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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Apr 17. 2023

어떻게 해야 할까?

거꾸로 쓰는 육아일기

호주에 다녀온 남편은 아이의 건강을 위해 홈스테이를 한국사람이 하는 곳으로 옮기는 방법을 생각했다.

우리의 생각을 유학원에 문의했더니 그 정도 시기에 다른 유학생의 경우 한국인 홈스테이로 옮긴 대부분의 학생들이 영어도 잘 늘지 않고 또래 아이들이 한 집에 모여 있다 보니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했다.

아들과 이야기해 보니 자신은 현재 홈스테이가 만족스럽다며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남편은 아들을 직접 보고 온 사람으로 그런 환경에서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생활에 작은 변화라도 생긴다면 심적 변화가 갑자기 올 수 있음을 걱정했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한국의 고등학교 과정에서 벗어난 기쁨으로 무엇이든 좋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환경에 익숙해지면 가족도 그립고 허전한 마음은 물론 공부에 집중력도 떨어질 수 있음을 예상했다.


중학교 2학년이 된 딸이 자신도 유학 가서 오빠와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순간 잘됐다는 생각을 한 나는 둘이 지내면 의지도 되고 서로 좋겠다며 남편의 의견을 물었다.

딸은 부모와 항상 함께 있어야 한다는 남편의 말에 딸은 섭섭한 듯 "아빠 나 어린애 아니야. 나도 유학 가면 오빠처럼 공부도 잘하고 잘 지낼 수 있어"라고 말하자 아빠가 좀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해 보겠다고만 했다.


딸이 유학을 가야 한다면 답은 하나였다. 우리 둘 중 누구 하나는 아이들과 호주에 가거나 가족이 모두 가거나 둘 중 하나였다.

남편은 부부가 떨어져 지낸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며 가족이 모두 이민을 가는 쪽으로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다.


사업도 하고 있었고 수입도 나름 일정하게 유지되는 상태에서 모든 것을 정리하기는 쉽지 않았다.

주변 지인이나 친구들에게 의견을 물어보아도 찬성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냥 아이들만 보내라는 말이 대부분이었지만 딸에 대한 남편의 생각은 조금도 그야말로 요지부동이었다.


1. 아이들만 유학 보낸다.

2. 아이들과 부모 중 한 명과 유학간다.

3. 모든걸 접고 다 함께 이민간다.

세가지 중 가족 모두를 균형있게 생각해서 결론을 내리자고 했지만,

남편이 무엇을 하든 어떠한 결정을 내리든 별로 반대를 하지 않던 나는 이번에도 하고 싶은데로 하라고 했다.

매사에 신중한 남편이라서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의 수까지 대비를 하는 성격이다.


결정이 어럽지 그 후에 일처리는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집도 팔고 사업도 넘기고 거의 일 년에 걸쳐 대부분 정리를 끝내고 호주행 비행기표도 샀다.

지금 생각해도 우리 부부는 세상 물정도 잘 모르는 편이고 나잇값을 잘 못하는 부류에 해당된다.


오래전 친정엄마 70세 생일에 나와 엄마는 동남아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때 싱가포르에서 먹었던 해산물과 망고스틴등 맛있는 과일을 가족에게 늘 먹이고 싶었던 나는 싱가포르를 경유하는 일정으로 경유시간이 제일 긴 티겟을 구입했다.

싱가포르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고 해산물 식당으로 가서 바닷가재등 싱싱한 요리도 먹고 재래시장에 들러 망고스틴도 실컷 먹었다.(친정엄마가 지어준 나의 별명은 '하루살이'.)


골드코스트 해변이 호텔 건너편에 있어서 한 달 정도 지내면서 수영도 하고 테니스도 치고 여행도 했다.

차는 중고차를 구입했고 집도 구하고 당장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들을 구입하고 한국에서 부치고 온 우리들의 짐을 기다렸다.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자 딸은 한국에서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고 아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에게 첫 여자친구가 생겼다. 그녀는 한국 유학생인데 키도 170cm에 늘씬하고 예뻤다. 여자친구가 생기면서 아들의 성적은 다시 바닥을 향해 끝없이 내려갔다.

롤러코스트처럼  서서히 출발해서 올라가기만 하던 아들의 성적이 이번에는 시원하게 쭉쭉 내려왔다. 그래도 누구나 겪는 일이라 생각하며 하루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한 줄 요약: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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