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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Apr 29. 2022

감나무에서 홍시가 될 때까지  

기다림

     

태풍이 자주 오는 이곳에서 감나무의 감들은 견딜 수 없을 만큼 흔들리고 햇볕 없이 며칠씩 비에 젖고 한밤의 냉기까지 힘을 다해 살아낸다. 햇볕의 강도가 반시간 정도 일광욕을 했더니 벌겋게 피부가 화상을 입었던 여름도 온전히 받아들이며 익고 익은 홍시를 땄다.

어릴 적부터 딱딱한 감을 구입해서 항아리에 넣거나 아파트 베란다에서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 가 먹던 맛과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런 맛을 사람들은 왜 기다리지 못할까 생각했다. 내가 찾은 이유는 온전한 하나의 홍시로 만날 확률은 50% 정도로 줄어든다. 곤충들의 피해나 환경으로 인한 상처들과 그들이 지나오며 견뎌낸 아픔까지 홍시 속에 들어있기 때문이 아닐까?     


오래전 아이들과 외식 후 소화시킬 겸 오락실에 갔다. 탁구게임 자동차 경주 게임 등을 하다가 농구 게임을 했다. 그런데 옆에 아빠와 어린아이가 농구골대에 공을 던지는데 아이는  힘이  부족해서인지 골인이 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며 ‘좀 더 힘을 주고 공을 약간만 위쪽으로 던지면 들어갈 거야’라고 나는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 아빠는  아이가 한 번도 골인을 하지 못하는데도 잘한다고 응원만 했다. 우리를 지켜보던 아이가 골인을 하고 싶다고 아빠에게 말했고 그는 그럼 게임 한 번 더 해볼까? 라며 동전을 기계 속으로 넣었다. 공이 줄줄이 내려왔지만 아이는 한 번도 넣지 못하고 또 게임은 끝났다.   

   

그 아이의 아빠와 나는 참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족한 것을 느끼고 스스로 찾아서 배울 때까지 기다리는 마음과 나의 마음을 비교해 보았다. 내가 옳고 늦거나 못한다고 생각하면 망설임 없이 의견을 말했던 나였다. “시간도 줄이고 단점을 걸러서 장점으로 가면 쉽고 빠르게 결과를 얻을 수 있고 나처럼 고생하는 걸 줄여주면 좋잖아”라는 생각은 오직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경우가 반복되면 스스로 뭔가를 만들어 가는 노력을 해볼 기회가 줄어들고 방법을 배우지 못하며, 어려움을 극복하고 완성해 가는 단계를 거쳐 결과를 얻었을 때의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점에서 큰 성격적 장애가 올 수도 있다고 한다.     

감이 홍시가 될 때까지

어린아이가 실패를 통해 깨닫고 배워서 잘할 때까지

기다림의 여정이야 말로 얼마나 아름다운 결과를 가져올지 생각해본다.     



홍시를 땄다  

   

올해 마지막 홍시

끝까지 버티느라 껍질에는 윤기도 없고

곤충들이 괴롭힌 흔적도 있지만

가지가 꺾일 것 같은 태풍도 견디고

밤낮으로 뿌려대던 비를 맞으며

차가운 달의 시선이 던지는 외로움도

다 벗어버리고 싶은 태양의 집요함도 지나온

가득함  

   

기다림의 이유를

견디는 외로움을

스스로 견디어 온  열원을

말없이 내게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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