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독일과 네트워크 고객 경험 조사(CES) 컨설팅 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고 한국 지역을 담당하고 있다. 독일 본사와 진행하는 CES 프로젝트 일정이 다가오면 담당자와 많은 메일이 오간다.
메일의 절반은 ‘잘 받았다/알았다/답 줘서 고맙다’라는 회신이다.
즉 보내라는 걸 보내고, 알려달라는 것을 답해 주었을 뿐인데 ‘Thank you”라고 회신이 온다.
수신 확인이 되는 사내 메일 계정임에도 매번 이렇게 수신 확인 답변을 받는다.
난 열어보지 않은 새 메일 숫자가 올라가면 마음이 불편한다. 혹시나 중요한 메일을 놓친 건 아닌가 해서 반드시 확인해야 마음이 놓인다.
뭔가 급한 메일인가, 내가 보낸 보고서에 문제가 있나 싶어서 얼른 열어보면 잘 받았다고 “thank you”라는 답변일 경우 허무하다.
그러다 보니 사실 이런 답변 메일은 그다지 반갑지 않다.
어떤 때는 이런 회신 메일은 때문에 앞에 중요하게 확인해야 하는 메일들이 자꾸 밀려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 버리는 불편함도 있다.
답장도 아주 간단하다. 마치 우리가 카카오 톡에서 채팅 하 듯 이메일을 교환하는 느낌이다. 카카오톡에서 누군가 중요 이야기를 하고 나서 그 아래 네/넵/확인/확인했습니다/ 와 같은 답변으로 중요 내용은 위쪽으로 쭉 밀려버리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독일 업체와 일을 하다 보면 내가 보낸 메일이 주말이 아닌 경우 대부분 보는 즉시 잘 받았다는 답장이 온다. 담당자가 휴가로 부재일 경우 언제까지 휴가라 답장을 못한다는 자동 회신 메일이 즉시 오기도 한다.
나는 회사 계정 메일을 쓰고 있어서 메일을 확인했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확인 후 꼭 대답을 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아니면 ‘잘 받았다. 이해했다. 메일 확인했다”와 같은 회신은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메일 확인을 했으면 했다고 확인 좀 달라고 또 메일이 왔다.
이후 난 확인했다는 메일 답변을 꼭 보낸다.
독일 업체와 일하며 알게 되었다. 확인했다는 답변은 필수적으로 하여야 더 이상 같은 건으로 메일을 받지 않는다.
독일 업체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일을 해오는 미국의 거래처도 동일했다.
나는 미국의 투자 및 전문가 인터뷰의 통역사를 지원하는 업체 전속 통역사이다.
인터뷰 건에 대한 스케줄 확인 메일을 받고 나서 즉시 스케줄 확인 답변을 하지 않으면 바로 전화가 온다.
어렵게 전문가의 스케줄을 잡았는데 통역사가 내용이나 일정에 대해서 제대로 확인을 하지 않아 문제가 될 경우에는 엄청난 고객의 컴플레인을 받는다. 메일이 전달이 되지 않으면 이 모두는 담당자의 문제가 된다.
이 업체는 담당자가 정보를 잘 못 전달하여 내가 제대로 업무를 할 수 없게 되면 이에 대해서도 보상한다.
시차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거나, 콘퍼런스 콜 연락처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거나, 업무의 진행에 잘못된 정보로 인해 내가 효율적으로 업무를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보상이다. 메일을 받고 나면 반드시 메일을 받았다고 회신하는 것이야 말로 관련 담당자 모두들 안심시키는 방법이었다.
사실 그동안 해외 비즈니스나 영업, 통역 업무를 하면서 수없이 들었던 외국업체의 불만은 바로 이점이었다.
“한국 업체들은 메일 회신을 안 해요!”
유럽이나 미국 업체가 한국과 일을 하며 겪는 어려움이 메일을 받았으면 받았다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회신이 없다는 것이다.
상대가 나의 메일에 즉각적으로 받았다고 회신하는 것은 이들 비즈니스의 기본 매너로 여기고 있으며 나에게도 그런 매너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받은 메일의 경우
“본 메일을 확인하고 첨부 사항에 대한 이견이 있으면 다음 주까지 답변해주세요.”
이렇게 메일이 온다면 당연 다음 주 전에 답변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메일을 받고 메일을 받았다는 회신을 해야 한다. 읽씹 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카톡에서 읽고 씹는 것_무답)
‘알았다. 확인하고 다음 주까지 이견을 주겠다.’ 아니면 ‘내가 이번 주 바빠서 시간이 안 나니 다음 주 까지는 힘들고 다음 주 주말에 답변하겠다.’라는 식의 메일로 즉각 회신을 해야 한다.
