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비즈니스에서 관계는 얼마나 중요할까?

한국에서 관계(relationship)를 배제하고 비즈니스가 가능할까?

by 김지혜

한국에서 관계(relationship)을 배제하고 비즈니스가 가능할까?


나는 유럽 업체 소속으로 매년 한국의 지정된 고객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보고서를 올리는 업무를 하고 있다. 약속된 한국인 고객과 만나서 유럽업체가 제공한 설문지로 인터뷰를 진행한다.


설문지의 질문에는 구매를 결정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에 대해 질문하는 항목이 있다.

여러가지 요소들을 포함하며 거기에는 relationship(관계)라는 항목도 존재한다.

내가 구매를 결정하는데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묻는 것이다.


한국에서 관계라는 항목의 중요도는 어느정도 일까?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가격, 기술, 기능, 품질, 성능, 신뢰성, 사용자편의성, A/S는당연히 중요하다.

한국사람에게 있어 관계는 다른 항목만큼이나 중요하다.

고객과 좋은 관계를 유지 하기 위해서 가끔 우리는 저녁도 함께 먹고 술도 마시는 문화가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람은 ‘관계’라는 항목의 중요도에 얼마의 점수를 줄까?

인터뷰를 진행해보면 그 관계에 따라 고객의 피드백은 상당히 달라진다.

한국업체는 거래처 평가 시에도 좋은 관계 유지를 위해서 최대한 부정적인 말을 삼가하는 경우가 많다.

가끔은 관계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품질이나 다른 기능적 문제 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문제를 언급 하지 않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일과 개인적 관계를 철저히 분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에 문제가 많지만 좋은 관계를 유지 하고 있다면 고객은 좀 더 참아 준다.

우리는 다른 문제점을 극복하는데 있어서 관계는 기본 바탕과도 같다.

마치 시험에 기본 점수를 주기 위한 문제들처럼 당연히 만점을 받아야 변별력을 가지는 어려운 문제(품질, 가격, 기능, AS 등)에 차별화를 둘 수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실제 설문에서 ‘관계’라는 항목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요도를 낮게 책정한다.

그 이유는 가격, 기술, 기능, 품질, 성능 등은 객관성을 띄지만 ‘관계’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는 무언가 주관적이다.

relationship(관계) 라고 하면 어떻게 느껴지는가?

관계라는 항목은 사적인 친분이라는 느낌을 준다.

한국의 문화는 관계 중심적 문화다.

중국의 꽌시와 같이 한국 또한 관계가 비즈니스에 상당히 중요하다.

우리에게 있어 관계는 중요하지만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객관적으로 수치화 하기 힘들다.


관계라는 항목이 전반적인 인터뷰에 아주 중요함이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은 ‘관계’의 중요성에 낮은 점수를 부여한다는 것은 전체 인터뷰와 상반된다.

관계라는 단어에 비즈니스라는 용어만 앞에 붙여도 반응은 확연하게 달라진다.

관계라는 용어에 점수를 부여하기를 망설이는 고객들도 ‘비즈니스적’ 관계를 의미한다고 알려주면 반응은 달라진다.

비즈니스적 관계는 객관성을 띄게 되고 업무에 있어 중요함을 어느 정도 인정하기 쉽다.

유럽 본사에 Relationship 이라는 용어를 Business relationship으로 바꾸기를 건의했다.

하지만 relationship이 비즈니스적 관계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친분과 관계의 의미도 포함하기 때문에 변경할 수 없다고 했다.

우리는 여전히 비즈니스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개인적 관계에도 많은 노력을 쏟는다.

하지만 여전히 개인적 관계가 비즈니스적 관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프로페셔널 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는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나랑 관계가 좋지 않은 사람이 팔고 있지 않다면 그 제품은 사고 싶지 않다.

제품의 품질이 좀 떨어져도 내가 좋은 사람이 팔고 있다면 우리는 구매할 의향이 있다.

우리는 같은 제안이 들어 온다면 좋은 물건 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파는 물건에 더 귀를 기울인다.

이민호 작가의 [말은 운명의 조각칼이다]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사람들은 ‘좋은 말’을 듣지 않고, ‘좋은 사람의 말’을 듣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 일을 하고 살아가야 한다면 상대가 나를 좋은 사람으로 생각한다면 관계의 형성은 더욱 쉬워진다.

그 관계의 끈이 건실하다면 작은 실수도 너그러이 참아 낼 수 있는 인내심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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