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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손님, 분홍 소시지, 그리고 신뢰를 지키는 방법

소시지 하나로 배운 무슬림 문화와 신뢰의 무게

by 김지혜

며칠 전, 한국에 단기 연수를 받으러 온 이집트 무슬림 참가자 20명을 대상으로 한국의 문화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들과 만난 것은 한국 생활 5일 차. 그동안 가졌던 궁금증을 쏟아내듯 질문했다. 그중 가장 많았고 가장 민감했던 주제는 단연 ‘음식’이었다.

대부분이 무슬림이었던 그들은 연수원에서 나오는 점심식사를 먹으며 여러 가지 반찬들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다. 연수원 측에서는 돼지고기를 빼고 준비한다고 했지만, 한국 반찬에 대한 문화적 낯섦은 여전히 불안함을 자아냈다. 특히 그들이 먹은 반찬 중 한 가지 의심스러운 반찬의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었다.

바로 핑크빛 옛날 소시지였다.

그들은 내게 혹시 돼지고기성분이 있는지 물었다. 식당에서 확인했을 때 어육, 생선으로 만든 것이라 했지만 여전히 의심을 거둘 수 없었던 것이다.

순간 나는 멈칫했다. 내가 아는 상식은 소시지는 돼지고기로 만든 것이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성분을 검색해 보았다. 놀랍게도 내가 알고 있던 그 소시지는 어육, 즉 생선을 주재료로 만든 저렴한 분홍색 소시지였다. 돼지고기가 주성분은 아니었다. 순간 배신감과 동시에 안도감이 교차했다. 그들에게는 좋은 소식이었다.

내가 검색하는 동안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그들은 생선이 주재로라고 전하자, 안도감에 기뻐했다.

교육을 마치고 다음날, 마음 한편에 찜찜함은 남아 있었다. 소비자에게 소시지는 돼지고기라는 인식인데 어떻게 생선만으로 돼지고기 소시지 인척을 할 수 있는 걸까라는 생각에 다시 검색해 보니, 일부 제품은 소량의 돼지고기 오일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는 분명 돼지고기 인척하기 위해 향미를 더한 것이다.

아무리 적은 성분이 들어도 돼지고기 성분이다.

‘이 사실을 말해야 할까? 괜히 걱정만 키우는 건 아닐까?’ 혹시 식당에 가서 따져 묻는 건 아닐까?

고민 끝에 내가 선택한 것은 진실을 알리는 것이었다. 이 상황을 모른 척 넘기기보단, 다시 같은 음식을 마주할 수 있을 때 그들이 그들의 종교적 율법을 스스로 지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진정 무슬림을 존중하는 태도일 것이다. 조심스럽게 Whatsapp으로 메시지를 보냈고, 놀랍게도 그들의 반응은 차분했다. 나는 그들이 놀랄 까봐 걱정했는데 이슬람에서는 이런 상황이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Qur'an(꾸란, القرآن)은 이슬람의 가장 성스러운 경전으로, 무슬림의 신앙과 삶의 모든 측면을 인도하는 지침서이다.


꾸란에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지 나와 있다.

‘There is no sin on you concerning that which you made a mistake, except in regard to what your heart deliberately intend. And Allah is Ever off- Forgiving, Most Merciful’.

“너희가 실수로 한 일에 대해서는 죄가 없으며, 너희의 마음이 의도적으로 행한 것에 대해서만 책임이 있다. 알라는 참으로 너그러이 용서하시는 분이시며, 지극히 자비로우신 분이시다.”
(Surah Al Ahzab [33] Verse 5).

실수로 먹은 음식, 모르고 섭취한 돼지고기 성분은 죄가 아니며, 진심 어린 사과가 있다면 대부분의 무슬림들은 기꺼이 이해한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의도이며, 우리가 얼마나 진심으로 존중하고자 하는지였다.

한국인으로서 스스로 이 상황에서 심리적 갈등이 존재했다. 이미 먹은 음식에 대해 혹시나 가질 그들의 죄의식, 식당에서 먹을 음식에 대한 신뢰, 앞으로의 음식 준비, 종교에 대한존중과 감수성 등 여러 가지 이슈들이 떠올랐다. 중동 친구와 이 이야기를 나누며 진짜 신뢰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내릴 결론은


“모를 땐, 솔직하게. 알고 나면, 더더욱 솔직하게.”


이 원칙이야 말로 서로 간에 진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기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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