아마도 다음 주까지 기다렸는데 '미안하다 내가 바빠서 못했다 한주 더 기다려 주겠는가'라는 메일을 받는다면 그들은 정말 나를 일 못하는 끔찍한 상대로 여길 것이다.
그럼 이런 메일은 어떨까?
“다음 주 월요일 클라우드 관련 교육이 있으니 참여해주기 바랍니다.”라고 메일이 왔다.
난 다음 주 월요일 교육에 참여하면 되는 거구나!
내가 다른 일정으로 그 교육은 참여가 어려울 경우에만 회신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대는 교육에 참여할 경우에도 ‘알겠다. 참여하겠다’ 정도의 회신을 기대한다.
우리는 보통 No에 대한 답변은 즉각적이지만 yes에 대한 답변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아무런 답변이 없다면 ok라고 여긴다. 쉽게 말해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속담처럼 답변이 없다는 건 반박하거나, 안된다는 것이 아니라 하겠다는 것 OK를 의미한다고 여긴다.
'참가가 어려우실 경우 회신 부탁드립니다.'라는 말로 마무리될 경우가 많은 이유도 회신이 없으면 다 참가하는 것으로 알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메일을 보내면 즉시 답장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에서는 “이메일 보냈으니 확인하고 답장 바란다”라는 메일 내용을 거의 쓰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로 40개 국가와 일을 하는 한 독일 거래처는 이메일에 새로운 기능을 부가하였다.
메일 수신 확인 자동 회신 기능이 설정되어 메일이 온다. 즉 메일을 받고 나면 '받았다고 답장하겠습니까'라는 버튼이 떠서 누르기만 하면 회신이 가는 것이다.
물론 외국 업체 담당자라고 다 메일 회신을 즉각 즉각 잘하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뭘 좀 알려달라고 해도 정말 회신이 없는 유럽인도 있다.
해외 업무를 지원하는 고객의 네덜란드 거래처에 제품 수입을 위해 주문서를 발송하고 납기를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물류 담당자는 우리를 매번 힘들게 한다.
“언제 제품이 완료되는지 납기를 알려달라” 는 메일에 답변이 없어 메일을 못 받았나 싶어 다시 메일을 보내고 급기야 전화를 해서 물어보았다.
공장과 지속적으로 납기 확인 중이고 아직 답변을 못 받아서 메일 회신을 못했다고 했다.
전화통화를 해보면 친절하기 그지없고, 그동안 많은 것을 확인하려고 애쓴 것도 느껴진다. 납기를 당겨주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도 충분히 이해될 만큼 설명도 잘해준다.
그렇다면 이 담당자는 “현재 공장과 납기 확인 중이고 확인하는 대로 회신 주겠다 ” 고 회신했어야 한다.
우리는 메일 회신이 없는 이 담당자의 노력을 알 수 없다. 그냥 일 못하는 직원처럼 느껴질 뿐이다.
결국 이 물류 담당자는 매번 이런 식의 업무 스타일로 다른 담당자, 예를 들어 영업이나, 무역부 담당자를 참조나 수신자로 메일을 보내서 답변받을 확률을 높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런 방식은 그 담당자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다른 담당자를 더욱 바쁘게 만든다.
비즈니스의 매너로 여겨지는 이런 수신 확인 메일은 정말 간단하다.
자주 메일이 오가는 거래처나 상대 업체의 경우 우리말의 “넵, 알겠습니다” 정도의 의미로 아주 간단하게 답하면 된다.
Mail well received.
Thank you.
Well noted.
약간은 격식을 차려야 하는 고객의 경우에는 ‘메일 잘 받았습니다’/메일 확인했습니다/정보 고맙습니다. 메일 감사합니다’ 정도로 답해야 한다.
이런 경우 표현은
Thank you for your email and your message is well received.
Mail well received with thanks!
Thank you, I've received your message.
Thank you for the note/explanation.
라고 회신하면 될 것이다.
한국의 빠른 일처리와 업무에도 간단한 회신 문제로 비즈니스의 매너가 없다고 여겨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메일 받으면 빠르게 회신하여 상대를 안심시키고 전화 오거나 ‘메일을 수신했느냐’라는 성가신 추가 메일을 받지 않으려면 빠르게 간단하게 회신하여 파트너를 안심시키자.
글로벌 비즈니스 email 에티켓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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