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표♮

by 제이앤

강력한 힘을 가진 기호가 있다. 조표로 이 노래의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음에 샵(#)이나 플랫(♭)이 있든, 롤러코스터를 타듯 수많은 임시표가 붙어 있어도 모두 무력화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기호, 바로 제자리표(♮, Natural)이다.


"제자리표가 나온다면 무조건 하얀 건반을 눌러야 한다."

나는 이 확실하고 정확한 안내가 좋아서 제자리표를 좋아한다.


처음 제자리표를 만나면 혼란스럽다. 왜 이렇게 악보에 붙는 기호가 많은지. 샾(#), 플랫(♭), 더블샾(x), 더블플랫(�), 내추럴(♮)까지.

다행히 제자리표는 부러 외울 필요 없는 기호이다. 제자리표는 말 그래도 제자리, 우리가 맨 처음 악기를 배울 때로 돌아가 하얀 건반을 눌러주면 그만인 것이다. 잠깐 높아지든 낮아지든, 내내 높아지거나 낮아져야 하든 상관없이 제자리표만 있다면 우리는 다시 처음 그 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


반음 혹은 온음을 올리거나 내리는 변화가 안 좋은 것 또한 아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기호가 없다면 음악이 너무 지루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자꾸 오르고 내려봐야 제자리가 주는 평온을 더욱 감사하고 반가이 맞이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단단하고 안정적인 처음 그 모습 그대로를 갖고 있다면, 언제든 높아지고 낮아지는 것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어떠한 음도 자유롭게 오르내리고, 삶에서 만나는 갑작스러운 이탈음들도 두려움 없이 연주해 낼 힘을 주는 제자리표!


우리 모두는 제자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어떠한 변화에 너무 겁내고 두려워하지 말자. 계속 마주하는 것이 혹 지치더라도 그 과정 또한 성장하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그 수많은 변화가 우리 삶의 아름다운 음악이 되리니. 이탈음들은 우리의 실패가 아니라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되리니. 언제 올지 모르는 평온이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말자. 곧 찾아올 제자리를 편안히 받아들이는 순간이 더 짜릿하도록.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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