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오르막길은 힘들다.

힘들 때, 그럼 올라가는 중입니다.

by 김지혜

자전거로 사무실로 이동한다.

집에서 걸으면 20분 거리지만 자전거로는 10분 만에 간다.

바로 집 앞은 약간의 내리막길이다.

페달 한번 밟지 않고도 시원하고 편하게 내려간다. 그러고 나서는 금방 약간 경사진 오르막길의 연속이다.

내리막길을 갈 때면 기분이 참 좋다. 핸들만 넘어지거나 부딪치지 않게 조정하고 브레이크로 속도를 조절하기만 하면 된다. 약간의 긴장이 필요하지만 아주 편하다.

하지만 오르막길이 되면 금방 힘이 든다. 페달도 열심히 밟아야 하고, 가방도 더 무겁게 느껴진다.

심한 경사를 마주하면 아예 걸어서 가겠지만 심하지만 않다면 꾸역꾸역 자전거로 힘들게 페달을 밟아 본다.

사실 이 길이 오르막길이라는 걸 자전거를 타고서야 알게 되었다. 약간의 경사라 걸어 다닐 땐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니 자전거와 가방의 무게가 더해지면서 오르막길이었구나 알게 되었다.


그렇게 사무실에 도착한다.

한동안 왔다가 갈 슬럼프겠지, 무기력이겠지라고 생각했던 나의 상태가 나아지지 않는다.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내가 버겁다.

꾸역꾸역 정말로 해야 할 것들만 겨우 겨우 해 나가는 내가 답답하다.


일은 언제나 복리처럼 느껴졌다.

경력이라는 걸 가진 사람들에게 더 많은 일이 주어지고, 그러다 보면 해본 사람들은 더 많은 기회로 더 잘하게 된다. 그래서 경력이라는 게 중요하고, 어떤 분야에 그 경력을 가진 덕분에 기회를 꾸준히 가질 수 있었다.

새로운 일에 시도하는 이들에게는 기회가 여전히 없다. 경력을 가지려면 일을 해봐야 하지만 일의 기회는 쉽게 무경력자에게는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일이라는 세상에 첫걸음을 뗀 사람들에게는 세상이 너무 어렵기만 하다.

새로운 일을 시도해 보는 이들에게도 결국 자기가 하던 일로 돌아가버리기 쉬운 것도 그 기회라는 것이 결국 해본 사람에게 자꾸만 가버리기 때문이다.

어떤 일의 초짜에겐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럼 어떻게 경력직이 되란 말인가..

그래서 일은 결국 복리다.

그럼 내가 이미 해보고 하던 일은 점점 더 잘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의 난 너무 답답하다. 왜 이렇게 오랫동안 하던 일이 버거워지는 걸까?

그동안 난 일의 내리막길에서 그 복리를 누리며 너무 편안하게 약간의 내리막길을 누렸던 것 같다.

순간 너무 편안해서 내리막길인 것을 인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지금 그 내리막길을 편하게 내려온 난 결국 약간의 오르막길에서 일에 버거움을 마주한다.


자전거는 평지조차도 페달을 밟아야 한다. 난 무언가 간과하며 복리의 기회를 나의 능력인양 착각했던 것이 분명하다.

지금의 나의 상태에 ‘왜!’라고 자꾸만 물어봐도 이유도 알 수 없고 그냥 스스로의 게으름, 더 부지런하지 못한 나 때문이라고 자책만 하게 된다.


그래서 난 지금의 상태를 오르막길이라 정의하기로 했다.

지금 내가 힘든 건 약간의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없다. 내가 달라진 건 없다. 가방도, 자전거도, 잠시 오르막에서는 내가 그 무게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더 힘든 것이다. 환경이 달라졌을 뿐이다.

이 오르막이 지나고 다시 시원한 내리막을 만난다면, 그땐 인지하자 편안함을 느끼는 건 내리막이라서 그런 거라고.

지금 난 더 높은 곳으로 가고 있는 오르막길을 꾸역꾸역 오르느라 이렇게 힘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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