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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듀이 Aug 07. 2021

행복한 맛보기 덕후 라구요

인생은 언제나 1회차니까



"... 씹?"

"씹덕? 씹덕이 뭐야..?"

"오덕 중의 오덕을 오 더하기 오, 해서 10덕이라고 하던데"


사방팔방으로 뛰는 관심사와 그때그때 재미있는 거하며 흐름대로 살겠다는 지독한 게으름 덕에   번도 무언가의 오타쿠가 되어본 적이 없었던 나는 '10'이란 말이  낯설었다. 첫째, 좀 욕 같은 음절 때문이며, 둘째, 하나의 대상만 깊고 뜨겁게 사랑하며 최선을 다하는 , 그건 어쩌면 인생에  번도 없었던  기 때문이다. 아이돌도  2 파다 보면 마음이 돌아서고, 심지어 연애에서조차...


주변 오덕 친구들의 특별한 장점은 대학시절부터 점차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영역만 죽어라 파는 그들의 디깅력은 너무도 탁월하고 귀해서 범접할  조차 없었다... 서핑에 빠져 세상 새까맣게 몸을 태우고 전국 서핑 대회를 석권하기도 하고, 아무래도 본인 길은 미술에 길이 있다며 학교를 자퇴해 예술학교 입시를 준비하기도, 사진에 대한 깊은 감명으로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활동하다 본인 이름을 내건 사진관을 오픈하기도,  때부터  여행이 좋았던  어쩌면 여행가로의 길이라며  맞는 짝과 함께 노마드처럼 훌쩍 떠나버리기도 하고.


오덕들의 화려한 활약 사이에서 나는 왕왕 ' 무엇의 오덕이   있을지' 고민했다. 클라이밍? 쪼르르. 서핑? 쪼르르. 보드? 쪼르르르르. 호기심으로 시작된 액티비티는 역시나 길지 않은 시간 내에 다른 호기심으로 대체되었다. 주야장천 맛보기만 하는 트랙을 선택해 걷고 있으니 맛보기 덕후? 아니면 술과  먹는 자리를   좋아하니 술과 자리 덕후? 아직도 특기와 취미를 적는 란을 두고 '뭐가  그럴  한지' 한참을 고민해야 하는 30대가  것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줄곧 특기, 취미 같은 공란을 두고 고민하다 회사 생활 8 차까지 접어들던 , 주변 '덕후'들은 어느덧 퇴사  ' ' 찾아나가기 시작했다. 그럴 때면  역할은 그저, 그들의 어마어마한 눈부심에 거의 눈도  뜨면서 감탄하고 손뼉 치는 것들이었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감탄으로 손바닥이 시뻘게질 때까지. "진짜 대단해"를 연발하며.


손가락 열개 발가락 열개를 갖고 태어난  , 어쩌면  번의 오덕 찬스가 있는 생은 아닐까 하는 어이없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호기심 많게 태어나 그걸 하나하나 나눠 쓰고 있다고... 끝없이  솟아나는 화수분 같은 호기심으로 매너리즘과는  삶을 사는 , 사실 생각보다도  재밌는 일이니, 아직도 하나만 고르기엔 고민이 너무 많다. 종종 어중간한 느낌이 들어도 어쩔  없어...  행복한 맛보기 덕후니까...


바닷물 별로 안 좋아하는 물놀이 덕후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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