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는 손으로 연주한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분명 악기를 만지는 것은 손이 맞지만, 연주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귀'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레슨은 손 '끝'의 쓰임에 따라, 악기에서 어떤 소리가 나는지를 '귀'로 확인하며 손과 귀의 감각을 연결하는 법을 알려주는 셈이다. 자신이 생각한 대로 손가락을 맞게 움직였는지, 그 음의 길이는 의도한 길이대로 연주가 되었는지, 세고 여림이 확실히 차이가 났는지 등의 것들을 내 귀로 확인해야 연주를 듣는 타인의 귀에도 연주가 닿는 것이다.
내가 연주를 귀로 듣고 있는지 못하는지를 모르겠다면 안타깝게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귀로 듣는 사람은 확신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억울하다면 자신의 연주를 동영상으로 찍어 다시 들어보라. 동영상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내가 연주한 것이 아닌 것 같다면 자신의 연주를 못 듣는 것이다. 연주하고 나니 조표를 생각 못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라면, 듣는 훈련이 거의 안 돼있는 것이다. 조표가 필요한 곡에서 조표를 빼먹었는데 몰랐다면 특별히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내가 내 연주를 듣지 못하는 경우, 당신의 연주는 발전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들리지 않는 것을 '인지하고' 들으려고 애쓴다면 어느 순간 갑자기 의식하지 않아도 나의 음악이 귀로 들어올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으면 그 음악 안에 갇히고 말지만 한계를 직시하고 무너질 때까지 도돌이 한다면 결국엔 그것이 나에게 가장 익숙한 마디가 될 것이다. 도돌이표는 반복하면 다음 마디로 넘어갈 수 있다. 반복하고 또 반복하면 아름답고 온전한 음악이 될 것이다.
당신이 좋아하는 연주자의 음악을 재생시켜 보라. 손가락이 보이지 않는다고 음악이 들리지 않는가? 오히려 눈을 감고 들으면 더 세밀하고 풍부한 음악을 느낄 수 있음을 생각하면, 왜 연주가 귀로 끝나야 하는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연주자의 손은 자신의 것이지만 귀는 타인의 것이어야 하는 것이다.
"타인의 귀를 가지는 것!"
이렇게 악기를 연주한다는 것은 멋지고 황홀한 것이다. 악기 연주가 아니라면 나의 소리를 제 3자의 입장에서 들을 태도를 갖추는 것을 어떻게 배울 수 있겠는가!
나의 소리를 들으려고 귀를 열면 타인의 소리도 들을 수 있게 된다. 다행히, 감사하게도 귀는 언제나 열려 있어서 들으려고만 한다면 동시에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말이다. 눈과 입은 닫을 수 있지만 숨을 쉬는 코와 듣는 귀는 닫을 수 없으니, 숨을 쉬는 것만큼, 혹은 숨을 쉬는 동안에는 듣는 것을 멈추지 말라는 조물주의 가르침이라고 믿는다. 살아 있는 자, 들을 것이다!
인간이 만들어질 때 가장 먼저 생기는 감각기관이, 그리고 인생을 마무리하고 떠날 때까지 남는 마지막 감각기관이 청각이라고 하니 듣는 것은 곧 우리가 느끼고 사용하는 것보다 더 귀한 사명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현재 못 듣는 것에 실망하지 말고 앞으로 듣기 위한 애씀을 시작하라. 듣는 귀를 갖는 욕심을 한없이 부려보기를 권한다.
나의 손을 악기에 올려두는 일,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에서 멈추지 않고 손 끝에 신경을 집중하며 내가 표현하고 싶은 음악을 악기에 전달하고, 그 힘이 전달되어 나오는 소리에 귀를 여시라. 그래서 당신이 하고 싶은 노래를, 그리고 그 노래에 당신의 마음을 실어 타인의 귀와 마음에도 가닿는 음악을 하는 당신이 끝내 되기를. 타인의 노래에 귀를 열어 평가보다 사랑이 담긴 피드백과 노력에 대해 기꺼이 질투 없는 박수를 보내는 우리가 되기를. 이러한 마음으로 악기 앞에 앉아 있는 자신을 마음껏 뿌듯해하고 애틋하게 사랑해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