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오래된 후회

by 한드로

이방인


나는 지금 현재에 있지 않다. 여전히 과거에 붙잡혀, 시간을 되돌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오래된 후회의 벽 안에서 여전히 그때의 나를 붙잡고 서 있다. 끝나지 않은 장면이 반복되며, 그때의 말과 표정과 고통이 끊임없이 떠오르고, 왜 그랬을까, 그때의 나를 지금의 내가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바꿀 수 없는 일을 바꾸려는 마음. 똑같은 시간을 반복하며, 결국 지금도 달라진 게 없는 나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는 자책과 절망에 고통스러워한다.


후회는 자책을 낳고, 자책은 후회를 낳는다. 과거의 나를 탓하고, 변하지 않은 현재의 나를 심문하며, 변화를 절실히 바라지만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끝이 없는 원을 그리며, 나는 같은 자리를 맴돈다. 손에 쥔 책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고, 지금 서 있는 이곳이 어디인지도 모르겠다. 멀리서 내 삶을 구경하는 사람들. 무뎌진 슬픔에 아무 감정 없이 눈물이 난다.

소년

무기력


소각장에 타다 남은 쓰레기마냥 힘없이 부서지는 서글픈 눈빛. 과거는 뒤에서 나를 잡아끌고, 앞은 불안이라는 괴물에 가로막혀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다. 땅을 딛고 있는 느낌마저 점점 희미해지고, 전원이 꺼진 것처럼, 하루가 몇 시간인지, 어제가 언제였는지조차 알 수 없다. 왜 해야 하는지도 잊어버린 채, 하루가 미끄러지듯 스쳐가고, 세상은 그대로인데, 갑자기 모든 것이 낯설고 우습다.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허공에 돌을 던지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멀어지고, 멀어지는 메아리를 붙잡으려는 듯 새들은 더 빠른 속도로 날아간다.


별 빛


어디서부터 잘못 됐을까. 끊어져버린 의미의 끈들. 나는 여전히 과거의 죄수이고, 불안이라는 괴물 앞에 무릎 꿇고 있으며, 내일도 같은 자리에서 나를 심문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충분히 후회했고, 충분히 아파했다. 그 고통의 무게가 나를 이곳에 묶어두고 있음을 잘 알고 있지만, 더 이상 그 무게를 짊어지고 살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그 고통에 가엾은 이방인처럼 살 수는 없다. 지금 딛고 있는 이 땅의 감각부터 되찾아야 하고, 내 안 어딘가 아직 작은 심지라도 남아있다면, 오직 지금 이 순간에 만들 수 있는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무엇이 진짜 내게 남을 수 있을까. 무너진 마음과 밤하늘의 별. 짙은 어둠으로 선명해지는 별 빛. 무악산 달그림자 사이로 고라니 울음소리가 창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