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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Gray Dec 29. 2019

서른이 넘으면 인생에 책임을 져야한다

언젠가 서른이 넘어서부터는 자기가 지금처럼 살게 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행간에 숨은 뜻이 얼마나 많던지, 아직까지도 나는 이 문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 지 고민 중이다.


임경선 작가의 '태도에 관하여'라는 책에 보면 불완전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작가는 나이 서른이 넘어서까지 부모라는 과거에 휘둘려서는 곤란하다고 말한다. 어느 시점이 되면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나 원망, 애정 결핍을 어떻게든 꾹 삼키고 알아서 처리해야한다고. 임경선 작가의 시선에서 보면, 서른 넘어 인생에 대해 책임진다는 말은 마음의 상처에 관한 이야기가 된다. 불운한 가족사에서 벗어나 좀 더 여유롭고 균형잡힌 사람이 되는 것. 서른 넘어서는 그런 시도를 해야한다는 거다.


또 다른 뜻있다. 많은 자기계발서에서, 20대에 자기 길을 찾기 위해 방황했던 순간들이 30대가 되면 한 지점으로 모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니 서른 넘어서는 20대 때 자신이 했던 선택들 결과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그 결과가 좋건 나쁘건 간에 30대가 되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어떻게 보면 조금은 잔인하게 들린다. 서른즈음에는 눈에 보이는 결과를 내야할 것만 같고, 서른 이후의 방황은 어쩐지 있어서는 안될 일처럼 보인다.


또 다른 시선에서 보면, 서른 넘어 지금처럼 살게 된 것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말은 그동안 쌓아온 가시적인 성과가 아니라 가치관에 대한 말일 수도 있다.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어떤 생각을 버리고 어떤 생각을 취했는지, 그래서 서른을 지난 지금 나는 어떤 신념을 가지고 있는지.


서른 넘어서도 결과가 없다면 그건 자기 책임이라는 말이 알 수 없이 속상해서 한참 울었다던 지인이 생각난다. 20대 대부분을 자기 선택에 책임지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았지만 서른 이후 남은 건 손틈 사이로 다 빠져나갈만큼 적었다며. 이 짧은 문장에 들어있는 뜻이 이렇게나 다양하니, 오가는 말 속에 오해가 쌓이기도 하고 어떨 땐 상처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래서 되도록 이렇게 행간이 복잡한 말은 쓰지 않기로 한다.


소로우는 '월든'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과거에 해놓은 일만을 가지고서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고 없고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인간이 시도해본 것은 너무나도 적기 때문이다.' 그는 더 나아가,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나 30여년을 살아왔으나 아직까지 인생의 선배들로부터 유익한 가르침이나 진심에서 우러난 충고를 들어본 적이 없으며, 인생의 선배들이 그것을 이미 겪었다는 것이 자신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다소 파격적인 말을 한다. 나는 그의 이 파격적인 생각이 마음에 든다. 과거에 자신이 한 일들, 과거에 남들이 한 일들에 비추어 자기의 가능성을 한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올해가 엉망이었더라도 내년은 다를 수 있다. 20대가 허망하게 끝났더라도 30대는 다를 수 있다. 구본형 소장의 말처럼, 우리는 언제고 익숙한 것과 결별하여 다시, 새로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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