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래도 남 눈치를 덜 보면서 결국에는 하고싶은 대로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보니 잘 모르겠다. 돈이 당장 급해서 일을 구해야 하는데도 마음 속으로는 내가 이런 일까지 해야 하나 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계속 구직에 있어서도 망설이기도 하고, 내가 특히 외국인이라 부족한 언어실력 때문에 모자른 사람처럼 보이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계속 했던 것 같다.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모토인데, 그게 너무 두루뭉술해서 어떤게 멋진 사람인지 내 두뇌가 가늠을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정정한다. 소신껏 사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요새는 죄책감도 많이 든다. 이 좋은 시간들을 하염없이 흘려보내버리다니. 아까울 따름이다.
항상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면서 중요한 것들, 이를테면 건강, 가족, 진로, 연인관계 등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잘 챙겨사는 남자친구가 멋지게 보이고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한다. 동갑내기 주제에 언제 이렇게 어른이 되었나 싶기도 하다. 그에 비해 나는 너무 제자리에만 머물러있는 것 같아서 슬프다.
최근에 친구 한명이 공무원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 때 시험공부를 하면서 어려움을 함께 나눴던 친구라 너무 기뻐서 눈물이 찔끔 날 것 같았다. 그동안 마음 고생이 너무 많았을텐데 드디어 결실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뭉클했다. 그러다가도 한편으로는 이제 앞으로 직업 걱정은 없겠구나 싶어서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나는 그렇게까지 현명한 인간은 아닌 것 같다. 마음이 삐뚤빼뚤하다.
그렇지만 마음 한 켠으로는 늘 주변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 그러니까 내 기준에서는 재력이나, 직책, 학벌, 연고 등 그 어떤 이유로도 누군가 존엄성이 짓밟히지 않도록 하고싶다는 생각이다. 너무 이상주의자처럼 보이나. 아, 아니다. 남 눈치보지 않기로 했지.
아무튼 내 꿈은 나 자신보다 크다. 그래서 이번 생에 이룰 수 있을 지 없을 지도 모르겠고, 그 꿈을 위해서 정해진 모범답안 따위 없으니 어떤 길이 정도인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되거나, 택배기사가 되거나, 요리사가 되거나, 의사가 되거나, 엄마가 되거나 그 어떤 것이든 내가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는 무수한 방편 중 하나가 될 수 있으니까. 그런 면에서 인생, 정확히 말하면 진로계획은 딱히 특정하지 못하겠다. 그런 면에서 계획이 없다는 게 죄라면 죄고, 그로 인해 남들을 늘 설득시켜야 한다는 게 짐이라면 짐이고, 그렇기 때문에 남 눈치보지 않고 살자고 제발제발제발 스스로 다짐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게 어려움이라면 어려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