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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Gray Dec 23. 2019

좋아하는 일에도 끈기가 필요하다

태도라는 기본기

뭔가를 꾸준히 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첫 브런치 글을 썼던 때가 2016년 7월이니, 브런치를 시작한 지도 벌써 3년하고도 6개월이 가까워진다. 작가에 큰 꿈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나 브런치에 글 써요 하면서 내가 쓴 글을 보여주며 그 주제에 대해 같이 이야기 해나가는 게 나한텐 큰 즐거움 중 하나였다.


글감이 생각나면 브런치에 써야지 하면서 메모장에 적어두고, 나름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게끔 글을 쓰고 싶어서 한참을 쓰고 지운 적도 많다. 쓰면서 내 생각도 정리되고, 위로도 많이 받았다. 간간히 달리는 댓글들이 너무 고맙고 신이 났다.


그렇게 애정을 가지고 해 온 브런치이지만, 실은 브런치를 통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굉장히 냉철하고 비판적으로 깨닫게 된 게 더 크다. 나는 글 쓰는 것을 즐거워하고 오랫동안 꾸준히 일기도 써 올 만큼 글쓰기에 대해서는 자신있다고 생각했는데, 브런치 발자취를 보니 내가 스스로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구나 싶다.


브런치가 베타버전으로 출시되었을 때부터 작가생활을 했는데도 쓴 글은 100편이 채 되지 않는다. 글을 게재하는 기간은 들쑥날쑥해서 어떤 때는 일주일에 두 편씩 쓰는 때도 있는가 하면, 어떤 때는 3달이 넘도록 아무 글도 쓰지 않을 때도 있었다. 콘텐츠는 둘째 치더라도, 태도가 참 불성실하다.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 글쓰기 조차 이토록 불성실하게 하는데, 좋아하는 일로 직업을 삼고 돈을 번다는 게 나한테 가능한 일일까? 


자기가 좋아하고 즐기는 일을 한다 하더라도 끈기는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난 좋아하는 일이면 내가 의식적으로 꾸준히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술술 알아서 하게 되는 일인 줄 알았다. 여전히 글쓰기는 여러 일 중에서도 내가 제일 흥미로워하는 일이고, 쓰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게 되는 일은 맞다. 그럼에도 이렇게 끈기있게 하지 못한다면 실은 나한테는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보다 뭔가를 꾸준히 해내는 힘을 기르는 게 우선 아닐까. 그 힘을 어느 정도 기르고 나서야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게 순서 아닐까. 


골목식당 프로그램을 보면, 굳이 의식적으로 평가하려고 하지 않아도 저 사장님은 잘 되겠구나 저 사장님은 잘 안되겠구나 하는게 느껴진다. 잘 될 것 같은 사장님들은 태도가 다르다. 실제로 태도가 성실하고 일관성이 있는 사장님들은 성공적으로 솔루션을 받고 가게 평판이 크게 향샹된 경우가 많다. 그에 반해 태도도 오락가락하고 서비스도 그때그때 다른 사장님들은 끝까지 갈등만 빚다가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끝난다. 


연돈 돈까스 사장님을 보면, 저 분은 뭘해도 하실 분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유재석을 봐도 그렇고 백종원을 봐도 그렇다. 좋아하는 일을 그 누구보다 잘하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이들을 잘 살펴보면 '좋아하는 일' 이전에 '태도'라는 기본기가 탄탄한 사람들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하게 된다고들 하지만 글쎄, 사랑에 불타 올라 연애를 해도 몇 년이 지나면 처음 가졌던 불 같던 감정이 잠잠해지기 마련인데, 좋아하는 일이라고 평생 열정이 불타오르는 게 가능할까. 그러니 좋아하는 일을 아직 찾지 못했다고 해서 불안해 할 것도 없고,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고 해서 안심할 것도 아니다.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했다면 태도라는 기본기를 다지는 기간이라 생각하면 된다. 그 기본기가 언젠가 만날 좋아하는 일에 날개를 달아 줄테니.


그리고 나는 기본기도 없으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겠노라 객기를 부리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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