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성 1주년 기념 이모저모
몰랐는데 브런치를 쓴지 1년하고도 1달 좀 넘게 지났네요.
못해도 일주일에 한번은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실천에 옮긴게 얼마 안되었다고 생각했는데,
1년이 넘었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사실 뭐 거창한 목적을 가지고 시작한건 아니지만 첫번째 브런치에서 작성했던대로, 사랑하는 외할머니와의 약속 아닌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글쓰기의 물꼬를 텄습니다. 어려서부터 글 쓰는 것에 대한 큰 저항감이 없었고 글을 쓰면서 지난 일주일간의 chaotic 한 생각들이 연결되어 정돈되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일주일 중 유일하게 안식하는 일요일마저 뭔가를 해야한다는 압박이 들어 때로는 얕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건강한 취미를 영위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강박적인 목적의식이 없으면 그에 부합하는 낭만도 없으니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애를 쓴지 1년이 지났네요. 짝짝짝. 잠실섹시 칭찬해~
몇주 전부터 이어진 약속들의 행렬과 더불어 해야할 일들이 켜켜이 쌓인 크리티컬한 업무들도 딜레이가 되는 마당에 브런치는 마음의 짐이 되었습니다. 지난주는 일주일동안 25시간도 못자고 일하느라 엄청난 피로가 누적되었는데 그놈의 보상심리 때문에 어제도 늦게까지 과음을 했습니다. 늘어지게 잠을 자고 일어나 눈꼽만 떼고 일하러 나와서 다음주 업무를 정리하고 나니 벌써 7시가 넘었네요. 원래 일주일을 살아가며 브런치 소재를 떠올린 것들을 휴대폰 노트 기능에 기록해두었다가 하나씩 작성했는데요, 지난 몇주간 그렇게 하지 못해 맨날 뭐 쓰지.. 고민하다보니 이것도 좀 스트레스네요.
그래서 그냥 가볍게 저번 20회 기념으로 썼던 것 처럼 가볍게 생각들을 정리합니다.
- 리더십에 대해 크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리더십은 저에게 기본 디폴트 값이라 역할을 수행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비즈니스적 부분에서의 리더십은 또 다른 이야기임을 아주 톡톡히 느끼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기질적인 특성상 리더가 되기 위해 큰 노력이 필요없이 늘 follower가 있었는데 비즈니스적 리더십은 늘 why?를 그들에게 납득시켜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보통 '남에게 시키는이 내가 하자' 주의로 살아왔습니다. 지금도 사실 그런 태도로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보다 명확하고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설정해서 달성하도록 가이드를 해줘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합디다. 지켜보고, 고민하고, 시켜보고, 평가하고, 왜를 설명해줘야 하는데 생각 이상으로 시간이 많이 들고 때로는 '이걸 이렇게까지 설명을 해줘야 하나' 싶은 생각까지 듭니다.
그러나 결국 설득을 못하면, 업무를 잘 배분하지 못하면 좋은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리더십 없이는 "사업가"라는 표현으로 스스로 칭하기는 부적절합니다. 저는 능동적인 삶을 사는 편입니다. 그래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수동적인 기질의 직원들이 나를 찾아왔을텐데 능동적인 태도를 강요했습니다. 수동적인 태도로 직원들을 대한 것 같아서 반성합니다.
내일부터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이번주에 해야할 일들 중 직원들이 달성해야할 업무를 잘게 쪼개서 분배해놨습니다. 아주 뿌듯합니다.
- 요즘 진지하게 당분간 운동을 좀 포기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주변을 둘러봐도 그렇고 미디어에 노출된 사람들을 봐도 그렇고 어느정도 수준의 규모로 사업체를 일궈낸 리더들은 일정 기간 동안은 아주 '망가져'있던 시절들이 있습니다. 살이 찌든, 몸에 병이 나던, 관계가 망가지던, 삶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본인의 사업체를 위해 철저하게 몰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강박적으로 아침 런닝과 웨이트는 '나'를 잃지 않기 위해 필수적으로 실행해야 하는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좀 더 사업을 안정적으로 세팅하기 위해서는 '나'보다 '사업체'를 좀 더 우선순위로 두는 기간이 어느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운동은 시간적인 부분도 크지만 체력적인 부분이 아주 크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나이를 탓하기는 싫습니다. 어려서부터 '너도 늙어봐' 하는 사람들이 꼴사나웠습니다. 나이로 유세를 부리는 게 저는 별로 멋있어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인간에게 주어진 체력의 총량 가운데 내가 운동에 할애하는 것이 좀 큰 것 같습니다. 그 에너지까지 몰아서 일에다가 쓴다면 좀 더 사업이 잘 정리될 수 있는 기회비용을 놓치고 있는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인과관계가 그렇게 명확한 로직은 아닙니다만 요즘 진지하게 체력이 너무 급격하게 방전되는게 눈에 보여서 걱정이고 그래서 내가 내려놓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고민입니다.
* 사실 운동이 아니라 술만 내려놔도 충분히 그럴텐데 술을 내려놓을 생각을 안하는 스스로가 너무 병맛입니다.
- 마케팅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흔히들 마케팅과 사기는 종이 한장 차이라고 합니다.
저는 제 고집과 소신이 명확한 편입니다. 나의 한계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수용하는 것이 멋지게 늙는 데에 필수적인 덕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멋지게 늙는 것은 제 삶의 궁금적인 목표입니다.) 그러나 사업을 하다보면 솔직한게 썩 쓸모있는 무기는 아닌게 명료하게 드러납니다. 사람들이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찾기 위해서는 일단 나라는 사람에게 시선을 돌려야 합니다. 그리고 그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는 솔직함 보다는 그들이 원하는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맞습니다. 그걸 고민하며 로직을 전개하다보면 내가 추구하는 멋에서 크게 벗어난 소리를 지르고 있는 스스로를 마주합니다. 그 현장이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방송까지 나가서 '잠실섹시'라는 자극적인 닉네임을 써놓고 그걸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 속상합니다. 내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성과 '잠실섹시'라는 페르소나를 구분하고 살아야 하는 것인가? 그러기 위해선 내 고집을 내려놔야 하는데 그게 두렵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배가 덜 고픈것 같습니다.
벌써 8월, 그리고 2주가 지났습니다.
2024년이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오늘의 고민이 올해의 말미에 떠올렸을때 뿌듯한 한장의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