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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Gray Jul 12. 2018

해외생활에 대한 막연한 환상

내 주변엔 유학이나 해외취업으로 외국생활을 하고 있는 지인들이 몇 있다. 만날 때마다 다른 나라에서 사는 삶은 어떤 지 물어보곤 하는데, 그들 덕분에 해외생활에 대한 환상은 일찌감치 날려버렸다. 물론 직접 겪은 게 아니라 와 닿는 깊이가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해외생활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됐다.

  

언어의 한계, 이방인으로서의 외로움, 차별과 무시, 가족의 부재 등등 해외생활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충들이 많았다. 지면에는 몇가지 단어로밖에 표현할 수 없지만 그 안에는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우여곡절들이 담겨있었다. 신기한 건, 그런 이야기들이 오가다가도 결국 결론은 비슷하게 마무리 되더라는 것이다.  

  

“외국에 사는 거 지독하게 외롭고 우울증 올 만큼 힘든데, 그래도 아직은 한국으로 돌아 갈 생각 없어”

  

표본이 많지 않아 일반화 할 순 없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비슷한 대답을 내놓으니 이건 또 뭔가 싶기도 했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유에는 각자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비슷한 결론을 내고 있는 건, 이미 한번 궤도를 바꿔 본 사람들의 여유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하고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해외생활에 대한 환상은 이제 사라지고 없지만, 또 그렇다고 못살 것도 아니라는 걸 알아버린 사람들의 여유. 그건 삶의 터전을 자의로 결정할 수 있다는 일종의 자신감 같은 게 아닐까.


어디에 살든 일상에 치이는 일은 피할 수 없겠지만, 주어진 조건을 박차고 나가본 사람만이 가지는 자신감 같은 게 있는 것 같았다. 지인들이 토로한 해외생활의 고충은 내가 막연한 환상만 품고 떠나지 않도록 잘 잡아줬고, 또 그럼에도 떠나도 괜찮다는 자신감을 전해줬다.

  

아, 또 하나, 전반적인 외국생활에 대한 환상뿐만 아니라 프랑스에 대한 환상을 와장창 깨게 만들어준 프랑스인 친구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한다. 어느 나라나 문제 없는 나라는 없고, 고민 없는 사람은 없다고 누누이 생각했건만 유학생도 아닌 현지인에게서 프랑스의 민낯을 폭로 당하니 잠깐 멘탈이 바스락 거리기도 했다.


프랑스의 민낯은 주로 프랑스인들의 (친구의 말에 의하면) 비정상적인 정신상태에 관한 문제였다. 친구는 프랑스인들은 인종차별, 성차별, 학벌차별 등등 온갖 차별이란 차별은 다 하는 종족이며, 자유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게 방종인지 아닌지 분간도 못한다고 열을 올렸다. 특히 여성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프랑스인으로서도 프랑스에서 살아가는 게 위험하다고 느낀다고 했다. 동양인 그것도 여성(!)인 나에게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핫.. 이런 문제를 알고서도 용기 낼 수 있는 방법을 아시는 분은 좀 알려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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