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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Gray Aug 03. 2016

안나푸르나에서 보낸 편지 1

                                                        

높은 산에 오를 준비를 할 때마다 장비를 챙기면서 운다고 고백한 산악인이 있다. 열 네번이나 최고봉에 오른 그가 무서워서 운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산 때문이 아니라 두려움 때문일거라고 생각했다.
무서운 비밀을 안 것처럼 나도 무서웠다. 산 오를 생각만 하면 너무 무서워서 싼 짐을 풀지만 금방 울면서 다시 짐을 싼다고 한다. 언젠가 우리도 울면서 짐을 싼 적이 있다. 그에게 산이란 가야할 곳이므로 울면서도 떠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무서워 울면서도 가야할 길이 있는 것이다.
- 천양희, <최고봉>-


그 전에 했던 여행들은 별다른 걱정없이 했다면, 이번 여행은 온통 걱정과 두려움이 가득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무섭다. 20킬로가 넘는 짐을 짊어지고 여행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도, 말 한마디 안 통하고 아는 이 하나 없는 낯선 나라에 혼자 덩그러니 떨어져야 한다는 것도 무섭다. 낯선 사람에게 나쁜 일을 당할까봐도 무섭고, 길을 잃고 헤매다가 위험에 처할까봐도 무섭다. 도와주는 이가 아무도 없을까봐 무섭고, 산을 오르다가 잘못해서 불구가 될까봐도 무섭다. 산사태가 나서 나를 덮칠까봐도 무섭고, 길이 유실돼서 조난당할까봐도 무섭다. 내 몸이 편한 곳, 익숙한 곳에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지만 그래도 가야한다는 게 무섭고, 내 욕심이 나를 위험에 빠트릴까봐 무섭다.


장비를 챙기는 내내 나도 마음이 무거웠다. 내게 이번 여행은 무서워 울면서도 가야하는 길과 같다. 울면서도 가야하고, 떨면서도 가야하며, 주저앉더라도 다시 가야하는 길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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