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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May 19. 2022

유학에서 이민으로

2. 아이들 적응 시기

아들은 10학년 딸은 9학년으로 둘 다 고등학교에 편입했다.

한국에서는 최소 10과목 이상의 수업을 했지만 영어, 수학만 필수고 나머지는 본인이 원하는 과목을 4개 더 정해서 총 6과목이 전부였다. 과외나 학원도 다니지 않았다.

가끔 아이들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오면 침실에 왜 책상이 있는지 참 신기하다고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부는 학교에서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둘 다 공부를 열심히 했다. 딸은 거의 전교 5등 안에 늘 들었고 아들은 인생의 첫 여자 친구가 생기면서부터 공부가 남의 일이 되기 시작했다. 일 년에 한 번씩 성적우수자들은 학교에 출장뷔페를 시켜서 선생님들과 식사를 하곤 했는데 딸은 늘 해당자였다. 식사를 하고 나오면 오빠가 창밖에서 안을 기웃거리며 보고 있다가 동생이 나오면 맛있는 음식이 많이 있느냐 어떤 음식이 있더냐 하며 묻곤 한다고 딸이 웃으면서 말했다.

하루는 딸의 수학선생님이 너무나 놀란 표정으로 아들 이름을 말하며 너의 친오빠가 맞느냐며 수업태도며 성적이 하늘과 땅 차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며 너의 오빠는 수업시간에 여자 친구 손만 만지작거리며 공부에는 관심이 전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아이들이 주에 2~3일씩 KFC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딸은 카운터에서 일을 했지만 아들은 주방에서 치킨 등을 튀기고 음식 만드는 일을 했다.

12세쯤부터 주변 친구들이 모두 아르바이트를 해서 자신의 용돈을 스스로 책임지는 문화라서 그런지 딸도 오빠 따라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입사할 때 수학 시험을 보는데 단순한 초등 수학 문제 비슷하다고 했다. 매니저가 이 시험에서 만점 받은 직원은 딸이 처음이라면서 너는 수학 천재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며 신기해했다.

아들이 먼저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그 성적으로는 대학교에 진학이 거의 불가능했고 본인도 대학은 아직 생각 없다며 KFC에서 풀타임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매니저 자리를 제안받았지만 그것도 싫고 주 5일 일하고 여자 친구랑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딸이 드디어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치대, 약대, 선택을 고민하다가 약대로 정했다. 우리는 치대를 갔으면 했으나 본인의 결정을 존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대학 진학을 의논했다. 남편은 아들이 대학을 진학해 보지 않은 상황이므로 일단 진학을 해서 공부를 해보다가 자신과 맞지 않으면 그때 그만두어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다만 공부도 경험해 보지 않은 상태에서 포기는 권하지 않는다며 한번 대학 진학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을 해보라고 했다.

고등학교 성적을 올리려면 원하는 대학에 따라 과목에 차이는 있지만 다시 1년을 정부에서 운영하는 TAFE에서 수업하면서 일정 수준의 성적을 받아서 대학에 입학해야 한다.

1년을 열심히 공부하더니 그 성적으로 임상병리학과에 합격했다.



약대에 입학해서 행복하기만 하던 딸의 일상에 변화가 생겼다. 아들이 TAFE에서 공부하는 일 년 사이 늘 장학생, 우등생이던 딸은 대학교에 적응이 쉽지 않았다. 대우만 받고 다니던 고등학교와 다르게 담임선생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서 해야 했고 수업이 생각보다 힘들었는지 학교 가는 날이 점점 줄어들다가  2학기가 되어서야 수업을 거의 포기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편의 실망감이 얼마나 컸던지 옆에서 지켜보는 나 자신도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늘 우등생, 장학생의 생활만 하던 딸은 실패라는 걸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번 일 년간의 생활이 너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스승이 될 수 도 있는 시기라며 나중에 딸이 엄마가 되었을 때 자식이 공부를 못하거나 실패를 하게 되면 넌 정말 이해나 위로를 할 수 없는 엄마일 수도 있었을 텐데 좋은 경험이라고 말했다.

아들이 대학교 1학년 딸은 1학년 과정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둘 다 대학 일 학년인 샘이다.

이제 또 다른 시작이다.

그런데 아들이 동생이 공부하는 약대를 본인도 가고 싶다면서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다행히 임상병리학과 1학년 1학기 과목과 약대 1학년 1학기 과목이 동일했다. 그때부터 아들은 또 공부를 엄청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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