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장소를 찾는 우리의 내밀한 마음
어린 시절 매일 걷던 골목, 하교 후 친구들과 모이던 분식집, 아무렇지 않게 드나들던 친구네 집 현관문. 어느 날 문득, 우리는 왜 그 장소가 생각나는 걸까요?
우리는 시간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 흐름은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대부분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치죠. 하지만 지나온 시간이 너무 빠르게 멀어지고, 그 안에 있던 나조차 흐려지는 듯한 느낌이 들 때, 무언가를 붙잡고 싶어 집니다. 흘러가는 시간 앞에 저항하고 싶은 마음이 우리를 오래된 장소로 이끄는 거죠.
모든 것이 바뀌어도 나라는 존재가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만큼은 잊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그 장소에 남겨진 공기, 마당에 고인 물웅덩이 냄새, 나무 그림자 같은 것들이 그때의 나를 기억해주고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믿음. 그 믿음은 구체적인 무언가가 아닐 수도 있지만, 그 자리에 나의 일부가 여전히 머물고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내가 그 시간들을 분명히 통과해 왔다는 것을, 그리고 아직 사라지지 않았음을, 스스로에게 확인해주고 싶은 아주 내밀한 마음이죠.
지금의 나는 어릴 적 나, 청춘의 나, 그리고 현재의 나로 나뉘어 살아온 듯한 기분이 듭니다. 각 시절마다 내가 마주한 세계도, 품고 있던 마음도 달랐기 때문일까요? 어떤 날은 그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 중간 어딘가에서 연결이 끊긴 것처럼 너무 멀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따금 오래된 동네를 다시 찾고, 예전의 풍경을 더듬어보게 되죠. 그러면 분리되어 있던 시간들이 실로 꿰매지듯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됩니다. 나는 어디서 왔고, 지금 여기에 어떻게 도착했는지.
특히 삶이 버겁거나, 방향을 잃고 헤맬 때, 내 발걸음의 출발점을 되짚으며 나라는 존재의 연속성을 확인하는 것은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됩니다. 우리는 늘 '지금'이라는 순간을 살고 있지만, 이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는 어디서 왔는가'라는 물음을 품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어떤 장소는 설명할 수 없는 끌림으로 우리를 불러냅니다. 꼭 무언가를 떠올리려고 하지 않아도, 문득 생각이 나고 이상하게 마음이 가는 곳이 있습니다. 이유는 분명하지 않지만 그곳에 가면 왠지 내 마음이 조금은 정리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요. 그리고 이 그리움의 가장 깊은 곳에는 늘 '그때의 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달라졌지만 분명히 그 시간 속에 존재했던 나를 다시 만나는 경험. 그때 느꼈던 온도, 숨결, 생각, 꿈 그 모든 것을 다시 만지고 싶은 마음이 우리를 오래된 골목 끝으로 데려가는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