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삶 - 11
나는 도파민 중독이 질병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유퀴즈에 도박 중독치료 권위자가 나온 편을 보게 되었다.
요즘 화제의 주제인 도파민 중독 관련, 숏폼 콘텐츠를 필두로 화두 되는 SNS 중독에 대해 그는 도파민을 추구하는 행위가 질병으로 정의될 수는 없다며 일종의 사회현상이라고 했다. 정신의학적으로 어떤 행동 패턴을 질병으로 구분 짓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느냐가 기준점이 된다며 특정 매체를 소비하는 총량 만으로는 질병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내 생각은 좀 다르다. 그는 도박 중독치료 전문가이다. 그가 주로 마주하는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500억을 도박으로 탕진한 사람부터 미치광이 마약중독자까지 증상이 상당히 심각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런 중증 환자를 다루던 사람에게 '도파민 중독'은 애교 수준에 불과할 테니 이것을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고 여겨졌다. 의사는 치료를 하는 사람이니 아직까지 발병하지 않은 문제들에 대해 과하게 경각심을 갖는 것이 되려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고, 그리고 그 피로감과 의식적인 행위자체가 되려 그 행동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당장에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그의 접근도 충분히 납득 가능하다.
나는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할애한다. 특별히 볼 것이 없는데도 계속해서 인스타그램 속 콘텐츠들을 지속적으로 소비한다. 해야 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와중에도 쉽사리 집중하지 못하고 한 번씩 두 플랫폼의 콘텐츠들을 소비하곤 한다. 밥을 먹을 때 화장실에 갈 때 휴대폰 없이 가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 정도를 보면 크리티컬 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할 일들을 아예 못하는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될 일들의 총량이 하루 안에 충분히 끝낼 수 있는 수준의 총량임에도 다 맺지 못한 원인을 찾아 하루를 돌아보면 늘 멍청하게 낭비된 시간의 많은 부분이 SNS 콘텐츠 소비에서 기인한다고 확신한다.
그런 맥락에서 나는 '도파민 중독'은 단순한 사회 '현상'을 넘어 '이슈'로 구분 지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뇌과학자인 우리 누나의 말에 따르면 원래 세대를 거듭할수록 새로운 세대의 지능은 이전 세대보다 높은 값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특정 세대를 기점으로 지능이 낮아지기 시작했다고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당시에 또 다른 방송에서 정재승 교수는 다른 의견을 냈다. 정보를 학습하고 암기해야만 했던 지난 세대의 뇌 활성도와 빠르게 원하는 정보를 효율적인 방식으로 찾아내는 스킬을 비교했을 때 지능적인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며 요즘 세대의 지능저하에 대한 의심을 일축했다.
그래서 집중력 저하와 경조증 증상이 도드라지는 현세대를 보다 긍정적으로 또 거시적으로 분석했을 때 이 과정을 일종의 진화과정으로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우리가 문제 삼고 있는 이러한 사회현상들이 사실 일종의 인류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일종의 성장통이 아닐까 하는 생각.
그럼에도 나는 도파민 중독은 위험하다고 결론지었다. 도파민 중독에서 기인한 집중력 저하는 실제로 크게 문제 삼을 이유들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보는데 그중 첫 번째는 번아웃, 즉 우울증에 노출되기 십상이고 두 번째로는 사회의 붕괴라고 본다.
도파민 중독은 번아웃과 우울증을 불러일으킨다.
석가모니는 삶은 원래 고통이라고 말했다. 알베르 까뮈는 삶이 부조리하다고 말했다. 삶의 원형은 원래 고통이다. 산다는 것은 존재하기 위해 끊임없이 몸부림치는 행위이다. 몸부림은 곧 집중이다. 그러한 행위 (집중)를 거듭한 끝에 한 번씩 맞닥뜨리는 행복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우리 삶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장기적인 목표를 토대로 단기 목표를 설정하고 노력하며 달성하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한데, 이 또한 고통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 우리 삶은 고통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래서 늘 고통과 위기를 맞닥뜨리며 도전적인 삶을 살아낼 때 우리는 인간으로서 온전할 수 있다.
SNS와 숏폼 콘텐츠는 이러한 삶의 고통에서 도망치기 위한 수단이다. 부지런히 노력하고 애쓰지 않아도 우리가 몸부림 끝에 얻을 수 있는 행복 호르몬을 아주 빠르게, 아주 효과적으로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망각의 끝은 파멸이다. 현실을 명확하게 직시하고 주어진 현실 가운데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들여다봐야 하는 '고통스러운' 작업에 대한, 즉 삶에 대한 책임감을 잊게 만든다. 종국에 마주하는 망가진 현실을 마주할 때, 또는 껍데기만 쫓았던 지난 삶의 행적을 돌아보며 아주 빠르게 충족되었던 호르몬 작용만큼이나 아주 빠르게 우울 호르몬에게 뇌를 지배당한다. 우울증 뿐만 아니라 번아웃에 노출되기도 십상이다. 번아웃은 너무 많은 일을 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데에서 시작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잘하는 일에 대해 스스로를 알아갈 기회가 박탈당한 현대 사회. 내가 원하는 것보다 사회적으로 보이는 것이 중요하니 애꿎은데 애를 쓰는 것이다. 그렇게 도파민 중독은 우울증과 번아웃에 우리를 노출시킨다.
두 번째로 사회의 붕괴이다.
숏폼 콘텐츠는 말 그대로 짧다. 짧고 빠르게 원하는, 필요한 정보를 공급한다. 우리는 이것을 효율적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콘텐츠들을 비효율적이라고 여긴다. 하루 만에 ~~ 마스터하기, 50부작 드라마 30분 만에 몰아보기, 3개월 만에 월 1000만 원 만들기, 영 앤 리치. 숏폼이 아닌 일반적인 긴 영상시청을 할 때에는 1.25 배속은 기본이다. 게다가 알고리즘이라는 편리성, 즉 내 취향에 맞게 편성된 나만의 세계관을 확장시키기 최적화된 이 무서운 시스템은 나와는 다른 것들을 허락하지 않는다. 온갖 커뮤니티 SNS 유튜브에 범벅된 이러한 효율주의 현상은 인간 사회를 병들게 만들 수밖에 없다. 나와의 다름은 곧 싸움의 시작이 된다. 요즘의 PC 주의가 바로 그것으로 볼 수 있다. 효율주의 때문에 우리는 점점 더 참을성이 없어지고, 공격적이고, 남들을 욕하고 문제 삼고 비판하기 바빠지는 현대 사회 현상의 기저에는 도파민 중독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미 우리 삶에 너무 크게 자리를 차지하는 이 플랫폼들 앞에 속수무책일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것을 인류의 진화 과정으로 여길 것인가, 아니면 해당 콘텐츠들을 보이콧하며 보수적인, 나쁘게 말하면 꼰대 같은 태도로 남은 삶을 수도승처럼 살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우리 인류는 어떠한 형태로 나아가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