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序詩)

by 한드로

나는 오래 흔들렸다. 마음은 가벼워졌다가 무거워지기를 반복했고, 선택은 늘 늦었으며, 그 사이에서 많은 인연과 몇 번의 기회를 놓쳤다. 그런데도 그때의 나는 "원래 그런 거겠지"라며 가볍게 넘기곤 했다. 하지만 그 무심함 속엔 사실 무력함이 자리하고 있었고, 나는 그 무력함을 인정하는 대신 아무렇지 않은 척, 견딜 만한 척 나 자신을 속이며 살았다.


욕심은 나에게서 솔직함을 빼앗아 갔다. 어떤 모습으로 보이고 싶다는 마음은 나를 흐리게 만들었고, 한 번이라도 내게 진실하게 말해본 적이 있었을까? 나는 왜 그토록 쉽게 흔들리고, 오래 방황했을까.


'정말 그걸 원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본 적이 없던 시절. 깊은 물 밑으로 가라앉아버린 진심과 나를 믿지 못하고 방향만 바라보던 시간. 그리고 헛된 미련과 젊음을 잃는다는 두려움 때문에 받아들이지 못했던 현실. 그때 나는 꿈을 향해 간 것이 아니었다. 그저 꿈을 가진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는지도. 그렇게 본질 없는 욕망은 어디에도 나를 닿지 못하게 만들었다.


해가 잘 들지 않던 방에서 나를 피하듯 하루를 넘기고, 무엇을 위해 사는지도 모른 채, 막연한 불안과 늙어간다는 감각이 켜켜이 쌓여 무겁게 나를 짓눌렀다. 도망이냐 선택이냐의 기로에서 나는 늘 멈춰 있었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스스로를 몰아세우기도 했다.


이 부끄러운 고백은 그때의 나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한다. 허영은 정체성을 찾지 못한 사람이 겪어야 하는 흔들림이라고 하더라. 하지만 그 부끄러움조차 내 삶을 구성하는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게 된 지금, 어쩌면 이 부끄러움이 그 시절의 내가 얼마나 나를 간절히 찾고 싶어 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불확실함과 무지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그 혼란을 끝까지 견딘 사람만이 자기 세계를 가질 수 있다. 오랜 방황을 나를 찾아가던 여정으로 받아들이게 된 지금, 나는 예전과 다른 자리에 서 있다. 그저 나를 잃지 않는 방식으로 하루를 살아가며, 나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