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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Apr 25. 2022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

호주에서 운전하려면

호주에 입국해서 운전을 해야 할 경우 자동차 등록 센터를 방문해서 한국 면허증을 제출 하면 호주 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그다음 반드시 도로주행 연수를 최소한 2시간 이상 받기를 강력히 부탁하고 싶다.

호주에 이민 왔을 때는 한국 면허증이 있어도 호주 면허증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필기, 실기(주행시험) 시험을 통과해야만 했다. 필기는 한 번에 합격했고 본인의 차로 주행 시험을 보기 위해 감독관을 기다렸다. 감독관이 내 이름을 호명했고 차가 주차되어 있는 주차장으로 갔다. 감독관은 밖에서 시동을 2단만 걸고 브레이크를 밟아라, 좌우측 방향 제시 등을 켜봐라, 조수석에 타서는 와이퍼, 비상등, 에어컨 버튼은 어떤 건지 룸미러 밑에 붙어있는 작은 바는 무슨 용도로 사용하는 것인지, 후진기어를 넣어라 등등.

호주 주행시험에 전혀 사전 지식이 없었던 나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감독관이 출발하라는 지시에 따라 도로로 나왔다. 좌회전, 우회전, 차선 변경 등 총 주행시험이 30분 정도 소요되는데 한 10분쯤 지났을 때였다. 다음 유턴 가능 지역에서 유턴해서 등록센터로 다시 돌아가라고 했다. 이유는 모르지만 ‘떨어졌구나 ‘라고 생각했다.

주차장에 도착한 그는 나를 채점한 종이를 보여주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항목별로 복잡했고 일단 내가 위반한 내용은 이랬다.

핸들을 한 손으로 잡았고, 차선 변경 시 고개를 돌려서 뒤를 확인해야 하는데 안 했고, 좌회전 시 파란불이 

켜있을 경우 반대차선에 직진차가 없으면 좌회전이 가능한데 하지 않았고, 사이드미러를 가끔씩 확인해야 하는데 한 번도 하지 않았고, 특히 공사구간에 길가에 세워진 시속 40km 주행 속도를 무시하고 60km 이상으로 주행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실격했다고 했다.

"너는 운전을 참 잘한다. 그러나 호주 도로교통법을 전혀 모르고 있다." 주행 연수를 받고 다시 시험을 보라고 했다. 충격이었다. 무사고 운전경력이 워낙 오래되어 필기는 몰라도 실기시험은 걱정도 하지 않았었다. 

지인분의 도움으로 몇 번 주행 연수를 받았다. 2번째 주행 시험 날 또 지난번 감독관이 걸렸다. 합격에 인색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사람이었다. 두 번째는 정확하게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school zone에서 속도가 40km였는데 속도를 초과했고 중요한 항목은 1개만 위반해도 실격이므로 또 중간에 등록센터로 돌아오고 말았다.

3번째도 실격!!

지인의 남편은 감독관의 친구가 부산에 있는데 이 부부도 부산이 고향이었다. 시험 중에 부산 이야기만 하다가 돌아와서는 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다음에 호주 도로 교통법을 잘 모르고 운전을 하다 보니 여러 번 접촉사고를 냈다며 3번 떨어진 경험이 호주 교통법도 알고 혹시 앞으로 일어날 수도 있는 사고를 방지하는 일이 될 거라며 나를 위로했다. 

4번째 주행시험은 다른 감독관이었다. 운전 중에 감독관에게 나는 3번이나 떨어졌고 오늘은 꼭 합격하고 싶다고 말했다. 30분 주행 후 감독관은 너처럼 이렇게 운전을 잘하는데 왜 불합격되었는지 모르겠다. 완벽한 합격이라며 체크사항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경험을 가진 나는 남편, 아들, 딸을 연수시켜 모두 한 번에 합격했던 경험이 있다. 

이런 것처럼 각자 나라마다 법이 있어서 호주에서 운전을 하려면 면허증을 아무런 절차 없이 받았다 하더라도 도로 연수를 2시간 이상 꼭 하기를 추천한다. 호주 사람들은 100% 법대로 운전한다. 신호등이 없는 삼거리에서도 직진 차 우선을 반드시 지킨다. 양방향 모두 좌회전을 할 경우 좌측에 있는 차가 우선순위고 후진도 직진 차 우선이 100% 적용된다. 한국은 일단 끼어들거나 먼저 출발 한 차가 우선순위가 될 수도 있지만 호주는 법을 모르고 안 지키면 100% 사고로 이어진다.

4월 13일 한국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통해 입국한 4명의 20대 여성이 퇴근길에 고속도로에 진입하려다 트럭에 부딪히며 끼인 상태로 150m가량 차량이 이동한 뒤 멈추었고 트럭기사는 가벼운 부상을 입었지만 한국 여성은 모두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호주에 입국한 지 2주 만에 벌어진 사고였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 사람들은 이구동성 얼마나 가슴이 아프고 슬픈지 그들의 가족들은 이 소식에 얼마나 놀라고 큰 충격을 받을지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 입을 모았다.

내가 소속되어 있는 한인 문학회 회원 중에 한 분이 전 한인협회장을 지낸 분으로 교통사고 상항을 알아보니 변호사 사무실에서 사건을 맡아 진행 중 이라고만 알고 있다고 했다.

한국 사람들에 비해 호주 사람들은 도움을 청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면 주저하지 않고 달려가서 돕는 편이다. 노약자나 여성들에게는 뭐든 양보도 배려도 잘한다. 하지만 운전만큼은 법을 정말 잘 지킨다. 운전 중 핸드폰을 터치만 해도 벌금이 $1,200이 넘는다. 벌금도 많지만 서로의 안전과 귀한 생명을 위해 교통법을 배워서 운전하기를 바라본다.

4명의 여성들에게 명복을 빌며 그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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