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로 거름 주기

by 제이앤

우리의 레슨 시간은 퀴즈시간이다. 아이가 연습을 하고 레슨 자리에 나와 앉으면, 나는 피아노에 손도 올리지 않은 채 질문을 건네기 시작한다.


"오늘 연습할 때 어떤 걸 주의해서 연습했어?"

이것은 지난 레슨 때 플래너에 적어준 내용을 유의해 연습해 왔는지를 체크하는 질문이다.


나는 아이의 진도를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에게 '어떤 것을 알려줘야 하는지'에 집중한다. 바이엘을 얼마 만에 끝났는지가 아니라 선생님의 연주를 듣기 전에, 계이름을 스스로 읽을 수 있는지, 박자를 스스로 세는지, 조표를 기억하고 양손에 적용할 수 있는지, 스타카토를 보고 짧게 끊어서 연주를 할 수 있는지, 이음줄에서 손목의 쓰임을 스스로 해내는지 등등이 더욱 중요하다.


주위의 30대까지 어른들을 보아도 어릴 때 피아노 학원 안 다녀봤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지금 악보를 읽을 수 있는 사람도 거의 없다. 피아노 학원 끊으면 악보를 못 보게 되는 것, 이것이 내가 참을 수 없는 지점이다. 피아노 학원은 한번 다니기 시작하면 거의 7-8세에 시작해서 보통 4학년까지는 다닌다. 4-5년을 꾸준히 배웠는데 학원을 끊으면 연주를 못하게 된다니. 서로에게 비극이 아닐 수 없다.


4-5년 배워서 평생 써먹는 취미를 가지게 되면 좋겠다. 나의 사춘기에서 외롭고 슬픔 가득한 마음을 피아노에, 드럼에 실어 흘려보내며 버텼듯이 악기 앞에서 몇 년을 버틴 시간이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수업을 한다.


그러므로 지금 선생님 앞에서 잘 치는 것이 수업이 아니라, 혼자 연습실에서 악보를 보고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것이 수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답이 아닌, 질문을 던져 생각하고 고민하는 길을 가리켜 주려고 하는 것이다.


이 글을 쓰다가 기타 레슨을 하고 왔다. 일단 기타를 연주하려면 코드 연결(노래가 끊기지 않게)하는 것이 기본인데, 아이는 연습을 다 했다고 했지만 코드가 바뀔 때마다 멈칫했다. 연결하라고 여러 번 일러 주었지만, 혼자 칠 때는 와닿지 않는다. 얼른 가서 내 기타를 들고 왔다.


"선생님이랑 같이 연주해 보고, 무엇을 더 신경 써야 할지 한번 맞춰봐."

아이가 했던 템포보다 조금 늦게 박자를 잡고 시작한다. 노래를 부르며 선생님이 연주하는 것을 아이가 들으며 같이 연주한다. 아이가 멈추더라도 신경 쓰지 않고 쭉 가본다. 아이는 내 연주를 따라 멈칫했다가 따라잡았다가 하며 완주했다. 이제는 아이가 스스로에게 답할 차례다.


"뭘 더 연습하면 될 것 같아?"


아이는 앞으로 나에게 오기 전 연결을 완성시켜 올 것이다. 그래서 연결이 잘 되면 나는 피아노나 플루트(그 순간 내 옆에 가장 가까운 것)로 합주를 하면 듣는 훈련도, 합주의 짜릿함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다양한 악기와 합주를 하고 난 후에는 아이는 혼자 연습하면서도 합주를 상상하고 속으로 노래하며 연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곧 현실이 될 것이다. 얼마나 아름다울지!



"방금 틀렸는데, 어디가 어떻게 틀렸게? 오래 걸려도 좋으니까 한번 찾아봐. 그리고 선생님 앞에서 찾기가 힘들면 연습실에 가서 찾아와도 돼."


악보를 잘 봐오는 아이도 당연히 틀릴 수 있다. 틀린 연주의 지적이 너의 가치를 훼손할 수 없는 것을 반드시 덧붙여 설명한다. 틀리지 않을 거면 학원 오지 말라는 으름장을 놓는다. 안 틀리고 치면 기립박수를 쳐준다. 말도 안 된다면서. 오래 쳤는데 애매하면 아이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선생님은 넘어가도 될 것 같은데, 넌 어떻게 하면 좋겠어?"


너무 지루해지면 악기가 싫어질 수 있다. 아이가 오래 쳐서 지겨워하면 이번 곡에서 못한 부분은 다음 곡에서 다듬게 한다. 배우는 학생이기 때문에 같은 기술이어도 곡이 바뀌면 새롭게 느껴진다. 대신 안 하고 넘어가게 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곡에서 은근슬쩍 끼워서 연습시킨다. 업계비밀이다. 쉿.


만약 아이가 넘어가지 않고 더 연습하기를 바란다면, 이 또한 물개박수 감이다.

"와, 안 힘들겠어? 대단하다. 대신 이거 제대로 하면 다음 곡 넘어가면 훨씬 쉽게 느껴질 거야. 어떻게 더 연습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어? 정말 멋지다!"


나는 어떻게 질문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며 레슨을 준비한다. 어떤 질문을 해야 내가 답을 알려주지 않으면서 답이 떠오르게 할지, 그리고 그 떠오른 생각이 다시 가라앉지 않고 아이에게 맴돌지, 좋은 물음표를 만드는 것이 나의 일이 된다. 그래서 좋은 거름으로 담뿍 담아주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기쁨을 주니, 나에게도 얼마나 큰 기쁨인지!


어쩌면 나는 나의 기쁨을 위해 또 좋은 물음표를 만들어 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상대의 자람이 나의 기쁨이 되는 것. 그리고 그 힘이 또 좋은 물음표를 찾아 헤멜 힘을 주는 것. 우리는 서로 키우며 자라고 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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