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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May 23. 2022

유학에서 이민으로

3. 패자 부활전이 가능한 나라

딸은 원래 잘하던 아이라서 그런지 새로 시작한 일학년부터 성적이 좋았다.

임상병리학과 일 학년 일 학기 전과목A로 마무리한 아들은 약대 총괄 교수에게 편지를 썼다.

약대 일 학년 일 학기 과목과 동일한 임상병리학과 성적을 첨부하고 약대로 전과를 받아준다면 최선을 다할 것이고 당신의 선택이 얼마나 탁월한 것인지를 , 또 네가 나를 약대로 전과를 허락한다면 너는 행운을 잡는 거라는 내용이었다.

내용을 듣고 많이 놀란 나는 자신감이 있어도 좀 병적인 수준인 듯한데 좀 말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남편에게 물었다. 본인의 일은 본인이 알아서 하도록 두고 우리는 지켜보며 응원이나 하자고 했다.




아들의 입학허가를 놓고 교수들과 회의를 했는데 고등학교 성적이 부진해서 TAFE을 거쳐 입학한 학생들 중에 제대로 졸업을 한 학생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며 반대를 한 교수들도 있었다. 하지만 전 과목 A는 아무나 받을 수 없는 결과라며 이 학생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고 총괄 교수님의 찬성으로 전과가 결정되었다.

편지 내용이 자신감이 넘치고 당당해서 얼굴 한번 보고 싶었다며 면접 비슷한 형식으로 교수님들과 면담을 했다. 생각보다 아들은 약대 수업에 흥미가 대단했고 정말 열심히 했다.




아들은 집과 학교의 거리가 30분 정도 떨어져 있지만 아침시간에는 교통체증도 있고 학교 옆으로 분가해서 공부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대학 졸업률이 20% 이하인 호주는 대학생이 되면 정부에서 월세와 용돈 등의 명목으로 월 백만 원 이상 지원을 해준다.  그 지원도 받고 아르바이트도 주 1,2회 하면서 대학 생활이   바쁘고 알차게 지나갔다.

거의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하는 아들 성적은 당연히 과 수석을 유지했고 시험기간에는 친구들이 시험 요 약분 좀 달라고 하면 A4용지에 정리해서 모두 나눠주기까지 했다. 자신이 정리한 자료들이 교정 뜰에 복사되어 굴러다니는 것을 아들이 본 적도 있다고 했다.

2학년이 되어 신입생이 들어왔을 때 만약에 너희들이 약대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해결이 가능한 사람이 도서관에 가면 있다며 아들의 자리와 이름을 학생들에게 알려 줄 정도가 되었다.

2학년부터 약국 실습을 병행해야 하므로 약국에서 주 1~2회 근무하게 되었다. 4학년 때는 교수들과 병원에서 사용하는 처방전 사이트를 만드는데 동참하기도 했다. 4학년을 마치자 근무하던 약국에서 일 년간의 인턴생활을 제안받고 근무하면서 공부하면서 약사고시 준비를 했다.

과제도 있지만 마지막 시험에서는 말로 하는 테스트가 꽤 긴 시간 감독관이 환자 역을 맡아서 여러 가지 질문을 하는데 그 오랄 테스트가 난이도가 좀 높다고 했다.

아들과 딸이 같은 전공을 하니 서로에게 도움도 많이 되었다.  환자의 케이스마다 약이 다른 종류도 있기 때문에 서로에게 경험을 이야기하며 실수할 수 있는 일들을 최소화했다.




공부하는 중에도 어려움이 있으면 언제든 교수와 상담이 가능했고 학교 측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본인이 간절히 원하고 노력만 가능하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좀 다른 것 같다. 같은 과에 40대 학생들도 몇 명 있다고 했다.

한국은 똑똑한 사람이 너무 많다. 우리 아이들은 한국에서 똑똑한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본인이 해보고자 했을 때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과 그 과정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 주변에 요청만 한다면 모두 친절하게 도와준다는 점에서 조금은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거기에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랑인 지구력과 인내심도 한몫했다.




둘 다 같은 해에 졸업을 하고 같이 인턴생활을 시작했다.

인턴 시험을 합격하고 약사 2년 차에 아들은 매니저 제안을 받았다. 대표가 건강이 좋지 않아 출근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출퇴근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주유비도 지원받고 연봉도 꽤 많았다.

매니저로 근무하며 늦게까지 야근도 하고 식사도 먹지 못 할 만큼 바쁜 날도 많았다. 주인이 없는 약국을 운영한다는 일이 쉽지 않았던 아들은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휴식이 필요한 시기임을 알 수 있었다.

동생이 근무하는 약국에 약사를 구인 중에 있었고 좀 휴식도 가질 겸 이직을 했다. 주 4일로 일도 줄이고 대학교 일 학년부터 쉬지 않고 달려왔던 길을 되돌아보며 거기에서 더 발전할 수 있는 일이나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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