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와 추어탕을 먹으러 갔는데, 전화 한 통만 한다는 사람이 30분째 돌아오지 않았다.
한참 전에 나온 추어탕과 솥밥은 이미 다 식었고 혼자 먼저 먹을까 하다가 금방 오겠지 싶어 기다리던 내 마음도 점점 차갑게 식어갔다.
30분만에 돌아온 그는 미안하지만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 가봐야 한다고 했는데, 30분동안 내가 혼자 기다리는 것을 본 식당 이모님들이 나서서 안타까워하실 정도였으니 내 마음도 그만큼 좋진 않았다.
식당을 나와 50m 정도 걷다가 '여기서 택시 타고 가' 라고 말한 뒤 난 내 갈 길을 갔다. 늘 지나다니던 놀이터와 과일가게, 편의점을 거쳐 집으로 돌아왔고 바나나 하나를 저녁으로 때운 뒤 씻고 나와 침대에 누웠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습관적으로 음악을 듣곤 하는데, 그때서야 울적함이 한가득 마음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밥도 한 숟갈 같이 못 먹고 갈만큼 나보다 중요한 것'
'왜, 무슨 일 때문인지 말도 안하고 가버린 것'
'그 뒤로 지금까지 한참이나 연락이 없는 것'
서운함이 덩어리째 머리 속을 헤집고 돌아다니면서 내 기분을 같이 끌어내렸다.
그 때 나는 내가 선택의 기로에 있음을 느꼈는데, 마음 속 감정들에게 순순히 지배 당할 것인가 혹은 내 의지로 반전을 노려볼 것인가 하는 기로였다. 잠시 생각하다가 나는 음악을 끄고 유투브를 켠 다음 내가 좋아하는 영상을 랜덤으로 틀기 시작했다.
거기엔 데일 카네기의 '걱정은 아무 것도 변하게 하지 않는다'는 명언이 있었고 혼자서도 온전히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또래 유투버의 일상이 있었으며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고 또 이를 사랑으로 승화하는 연애관을 설명해주는 강사도 있었다. 한참 영상을 보다보니 기분이 살짝 전환되면서 이제껏 들지 않았던 생각들이 들었다. '그래, 내가 그였다면?'
아마 지독하게도 곤란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당장 나에게 말하면 내가 화를 낼 수도 있었고 정말 말할 정신이 없었을 수도 있었고 순수하게 그저 말하기 싫었을 수도 있었다. 하루종일 굶고 첫 끼를 막 먹으려던 찰나였으니 본인의 배고픔은 물론이었을 것이고, 밥 한 술 못 뜬 상대까지 자리에서 일어나게 했어야 하는 그 사람의 기분은 어땠을까? 절대 좋지만은 않았으리라, 그런 생각이 드니 감정은 한결 누그러졌다.
딱 그 때서야 남자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미안하다고, 어떤 일이었는지 그제서야 말하는 사람에게 괜찮다는 말은 선뜻 나오지 않았다. (나도 사람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그를 위로할 정도의 틈이 있었다.
"그래, 오빠도 얼마나 마음이 조마조마했겠어. 그렇게 가는 사람 마음도 편치 않았을 거잖아. 예전에 오빠가 나한테 말했준 게 기억났어. 지각한 사람 혼내면 안된다구. 그 사람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마음을 졸였겠냐구. 그냥 그거랑 같다고 생각했어. 괜찮진 않아도 그냥 그렇게 이해했어."
내 말을 들은 남자친구는 울먹거렸는데, 잘못해놓고 울지 마시오! 라는 말로 마무리 지었다.
긍정회로는 가성비가 좋다. 별 노력도, 돈도, 시간도 안 들어가는데 내 기분을 환기 시킨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나를 더 강하게 만들고 내가 이렇게 멋진 사람이었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사람의 생각이 습관적으로 같은 방향으로만 흘러간다고 봤을 때, 긍정회로는 한 번 돌리면 또 잘 돌아간다. 연쇄적으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일에 긍정적으로, 항상 밝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다만 한 두개씩 적용해보면서 내가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역치가 이 정도구나 깨닫는 것도 좋은 삶의 자세다. 역치를 벗어나는 일은 대부분 상대방이 잘못했을 가능성이 크니 그땐 화를 내든, 대화를 하든 관계를 개선하면 된다. 그렇게 또 조금씩 내 삶을 다양하게 채워나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