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시스템과 우리의 선택 방식
우리는 매일 수많은 선택을 한다. 아침에 일어나 무엇을 먹을지, 출근길에 어떤 길을 갈지 점심 메뉴는 무엇으로 할지. 대부분의 선택이 무심코 내려지는 것 같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두 가지 사고방식이 숨어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이를 시스템 1과 시스템 2라고 나누었다.
시스템 1은 빠르고 직관적인 사고다. 갑자기 달려드는 차를 피하거나 길거리 간판을 즉시 읽는 것처럼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능력이다. 별다른 노력 없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생각이다.
시스템 2는 천천히 심사숙고하며 신경과 에너지를 집중해야 하는 사고다. 복잡한 계산을 하거나 여러 제품을 비교하며 선택할 때처럼 말이다.
우리는 흔히 자신이 시스템 2, 즉 논리적인 사고로 선택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대부분의 결정은 직관적이고 감정적인 시스템 1에 의해 내려진다. 옷을 충동구매 한다고 생각해 보자. 충동적인 감정에 따라 사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그 흥분이 사라진 후에는 사야 할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하려고 애쓴다.
마트를 가보자. 배고픈 상태에서 들어가면 눈앞의 시식 코너에서 먹어본 음식이 다 맞았다. 결국 계획보다 훨씬 많은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게 된다. 하지만 밥을 먹고, 배부른 상태에서 마트에 가면 가격을 비교하고 세일 품목을 확인하며 필요한 것만 사게 된다.
이 차이는 바로 시스템 2가 의도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는가에 달려 있다.
일상 속 시스템 1의 영향은 생각보다 많다. 피곤할 때 중요한 결정을 내리면, ‘빨리 끝내자’는 감정이 판단을 지배한다. 화가 난 상태에서 메일을 보내면 후회할 말을 쉽게 적는다. 우리의 뇌는 피곤하거나 감정이 격할 때 시스템 1의 충동적 반응에 더 쉽게 끌린다.
나는 통역 일을 하면서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기회가 많았다. 백 명이 넘는 청중 앞에서 어려운 내용을 통역을 하면 긴장 속에서 집중력이 극대화된다. 그 순간 청중이 내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처럼, 청중은 더 이상 나의 시야에 없다. 시스템 2가 거의 100% 작동한다. 모든 에너지를 연사의 말을 듣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그랬던 나는 나는 내가 청중 앞에서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 여겼다. 그러나 통역을 하지 않는 상태, 통역할 때만큼의 극도의 긴장감이 없는 상태였을 때의 나는 완전히 달랐다. 아이의 어린이집 모임에서 자기소개를 할 때였다.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 집중이 필요 없는 상태에서는 시스템 1이 바로 드러나고 부끄러움과 민망함, 당황함이 나를 압도했다. 결국 ‘내가 사람들 앞에서 말을 잘한다’고 생각했던 모습과, 진짜 내 모습은 큰 차이가 있었다.
그 후 나는 토스트마스터즈 클럽에 참여하며 꾸준히 연습했다. 준비된 연설을 하고, 불필요한 ‘아, 어, 음’을 줄이는 연습을 반복하면서 의도적으로 시스템 2를 활용해 발표 능력을 키웠다. 반복적인 훈련과 적절한 긴장 속에서 시스템 2는 점점 자연스러운 시스템 1로 전환된다. 즉,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애써야 했던 논리적 사고가 익숙해지면 직관적으로 체화된다.
이런 경험은 단순히 발표뿐 아니라 일상 속 의사결정에도 적용할 수 있다. 시스템 2를 소환하려면, 의도적 연습과 환경 조절이 필요하다. 피곤한 상태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않거나 화가 난 상태에서는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 것처럼 작은 습관이 큰 차이를 만든다. 또한, 배고플 때 마트에 가지 않고 점심을 먹고 쇼핑하는 것처럼 환경을 조금만 조정해도 시스템 1의 지배를 받는 충동적인 선택을 줄일 수 있다.
우리의 목표는 시스템 1과 시스템 2를 잘 이해하고 필요한 순간에 시스템 2를 의도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삶은 수많은 선택과 판단의 연속이다. 언제 시스템 1이 실수하게 되는지 알고 준비하면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작은 환경 조절, 반복적 연습, 자신을 이해하는 노력으로 시스템 2가 약간은 더 나를 지배할 수 있도록 애써보자.
시스템 1이 주인공처럼 활개를 치지 않도록 스스로의 생각 살펴보기.
1. 일상 속 시스템 1이 부정적으로 작동하는 상황은 언제인가?
(나를 화나게 하는 것, 하고 나서 후회 하는 것 찾아보기)
2. 시스템 1이 나를 지배하지 않도록 행동 변화, 상황에 대한 시도할 설루션은 무엇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