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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Gray Aug 24. 2018

어중간한 사람들의 어중간한 조언

유학 결정을 주변사람들에게 말하고 난 후, 가장 참기 힘들었던 건 부모님의 반응도, 친구들의 반응도 아니었다. 나를 어중간하게 아는 어중간한 지인들, 어중간한 일가친척들의 반응이었다. 걱정을 가장해 온갖 부정적인 이야기, 나를 깎아 내리고, 부모님을 깎아 내리는 이야기들을 쏟아내는 어중이떠중이들이 너무 싫었다. 그런 말 할거면 유학비나 보태라 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랬으면 난 진작 전용기타고 떠났을 터) 


나에 대해서 가장 크게 걱정하고, 가장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은 바로 내 자신이다. 그럼에도 마치 본인들이 내 앞길을 책임져주는 사람인 마냥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댄다. 거기에 내가 뭐라고 대꾸하는 순간, 그들은 ‘너를 걱정해서’라는 속 편한 핑계 속으로 도망친다. 남 걱정만큼 무의미한 단어가 세상에 또 있을까. 이번 기회에 뼈저리게 느낀다. 남 이야기 하는 건 너무나 쉽다. 무수히 많은 날을 고민하고, 알아보고, 생각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거, 어중이떠중이들이 알게 뭔가. 그들은 그냥 생각나는 대로 떠들어대다가 걱정이라는 말로 포장 해버리면 그만이다. 


더 웃긴 건, 그런 사람들 중에서 실제로 유학이나 해외생활을 해봤거나,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해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주로 애매하게 주워들은 이야기로 애매한 간섭을 하는 게 전부였다. 이런 복병이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참. 워낙 그런 사람들이 많다 보니 이제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무슨 전염병 같은 게 돌았나 싶기도 했다. 남 일에 참견 못하면 죽는 병. 


이미 몇 년 전 유학을 떠나 현지에서 자리잡고 있는 친구도 유학을 떠나기 전에 나와 비슷한 갈등을 겪었다고 했다. 나보다 먼저 도를 닦은 이 현명한 친구는 딱 한마디 명언을 날려줬다.  


반도가 세상의 전부인 사람들은 대륙을, 섬을, 해양을 이해 못하는 법.
그럴 땐 개무시가 답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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