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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Sep 04. 2023

 앵무새 날아가다

호주 이야기

고양이들이 산책만 나가면 앵무새 두 마리가 무섭게 공격한다.

마당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며칠 이어지자, 남편과 함께 마당에 나가야만 고양이들 산책이 가능하다.

새들이 앉아있는 나무에 가서 보니 새 둥지가 보인다.

새끼를 보호하느라 저렇게 예민해졌다고 생각하니 미안하고 신기하다.

둥지가 있는 나무는 거실 유리창과 5m 정도 떨어져 있어서 가깝고 둥지가 보인다.

창가에 고양이가 앉으면 앵무새가 날아오며 유리창을 쪼아대곤 한다.


앵무새 두 마리가 분주하게 날아다니고 울던 어느 날, 빈 둥지에서 짹짹짹 새끼 새 소리가 난다.

가까이 가서 보니 새끼 앵무새가 짹짹거리다가 우리를 보더니 둥지 속으로 숨는다. 고요하다. 우리를 경계하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대부분의 앵무새는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다.

호주에 있는 대부분의 새는 사람들이 자신을 해치지 않음을 안다. 음식을 먹을 때면 가까이 오기도 하고 사람이 가까이 가도 날아가지 않는 편이다. 까마귀와 까치 외 몇 종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그렇다. 산란기에는 아주 예민해지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고양이들의 부모인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새도 보호하고 고양이들도 산책하려면 우리가 그들과 동행해야 한다. 읽던 책을 덮고 마당 구석구석 돌아다닌다.

앵무새 부부도 얌전하다. 고양이들도 우리 따라 이리저리 날듯 뛰어다닌다. 앵무새는 나무에 앉아 고양이를 바라만 볼 뿐 공격하지 않는다. 그들의 행동에서 자식을 지키려는 부모의 한마음이 분주하다.

새끼 새가 둥지 밖으로 모습을 보인 지 삼 일째.

첫 비행을 했을까? 30cm 정도 아래 나뭇가지에 앉아서 짹짹거린다.

이제 우리도 경계하지 않는다.

남편은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

날아왔어, 뛰어왔어, 걸어서 왔나!!

새끼 새는 대답 없이 쳐다본다.

새의 첫 외출을 알아차리고 부모가 날아온다.

새끼 주변을 날며 긴장한 듯하다.

그 순간 어설프게 날갯짓하던 새끼 새는 둥지 옆 나무로 날아서 옮겨 앉는다. 앵무새 두 마리는

새끼를 보호하느라 나무 주위를 빙빙 돌며 멀리 가지 않는다.

땅과 가까운 나뭇가지에 앉아서 짹짹 소리만 반복한다.

퇴근하자마자 남편은 새끼 새를 보러 간다. 아직도 그 나무에서 소리만 내고 있다.

마당이 은백색 물감을 칠한다. 하늘은 노을을 숨겨놓고 새들을 재운다.


술래에게 들킨 노을은 다시 구름 밖으로 걸어 나온다.

새들이 한 마디씩 시작한다.

새 둥지가 있는 나무가 고요하다.

새끼 새를 데리고 가버린 나무에 바람마저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남편은 울었을지도 모른다.

다음날 뒷모습이 허전한 남편은 마당 구석구석 돌아다니다 익숙한 새끼 새의 소리를 듣는다.

짹짹짹 ~ 우리 집과 아랫집 담장에 미루나무보다 더 높이 솟은 유칼리투스 나무 중간쯤 앉아서 종알대는 새끼 새를 발견. 하루 사이에 꼬리가 좀 더 길어졌다는 남편. 어린 새에게 혹시 모를 까마귀의 공격을 걱정한다.

새벽이 오자 다시 새끼 새 소리가 둥지에서 들린다. 남편이 다가가자, 앵무새 마리가 유칼리투스 나무를 향해 날아간다. 너무 이른 독립은 아닐까! 좀 더 키워서 가면 좋으련만 남편의 안타까운 표정이 아프다.

빈 둥지가 허전하다.


아들이 결혼할 때보다 더 내려간 그의 어깨.



한 줄 요약: 모두 떠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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