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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Apr 24. 2023

아들의 첫사랑

거꾸로 쓰는 육아일기

내가 본 아들의 첫사랑은 홍역을 앓는 것 같았지만 그는 꿈속 같았겠지.


주에 $100을 용돈으로 받던 아들은 여자 친구가 생기자, 용돈이 턱없이 부족했나 보다.

어느 날 KFC에서 주 2회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며 학교가 끝나면 출근했다. 여자친구인 A는 가족이 모두 한국에 있어서 홈스테이 중이었다. 아들 홈스테이 시절에 고생했던 경험이 있어서 가끔 별식을 만드는 날이면 A를 집에 데리고 오라고 해서 식사를 하곤 했다. 일주일에  하루 이틀 오던 A는 방문 횟수가 점점 늘어서 거의 매일 왔다.

A의 홈스테이 집에서도 잦은 외출을 걱정하더니 아들을 만나고 난 뒤부터는 별 반대 없이 매일 우리 집에서 밥 먹고 놀다가 저녁 늦게 돌아가곤 했다. 1년이 지나도 2년이 지나도 둘 사이는 더 좋아졌고 호주에 가족이 없는 A는 아들을 많이 의지하는 듯했다.

17세부터 운전을 했던 아들은 여자친구의 운전기사 같았다. 둘은 주말이나 목요일(쇼핑 데이-쇼핑센터나 음식점들이 9시까지 영업하는 날)이면 영화를 보기 위해 외출했다.

데이트하랴 기사 노릇 하랴 일하랴 방과 후 아르바이트 다녀오는 아들을 보면 피곤함으로  얼굴과 어깨까지 축 늘어져 무겁게 보였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고생도 모르게 키웠는데 여자친구를 위해 공부는 남의 일이 되어버렸고 밤늦게 돌아오는 아들을 보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없어서 더 안타까웠다. (가끔 언니, 동생에게 하소연하기도 했다)

마치 홍역을 앓고 있는 것 같아서 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내가 남편과 데이트할 때도 서로 1분 1초도 떨어지고 싶지 않았던 아쉬움의 나날이었으므로 아들을 이해했고 때가 되면 공부하겠지 생각하며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어느덧 고등학교 졸업하는 시기가 돌아왔다.

A는 대학에 입학했고 아들의 성적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 방 청소를 하다가 침대 밑에 종이가 한 장 있었다. 펼쳐보니 고등학교 12학년에 전체 학생이 보았던 대입 기준 시험의 결과표였다. 그 점수로 대학 진학이 가능한지 딸에게 물어보았더니 불가능하다고 했다.


아들은 대학에 진학하기 싫다며 (우리가 자기 성적을 알고 있음을 모르는 상태임) 마침 KFC에서 졸업도 했으니, 풀타임으로 근무 제안이 들어왔다며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성인이 된 아들이 자신의 미래를 자신이 결정하고 행동하는 일은 당연하지만, 지금의 선택을 후회하는 날이 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들을 너무 믿고 기다려 준 내 탓은 없을까? 지금이라도 대학 진학을 해서 공부를 하고 싶은데 불가능한 현실을 자책하진 않을까? 자식을 키우면서 그때처럼 답답하고 어렵고 안타까웠던 적이 없었다.

A가 대학생이 되고 학교도 멀다 보니 아들과 만나는 횟수가 점점 줄었다.


아들은 KFC에서 근무하며 몇몇 직원들과 가깝게 지냈다.

그 직원 중의 한 명이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나라에서 운영하는 학교에서 필요한 과목을 공부한 후 그 성적으로 대학에 입학할 계획이라며 아들에게도 도전해 보라고 권했다고 했다.

아들은 그 학교(TAFE)에 상담을 신청했고 자신이 어떤 진로를 선택하고 공부하면 좋을지 여러 가지를 문의한 결과 호주에서 심하게 부족한 직업군으로 간호사, 특히 남자 간호사가 귀하고 부족한 호주 현실을 알게 되었다. 아들은 간호대 공부를 시작했고 1년의 과정을 기준 성적 이상으로 마치면 간호대학교 2학년으로 편입하는 코스였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서 병원 실습이 있는 날이었다. 실습 도중 출혈이 심한 환자가 들어왔고 강사는 이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행동해야 한다며 설명하는데 비위가 약한 아들은 실습실에서 견딜 수가 없었고 피를 보자 무섭고 속이 불편해서 구토까지 했다는 아들. 그 이후로 아들은 학교에 가지 않았다.


근무 중인 KFC에서 매니저 제안을 받은 아들. 함께 근무하는 다른 매니저들을 지켜보았지만,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며 정중하게 거절했다는 아들의 말에 '잘했어! 아들'이라는 대답이 내 입에서 나왔다. 왜 그랬을까?

나는 무엇을 믿고 있는 것일까? 자식을 믿어야함에는 이유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딸이 대학 진로를 결정하게 되었다.

호주는 치과 진료비가 정말 너무 비싸다. 그래서 우리는 치과대학을 가면 어떻겠냐고 물어보았더니 약대에 가고 싶다는 딸.

한 집에서 아들은 KFC 직원, 딸은 대학생.

어느 날 아들이 "다시 공부해 볼까?" 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때 남편이 잘 생각했다며 대학 과정을 공부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방법은 후회할 확률이 높다고 했다.

TAFE에서 다시 공부하고 성적을 올려서 대학에 진학하고 1년을 열심히 공부했는데 정말 자신과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 그때 그만둔다면 후회는 없을 것이라며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해보라고 했다.

아들은 자신의 대학 진학을 위해 화학과 컴퓨터 과목을 선택해서 공부를 시작했다.



한 줄 요약: 부족해도 넘쳐도 자식은 사랑 그 자체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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