 중복투자가 주는 미련함을 통찰한 것이긴 하니까. 싸구려 안주와 음주 습관? 싸구려를 취하지 않고 현명하게 계산한다고? 귀찮으니까 그냥 적당히 좋은걸 선택할 뿐이다. 술을 마신다는 선택 자체가 굉장한 결심이다. 술을 먹으면 다음날의 피로를 감수해야 하는데, 그런 감수를 할 것이라면 스스로 상을 주는 차원에서 맛있는 음식을 취하는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선 그렇게 잘들 멋지게 계산들 하는데 나는 곧 죽어도 뿜빠이 한다. 카카오 페이 만세.


내공과 무게감이 느껴진다라. 여전히 친구들과 싼마이같은 말투로 낄낄대며 시덥잖은 말장난을 한다. 고민의 밀도가 조금 달라질 수 있을지언정, 여전히 같은 고민을 하고 그 때문에 신음한다. 성공 유튜브, 열정에 기름붓는 SNS를 보면 정신 바짝 차리고 앞날을 위해 불태워야 하는 것은 틀림이 없는데, 뭐가 이렇게 될듯 안되는지. 인스타그램 속 20대 초반의 예쁘고 멋진 젊은이들의 경제력은 정말이지 말이 턱턱 막히는 수준인데, 30대 중반의 나는 아직도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잔돈 3천원 덜 내겠다고 목숨을 건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다니.


물론 보여주고 싶은 것들만 취사선택하여 보여주는 세대라곤 하지만,

나와 너무 동떨어진 요즘의 인생들을 볼때면, 도대체 나는 뭘하고 있는지 내 인생이 심각하게 걱정이 되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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