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혜 Jul 10. 2024

수원시의 토론 운영 방식이 최고인 이유 5가지

시민들의 지혜와 역량을 믿어야 가능한 일 


수원시, 청소년 건강한 성장 방안을 논의하는 300인 원탁토론회에 테이블 퍼실리테이터로 참여하였다.   

시작 30분 전, 도착요청에 따라 수원 컨벤션 센터에 도착하여 서류 작성을 마무리하고, 토론자들이 오기 전에 착석했다. 각 테이블에는 타이핑을 해주는 사람이 별도로 있다. 이 타이핑 담당자는 당근마켓의  아르바이트 공지를 통해 지원했다고 했다. 당근마켓은 그 지역의 사람들의 거래를 위한 것이다 보니, 타이핑을 해주는 아르바이트생 또한 수원 사람이었다.  


한 때는 전문 퍼실리테이터로서 다른 지역에 토론을 진행하고 지원하던 나에게 이 행사의 경험은 

내가 사는 지역의 사안은 지역의 퍼실리테이터가 양성되어 진행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해 주었다. 

 

본 토론에서는 두 가지 사건에 대한 토론이었다.


하나는 수원역 인근 민간 전시장 ‘수원메쎄’에서 2024년 3월 20~21일, 양일간 성인 페스티벌 (일본 성인영화배우들이 초청돼 팬 사인회와 란제리 패션쇼 공연 등)을 진행하려고 했던 건에 대한 토론이었다. 이 페스티벌이 있을 장소의 인근 50m에 초등학교가 있고 수원시와, 국민 동의 청원을 통해 취소시킨 사건이었다. 


또 다른 주제는 2023년 7월, 수원역 인근 디스코팡팡 영업장에서 DJ(직원)가 청소년 성매매 강요, 티켓 강매, 폭행 등으로 피해 사건 발생하였는데 성범죄가 발생했던 동일한 장소에서 같은 업종으로 영업을 재개한다는 소식에 대하여 시민과 수원시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논의해 보는 시간이었다. 이 일은 사실 토론 전에는 내가 몰랐던 사건이었고 집에 와서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는 있었다. 나는 이번 토론이 아니었으면 모르고 있었을 사건이라는 것에 부모로서 스스로 반성했다. 

 

두 청소년의 부모로서 내가 사는 곳 인근에서 일어난 이 사건들에 대한 토론은 남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나의 이야기 내 아이와 관련된 사안들이었다. 


나는 한동안 셀 수 없을 만큼의 시민토론에 직업적 퍼실리테이터로  활동해 왔다. 그런 전문 퍼실리테이터의 관점에서 본다면, 오늘 참여한 테이블 퍼실리테이터의 전문성을 논하고자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한 시민으로서, 지역의 주민으로서, 퍼실리테이터로서, 두 청소년의 엄마로서 나는 수원시의 토론 운영 방식이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어떤 토론 보다 효과적인 최고의 설루션이라고 보게 되었다. 그 이유를 5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1.     지역의 문제를 오롯이 지역 주민들과 논의 함으로써 몰입도가 높다. 

토론자, 타이핑알바, 퍼실리테이터 모두가 지역의 주민이다. 모두가 주제에 몰입하게 되고, 이건 당장 나의 일, 내 바로 인근의 일이라는 생각으로 참여하고 몰입한다. 


2.     지역 홍보와 관심도가 높아진다. 


내가 몰랐던 사안들을 알게 되고, 시에서 어떠한 노력을 해왔는지, 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 세세한 부분까지 애쓰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고 시장님과 시 관계자들에게 지역 주민으로 고마운 마음이 든다. 


3.     지역 주민으로만 구성된 역할자들은 주제에 대한 빠른 이해가 가능하다. 


전문 퍼실리테이터로 다른 지역에 참여하게 되면, 그 지역의 이름이나 맥락들을 이해할 수 없어 참여자들에게 다시 묻거나 지역 스토리를 잘 모른다고 여기면 토론자들은 퍼실리테이터에게 추가적인 설명을 한다. 이런 맥락적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토론자들의 토론 시간을 잡아먹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지역 주민으로만 구성된 토론자, 퍼실리테이터, 타이핑 알바 모두 동네 이름, 건물이름, 지역 이름에 익숙하니 추가적인 이해를 위한 시간 낭비가 없다. 


4.     지역에 토론을 위한 비용은 결국 지역 주민에게 돌아간다. 


퍼실리테이터도 비용을 받고, 타이핑을 하는 사람도 아르바이트 비용을 받는다. 금액의 크기와 상관없이  다른 도시에서 온 사람들이 그 지역의 일을 하고, 비용을 받아서 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 내 경제에 기여한다.


5.     주민의 지식과 의식 강화에 동기부여가 된다. 


코로나 시절, 외부 활동을 할 수 없는 동안 찾아보다 알게 된 수원 시민 대학은 매번 지역 주민으로서 필요한 강좌들이었다. 퍼실리테이션 방법, 통장 역할 관련, 소통과 갈등 해결 등, 지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과정들이 무료나 아주 저렴한 금액으로 꾸준히 개설된다. 이런 지식을 배워서 어디에 써먹나 고민하며 망설이던 시민들이나, 관심이 없던 시민들에게 이러한 토론의 장에서의 활동은 학습의 의지와 동기 부여가 된다. 



수원 시민 토론을 통해 지역 주민이 퍼실리테이터로 참여한다면 얼마나 다양한 효과를 가질 수 있는지 직접적으로 경험한 시간이었다. 수원시의 이러한 토론 운영 방식은 단기적인 안목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그 효과성을 스스로 지속적으로 테스트하고 검증해 왔을 것이다. 기관의 입장에서 당장의 목적과 결과물을 가장 빠르고, 편하게 내어주는 업체와 일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수원시의 경우 당장의 목적과 더불어 장기적인 관점으로 토론을 진행하는 다면적 관점에서 오랫동안 이끌어왔다. 

아마도 그 여정에서 사업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업체들의 설득과 로비 아닌 로비, 비판을 마주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수원시에서는 시민들의 역량을 흔들림 없이 믿었고, 그러한 믿음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국제 퍼실리테이션 기관인 ICA(The Institute of Cultural Affairs International)에서는 대화의 전제(Working Assumptions)로 토론에 임하기 전, 갖추 어야 할 마음가짐으로서 몇 가지 조건들이 있다.  

그 첫 번째 조건이 바로 Everyone has wisdom. (모든 사람들은 지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워크숍과 토론을 진행하다 보면 가장 어려운 부분이, 참여자들이 해낼 수 있다고 흔들림 없이 믿는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힘들어하거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거나 몰입도가 떨어지거나, 참여의 열정이 식어가는 참여자를 바라보는 그 순간에도 퍼실리테이터들이 잊지 말아야 하는 덕목이 바로 참여자들은 해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그 믿음이 흔들리지 않고 지원하면 참여자들은 결국 해 낸다. 

수원시가 보여준 태도가 바로 이 대화의 전제와 닿아 있다. 

시민들에게, 시민교육을 진행하면서, 토론에 그들을 초대하고 참여시키고, 역할을 맡기면서 보여준 태도가 바로 시민들이 가진 지혜의 역량을 의심 없이 믿고 함께 해왔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https://blog.naver.com/janekimjh


작가의 이전글 인사이드 아웃2 처럼, 한국을 압도하는 감정도 "불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