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포기하지 말란 말입니다.
나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좋아한다.
7편을 거듭한 시리즈물로, 2025년에는 8번째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이 영화는 그야말로 빈틈없는 액션물이다. 히어로 시리즈 물 특성상 이 정도 회차를 거듭했으면 질려도 한참 전에 질렸을 법 한데 어찌나 사람을 숨 막히게 하는 위기를 그리도 섬세하게 캐치해 내는지, 영화 시작과 동시에 떨기 시작한 다리와 참기 시작한 호흡은 영화 끝에 이르러서야 안도와 함께 제자리로 돌아오곤 한다.
어젯밤에 그 서사의 6번째 시리즈를 봤다. (아직 7편을 못 봐서 행복하다.) 지독하게 피곤해서 적당히 보다가 자려고 했으나 웬걸, 1캔만 먹고 자려했는데 남은 맥주 3캔을 꼬박 다 마시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느라 중간에 멈추고 다시 보길 거듭하다가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시청을 마치고 잠잘 준비를 했다.
바로 잠에 들었을 리가. 숨 막히는 영화 시청을 마치고 어찌 바로 잠에 들 수 있으랴.
한참을 누워 3시간에 가까운 이 영화의 러닝타임동안, 아니 10년 가까이 지속된 이 시리즈 물이 나를 매료시킨 이유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사실 나는 이제 꽤나 현실적인 생각을 할 줄 아는 어른으로, 적절한 냉소는 현재 내 사회적 지위에서 필수적으로 작용하는 무기 중 하나인데 매 시리즈마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주인공의 '네버다이' 서사에 빠져드는 것은 조금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훼손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선 명분이 필요하다. 몇 분의 고민 끝에 내린 이 영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의 사명감, 그것에서 기인한 그야말로 진절머리가 날 정도의 끈질긴 집념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직업의식이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 '왜?'가 분명한 사람.
왜냐하면 우리 사회는 필연적으로 직업의식을 비웃기 좋은 구조이고, 삶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낭만을 좌절시키기 좋은 것들 투성이기 때문이다. 열심은 늘 최고로 이어지지 않고,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평행선을 이룰 수 없으며, 대의를 위해서는 당위적으로 소수의 희생이 따른다. 그래서 우리는 삶을 거듭할수록 '적당히 열심히'를 삶의 지혜로 탑재하여 삶을 영위한다. 그 삶에서 비롯된 삶의 온도는 늘 애매하게 뜨뜻미지근할 뿐이다. 뭐 사실 그 삶이 틀렸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그래서 나는 언제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열심, 열정, 낭만' 등을 탐닉한다. 나도 한때는 마음 한편에 뜨거운 응어리가 있었던 것 같았는데 어느새 잃어버린듯한 그 태도가 타인에게 보일 때 감동한다. 그래서 직업의식이 있는 사람, 즉 사명감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데 영화의 주인공 '에단'은 정말 지독한 사명감이 있는 사람이다.
그의 지독한 사명감 때문에 그는 지난 시리즈에서 은퇴를 했음에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이뤘음에도, 그는 목숨을 건 임무를 수행한다. 임무 속의 임무를, 또 그 임무 속의 임무를 끝도 없이 수행한다. 건물 위를, 사이를 전력으로 뛰어다니며 매달리고, 붙잡고, 맞고, 때리고, 떨어지고, 부딪히며 목숨을 건 미션을 쉼 없이 수행한다. 그 과정에서 한 번씩, 아니 매번 적군에 의해 심지어는 아군에게 배신당하며 좌절할 법도 한데 그는 끝끝내 끈질기게 그의 정의이자 임무를 수행해 낸다.
나는 2년 전에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을 시작하기 앞서 마음가짐을 처녀 출전했던 보디빌딩 시합 때만큼만 하자고 다짐했다. 하루 3시간을 자며 투잡을 뛰었고, 그 와중에 하루 3번 운동을 했다. 매일 10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며 살았던 그때만큼만 한다면 뭐든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사업과 보디빌딩은 달랐다. 정해진 루틴과 일정만 소거해 나가면 되는 게 아니었다. 늘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고, 이 위기를 극복하면 저 위기가 들이닥쳤다. '아니 이게 문제가 된다고?' 싶은 것들이 매일같이 쏟아졌고 그 과정에서 몇 번을 좌절했는지 가늠하기도 힘들다.
그렇게 2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 과정에서 단련이 되어 멘털을 잘 유지하느냐? 전혀 그렇지 않다.
되려 포기가 더 빨라졌다. 더 큰 선택을 고민하기 위해 작은 선택들을 등한시하기 시작했고, 큰 고민이 필요할 때는 결정을 미루었다. 그리고 미룬 만큼 발생되는 피해가 쌓이며 작용하던 엄청난 불안과 부담은 이제 내 삶의 일부가 된 듯 그러려니 하는 태도가 되었다. 쉽게 말해 '아몰랑~'하는 태도가 늘었다. 나보다 먼저 사업을 시작한 몇몇의 선배들은 오히려 이제야 사업하는 사람답다며 칭찬을 하기도 했다. 그런가 보다 싶던 찰나에 맞닥뜨린 6편의 에단 호크, 그의 임무를 향한 집념에 나는 다시 내 태도를 점검해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지난 몇 년간 발생되었던 크고 작은 이슈들 가운데 나는 분명히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놈의 '레버리지'랍시고 불필요한 지출을 도모했다. 충분히 고민하면 해결할 수 있었던 작은 문제들을 포기하며 피해를 입었다. 에단 호크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현실적인 삶을 산답시고 등한시했던 작은 포기와 관망이 누적된 현재의 나는 진짜 어른이 된 것일까? 나는 열정과 패기로 가득했던 10대 때 내가 존경했던 어른의 모습이 과연 맞을까? 대답이 망설여진다면 앞으로의 나는 절대로 포기를 현실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지로 덮어 싸는 습관에서 벗어나야만 할 테다. 삶은 늘 위기의 연속이고 세상의 모든 존재들은 작은 것으로 구성된 개체들이니 작고 사소한 것 하나하나 포기하지 않는 집념으로 열심히 살다 보면 세상을 구하는 에단호크는 못되더라도 내 몸 하나, 더 나아가 내 가정 정도는 지킬 수 있는 슈퍼맨 같은 아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마치 우리 아빠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