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의 3요소 중 가장 작은 요소에 결국 신뢰는 무너진다.
타인과 협업을 위한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3가지 믿음이 필요하다.
로저 메이어(Roger Mayer)의 신뢰 3요소는 전문성(Ability), 호의(Benevolence), 진정성(Integrity)이다.
첫째, 전문성(능력)은 “이 사람이 맡으면 반드시 해낼 거야”라는 믿음이다.
둘째, 호의 “이 사람은 나와 우리를 위해 행동할 거야”라는 믿음이다.
셋째, 진정성 “이 사람은 말과 행동이 일치해”라는 믿음이다.
좋은 친구관계로 지내는 데는 두 번째, 호의와 세 번째 진정성만 있다면 가능하다. 하지만 함께 일을 한다면 첫 번째 전문성(능력)이 받쳐 주지 않는다면 협업은 어렵다.
민서는 지역 커뮤니티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 민서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연수에게 연락하여 함께 프로그램 진행해 보자고 제안했다. 민서와 연수는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사이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대화도 많이 하였던 친구였다. 민서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관계를 중시하는 성향인 반면, 연수는 업무를 중시하는 성향이었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하기 위해서 서로를 채워주는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민서의 판단에서였다.
연수는 기꺼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며 민서가 실질적 업무에 대한 스킬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러 가지 절차나 문서화나 비즈니스 마인드에 아직 부족한 민서에게 연수는 상세하게 하나하나 알려주었다. 민서가 이후 다른 사람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다시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참조가 될 수 있도록 모든 절차, 내용을 문서화하고 공유하였다.
연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민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업무에 대한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느꼈다. 결국 연수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일을 감당해야 했고 더 많은 설명을 하고 더 많은 내용을 문서화해야 했다. 이 프로젝트 오너는 민서다. 하지만 친구라는 관계는 리더 없이 서로가 알아서 무언가 해야 하는 상황으로 만들어 버렸다. 연수는 프로젝트 오너도 아닌데 왜 이렇게 많은 것을 챙겨야 하나 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지만, 민서에게 말하지 못했다. 친구니까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불만을 누르고 있었다. 친구이기 때문에 감당해야 한다고 여겼다.
프로젝트는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 갈 무렵, 연수는 진행 중 좀 더 좋은 품질로 일을 진행될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었다. 처음 협업하는 상황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했고, 서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응하는데 부족함을 느꼈다. 그렇게 프로젝트는 마무리되었다.
어느 날 민서는 연수에게 다시 연락한다. 함께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고 싶다고 했다. 한 번의 경험은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었으므로, 두 번째 프로젝트는 더 나은 성과와 효율적인 업무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에 수락했다.하지만 그건 연수의 기대일 뿐이었다. 첫 번째 프로젝트에서 많은 노력을 들여 설명하고, 문서화하여 참조할 수 있도록 정리해 두었지만, 민서는 어떤 것도 학습하지 않은 듯했다. 1차 프로젝트와 동일하게 업무 세세한 부분을 챙겨야 하고 그것을 감당하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민서의 태도에 연수는 섭섭했다. 결국 연수 에게 두 번째 프로젝트 완수도 만족스러운 결론은 아니었다.
둘 사이에서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자라는 같은 목표가 있었다. 친한 친구였기에 서로를 위해 행동할 것이라는 끈끈한 호의도 존재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내내 서로에게 약속을 지키며 말과 행동에 어떠한 의심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연수가 가진 민서의 능력에 대한 기대치는 달랐다. “이 사람은 반드시 맡은 바 잘 해낼 거야”라는 믿음은 사라졌다. 결과물에 대한 기대치는 더 나은 결과를 원하는 연수에게는 언제나 아쉬움을 남겼다. 맡은 역할을 수행할 충분한 지식, 기술, 경험은 쌓아 가고 학습되어야 한다. 하지만 프로젝트 내내 민서는 언제나 일을 대충 하며 중요한 정보를 빠트리기 일쑤였다. 결국 연수는 세심하게 다시 체크하는 일을 반복하며 일은 더 많아졌다. 또한 언제나 놓친 업무가 없는지를 불안감에 체크해야 했다.
두 번의 협업 여정에서 지친 연수는 민서와 더 이상 협업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누구나 처음에는 업무적 능력이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연수가 기대한 것은 능력의 향상이었다. 학습하는 능력과 경험을 통한 성찰을 기대였다. 하지만 2차 프로젝트에서 학습하지 않고 처음 할 때와 똑 같이 업무 능력 부족 상태인 민서에 대한 실망감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내내 스트레스였다.
민서에게서 세 번째 협업 제안이 왔을 때 연수는 함께 하지 않겠다고 대답한다. 결국 둘의 관계는 서로 불편해졌다. 친한 관계의 사람과 일을 한다는 것은 관계에서 오는 신뢰를 기반한다. 그럼에도 일에서 능력의 부족이나 능력에 대한 태도는 최소한의 법칙처럼 업무에 필수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일의 화학자 리비히(Liebig)는 성장은 가장 부족한 한 가지 자원이 결정한다는 최소한의 법칙(Law of the Minimum)은 제시했다. 팀에 최소한의 법칙을 적용하면 팀의 성과는 가장 뛰어난 사람이나 가장 많은 자원을 가진 영역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부족한 요소가 어디냐에 따라 좌우된다. 성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이유는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팀이 가진 역량 중 가장 약한 연결고리(weakest link)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법칙 관점에서 보면 팀의 신뢰 수준은 이 세 가지 중 가장 부족한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특히 그중에서도 능력이 부족할 때, 아무리 관계가 좋고 성실하더라도 신뢰는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지 못한다. 능력이 부족한 팀원이나 팀은 업무 수행의 예측 가능성과 결과의 품질이 떨어진다. 이는 자연스럽게 팀원 간 의심과 재확인, 추가 점검과 같은 비효율적인 행동을 유발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성실하고 좋은 사람이며 관계를 잘 맺지만, 맡은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팀은 그 사람을 믿고 맡기기 어렵다. 동료애가 깊어도 “결과를 내는 신뢰”로 이어지지 않는다.
결국 팀에서 신뢰를 형성하는 데 있어 능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요소이다. 아무리 사람이 좋고, 성실하며, 따뜻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신뢰는 일정 수준 이상 자라지 않는다. 최소한의 법칙이 말하듯, 팀의 성과와 신뢰는 가장 부족한 요소에 의해 제한되며, 그 요소가 ‘능력’ 일 때 팀은 성장의 상한선을 넘을 수 없다.
능력이란 고정된 자질이 아니라 꾸준한 성장 의지와 학습 태도에서 만들어지는 결과물이다. 오늘 잘하지 못할 수는 있지만, 배우려는 마음이 있고 개선을 반복하는 사람은 결국 신뢰받는 구성원으로 자리 잡는다. 현대의 조직은 완벽한 사람보다,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사람, 다시 말해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을 신뢰한다.
김지혜 (Jane Jihye Kim)
글로벌 역량 강화/문화간 이해/외국인 한국 사회,비즈니스 문화 이해(영어진행)
퍼실리테이터/DEI trainer /영어 통역사/다양성과 포용성을 위한 문화 토크 커뮤니티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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