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의 힘

스토리는 서로를 공감하게 한다.

by 김지혜

오랫동안 해외 업무를 지원하고 있는 업체 대표님의 아내 분이 돌아가셨다는 문자를 받았다.

작년 이맘때쯤 업무로 연락이 오셨을 때 아내분이 암에 걸렸다고 함께 기도해 달라고 하시는 말씀을 들었는데…

결국 암을 이겨내지 못하셨구나!

한 번도 뵌 적 없는 분의 장례식에 가야 할까 아주 잠시 고민했지만 이미 나는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해외 설비 검수나 계약 협상 건으로 대표님과 유럽 출장을 가곤 했었다.

유럽 출장지에서는 언제나 아내에게 줄 선물을 사셨다.


출장이라는 건 타인과 업무 이외의 많은 여분의 시간이 주어진다.

비행시간도 길고, 저녁도 같이 먹게 된다.


그러면서 대표님 아내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어떻게 만났으며, 어떻게 사랑하게 되었고, 어떻게 결혼해서 지금껏 행복한지..

대표님의 스토리를 들을 때면 언제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그런 아내분의 사망 소식,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분이다.

그럼에도 장례식장에 도착할 때 즈음, 긴장되기 시작했다.

장례식장에 들어서며 대표님을 보자마자 눈물이 났다.

내 표정을 보시더니 대표님이 바로 안아 주신다.

내가 안아드린 건지, 나를 안아 주신 건지 모를 순간.

떠들썩한 장례식장의 소리들은 마이크를 꺼버린 듯 사라지고 대표님의 작은 흐느낌이 느껴진다.


나는 왜 한 번도 본 적 없는 누군가의 죽음이 이렇게 안타깝고 슬픈가!

대표님이 들려준 스토리! 그녀와 함께 했던 한 청년의 스토리 속에 함께 했다.

본 적 없는 누군가의 삶을 이미 경험한 듯, 알고 있는 듯, 그렇게 나를 애도하게 했다.


누군가의 스토리를 듣는다는 것, 내가 그의 세상 속에 들어간다.

한 번도 보지 못한 누군가를 만나게 하고, 그 슬픔을 기쁨을 같이 하게 한다.

그의 스토리 속에서 작게나마 그의 감정을 공감하게 된다.


이젠 손녀도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된 이 부부의 젊은 삶 속에 나는 잠시나마 서 있다.

그 스토리 속의 청년의 마음을 오롯이 느낄 순 없다.

하지만 그 순간의 마음으로 지금 본 적 없는 그 청년이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애도한다.

그리고 그 마음에 공감한다.

누군가의 스토리는 누군가의 삶 속에서 작은 공감을 일으킨다.

한 번도 보지 못한 누군가의 스토리 속에서 삶의 스토리를 들려준 그 누군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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