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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May 30. 2022

유학에서 이민으로

4. 전화위복

호주는 약사나 의사들이 대부분 아시아 사람들이 많다. 많이 겪어보진 않았지만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호주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랄까 생활 철학이 공부나 과제도 중요하지만 친구 생일 파티도 중요하고 미래보다는 현재가 더 중요한데 미래를 위해서 현재의 일과 미래를 위한 시간 투자를 늘 병행하다 보니 공부가 쉽지 않다고 한다. 현재가 행복하지 않은 상태로 미래의 풍족을 위해서 포기가 잘 안 되고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우리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가 좀 힘들고 그런 이유로 과정이 어려운 대학공부는 대부분 하지 않는다.




딸은 실습을 한 약국에 두 명의 약대 학생이 있었다.

전 과목을 만점으로 졸업한 딸이지만 내성적인 성격과 일만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약국 대표와 별로 유대관계가 없었다. 다른 한 학생은 인도 출신 여성이었는데 말도 많고 오너에게 기분 좋은 말도 잘하고 농담도 잘하는 편이라고 했다.

실습이 끝나고 인턴을 해야 할 약국을 구해야 하는데 대부분 실습하는 약국에서 인턴을 하게 된다. 그러나 딸의 약국에서는 실습 학생이 두 명이다 보니 한 명은 다른 약국을 찾아야만 했다. 처리하는 처방전 숫자로 보나 일하는 스타일로 보나 딸이 당연히 대표의 선택을 받을 줄 알았다. 결과를 듣고 딸은 엄청 실망했고 속상해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인도 학생이 인턴 약사가 되었다.


딸은 집에서 가까운 약국에 이력서를 냈고 면접 후 인턴을 거기서 하게 되었다. 딸도 젊다 보니 집 근처보다는 시내에 있는 약국에서 근무하기를 원했다.

호주는 약국을 개인이 운영하는 곳은 거의 드물고 Franchise Management 형식으로 크게 영양제나 건강식품을 주로 하는 대형 회사, 화장품, 메이크업, 뷰티 등을 주로 취급하는 회사, 처방전을 주로 하는 회사 이렇게 크게 3군데로 나뉜다.

딸과 아들이 처음 근무했던 곳은 뷰티에  비중을 두고 있는 회사였다.

처방전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로 인턴을 시작한 딸은 그곳에서 약사가 된 후에도 근무하고 있다. 아들도 결국은 딸이 다니는 약국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약국 본사 대표가 약사 시절 약국을 운영해 보고 싶은 꿈이 있었는데 작은 약국을 운영하려고 해도 최소 비용이 20억 정도는 있어야 꿈을 실현할 수 있었다.

그래서 몇 명의 친구들과 공동으로 약국을 차리고 약국의 규모가 커지면 그만큼의 추가 대출을 받아서 또 하나의 약국을 오픈하는 형식으로 회사 볼륨을 키워갔다. 골드코스트를 시작으로 해서 지금은 브리즈번, 시드니까지 지점이 늘어나고 있다. 약사만이 약국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약사로 운영할 꿈 만 있다면 대출은 물론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평소 대화가 많은 편인 우리 가족은 아이들에게 약사로 5년 정도 근무하는 동안 창업에 대한 공부와 정보를 수집해서 개인 shop를 오픈해볼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아들은 근무 4년 차에 새로 옮긴 약국에서 오너에게 시간만 나면 운영할 수 있는 방법과 자금동원 방법 등등을 수시로 질문하고 수집했다.  


아들 집과 근무약국이 1시간 정도 거리다 보니 집에서 가까운 약국을 찾아보고 있었다. 마침 같은 회사 약국이면서 집 근처에 새로 인수한 약국이 생기면서 약사가 급하게 필요했고 그곳에서 주 5일을 근무하게 되었다. 그 약국의 오너와도 아들은 친밀감 있게 질문하고 어떻게 하면 약국을 운영할 수 있는지 도움을 청했다.

일단 본사 대표에게 메일을 보내서 너의 상태와 의사를 밝혀놓고 미팅도 하면 운영 가능한 약국들의 정보를 수시로 보내주는데 자신에 맞는 지점을 선택해서 운영을 시작해 보라고 했다. 너의 의사가 중요하지 약국은 많다 약사가 부족해서 본사는 시장에 나와 있는 약국을 인수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했다.  


메일을 보낸 그 주에 본사에서 연락이 왔고 일주일 후에 대표와 만나기로 했다.

아들은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에 사교적이고 농담도 잘하는 편이라서 대표를 만나서 대화가 잘 통했다. 그리고 그다음 주 본사로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고 방문해 보니 4~5군데 지점의 정보를 주면서 운영할 수 있는 지점을 선택하라고 했다.

월 수입이 억이 넘는 지점부터 몇 천만 원이 되는 지점도 있었지만 주변에서는 가장 큰 지점 큰 이익이 창출되는 약국을 운영하라고 했다.  


기업대출을 심사하고 결정하며 관리하는 일을 하던 남편이 서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발전 가능성에 포커스를 맞추고 발전했을 때의 부가가치가 가장 크면서 자금 부담도 적은 지점을 선택했다. 주변 사람들은 큰 수입의 약국을 두고 왜 그런 지점을 선택하는지 물었지만 큰 약국은 대출이 많다 보니 이자부담도 크고 임대료나 인건비등 모든 지출의 규모도 컸다. 처음부터 아들이 감당하기엔 버겁기도 했고 더 이상 발전 가능성이 희박한 지점이라고 판단했다.

인수절차를 거쳐 아들은 약국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딸이 실습한 약국에서 인턴을 했다면 약국을 운영할 기회가 언제쯤  가능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인턴계약에서 실패를 한 샘이지만 이직한 약국에서 운영할 기회를 쉽게 가질 수 있었고 아들이 운영을 하면서 또 배우고 부족한 점들을 보완해서 딸도 약국을 찾아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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