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아프고 나서
이제 좀 살만하니
열한 살 딸아이는
고집을 부린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발들던
지난 몇 주간의
내 모습이
필름처럼 지나간다.
'해도 해도 너무 한다.'
뾰로통한 너에게
하소연을 해보지만,
같이 놀아주지 않는
못된 엄마가 돼버렸고,
눈물 뚝뚝 흘리며
심통을 부리고 있다.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일한 수고는 어디 갔나.
깊어가는 밤처럼
외로워지는 마음,
속상해도
집안일은 끝이 없어
빨래를 마저 널고 있다.
갓 여섯 살 아들
눈치 보며 살금살금
다가와 말 시킨다.
"엄마 힘들지?
내가 도와줄게." 하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빨래를 하나씩 쥐어주니
명치에 박힌
가시가
빠지는 것 같다.
울퉁불퉁 솟아난
마음속에
사포질을 한 것 마냥
매끄럽게
날 다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