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즈니스-중국의 꽌시는 문화 차이일까?

관계 맺기의 공통점

by 김지혜

5년간 통역 업무를 지원해 온 한 중소기업은 중국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20년 넘어 중국에서 100% 제품 생산을 하고 있는 이 업체는 중국에 3000명이 넘는 직원이 있다.

한국에서 파견 나가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 주재원은 단 두 명이다.

두 명의 한국인 주재원을 제외한 모든 관리직은 중국인이다.

모든 현지 중국인 관리자는 15년 이상 근무하고 성장한 인력들이다.

현지 공장 설립부터 함께 하며 공장에서 작업하던 여성 작업자는 이제 카리스마 넘치는 부장이 되어서 현장 업무를 총괄한다.

이직률은 다른 어떠한 외국계 기업보다 현저히 낮았다.

이렇게 중국 공장에서 회사를 잘 운영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5년간 이 고객의 업무 통역과 중국 출장을 통해 알게 된 가장 중요한 점은 CEO의 현지 직원에 대한 태도와 마인드였다.

사장님은 어떤 경우에도 현지 직원을 하대 하지 않았다. 어느 누구보다 회사에 기여하는 중요한 인력으로 대우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온 감사원이나 고객이 현장을 방문할 때도 철저히 그는 직원의 입장에 섰다.

간혹 현장 감사를 할 때 현장 작업자에게 쉽게 "이건 왜 이러나 저건 왜 그러냐" 고객은 쉽게 묻고 요구하기도 한다.

현장에서 작업하는 직원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불안하게 한다면 고객일지라도 반드시 주의를 주었다.

이렇게 현지 직원을 한결같이 존중하는 CEO의 태도와 보호하는 모습에 고객도 한국에서 출장 간 직원도 모두 똑같이 현지 직원을 대하게 된다.

출장을 온 한국 직원도 주재원도 어느 누구 하나 현지 직원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이 회사에는 중국 공장 설립 이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유지해온 독특한 전통이 있었다.

바로 생일잔치!

30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회사에 매달 생일잔치가 열린다.

생일이 해당되는 달에 생일자는 호텔에서 열리는 파티에 초대된다. 관리자도 함께 하는 이 파티에는 약 300여 명의 직원이 호텔의 초대되어 생일잔치에 참여한다.

이 생일잔치에 CEO는 매달 반드시 참여한다. 천재지변이 아닌 이상 단 한 번도 이 행사에 빠진 적이 없다고 했다.

10명 정도의 직원들이 둘러앉아 30개가 넘는 테이블로 호텔 홀을 가득 매운다.

수많은 음식들로 테이블을 가득 채우고 테이블마다 생일 케이크가 놓인다.

생일 축하 노래와 함께 각 테이블에 생일자를 축하한다.

그리고는 의식처럼 CEO의 축하 인사말과 건배 제의가 이어진다.

중요한 것은 전체 건배 제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CEO는 각 테이블마다 돌면서 또다시 건배 제의를 해서 생일자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고 인사하며 축하의 말을 전한다.

적어도 CEO는 30개의 테이블을 돌아야 하므로 30잔 이상의 원샷을 해야 한다.

평소에 공장 한편에서 일하던 말단 직원이었다 할지라도 이날만은 주인공이 되고 CEO의 축하를 받고 함께 술잔을 기울이는 동료가 된다.

노래를 부르고 싶으면 어깨동무를 하고 동료처럼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이방인이었을 그 CEO는 존경받는 리더로 자리 잡았다.

중국의 현지 직원들이야 말로 회사를 이끌어가는 주역들이라는 사장님의 마인드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현지 직원은 지역에 부모님들이 농사를 짓는 경우가 많았다. 사무실에서는 어느 계절에는 테이블마다 체리가 한 박스씩 놓여 나눠 먹는다. 또 사과 수확철이면 사과가 박스채 놓여서 언제든 먹을 수 있었다.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한국에서는 정말 보지도 못했던 실한 사이즈의 땅콩을 한 아름 챙겨주기도 했다.

직원의 부모님이 농사지은 농산물은 회사에서 구매해 나눠 먹는 것은 일상이었다.

사과 농사를 주로 하는 지역에 있는 공장에서는 사과 수확철이 되면 직원들은 수확을 도와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럼 퇴사자가 갑자기 높아진다. 그들에게는 가업과 같은 농사에 주력하기 위해서 회사를 관두게 되는 것이다.

이런 환경을 고려하여 생산 일정을 잡아 직원들이 집안 사정으로 퇴사하는 일이 없도록 배려하였다.

굳이 타 지역에서 사람을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 사람들도 충분히 장기간 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오래전 화교계 회사에 근무하며 중국에서 2년간 영업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 함께 영업하던 중국인 직원들은 모두 타 지역 출신이었다.

당시 싱가포르인 지사장에게 그 이유를 물었을 때 타 지역에서 온 직원은 방세와, 생활비 등을 벌어야 하기에 어려운 일에 더욱 잘 참고 일을 한다고 했다. 부모와 함께 사는 그 지역의 직원들은 일을 하지 않아도 생계가 어느 정도 보장된다.

따라서 타 지역의 사람들이 이직률이 낮기 때문에 타 지역 사람들을 더 많이 뽑는다고 했다. 맞는 말이었다.


내가 당시에 들었던 채용의 방식과 완전히 반대인 이 한국회사의 채용방식은 마치 지역의 토착 기업 같은 애사심을 만들어 주었다.

이러한 사장님의 생각과 태도는 중요한 꽌시(관계)를 형성하는 탄탄한 신뢰를 쌓아갈 수 있었다.

현지 직원들은 회사의 어려운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꽌시 만들고 유지하는 건 쉽지 않다.

관계는 그 사장님의 꾸준한 약속의 실행과 배려처럼 온전한 노력의 지속으로 만들어진다.

우리는 누구나 내적 마음과 생각에 영향을 받아서 행동한다.

내 마음과 다른 행동을 하기 위해서, 소위 말하는 가식적인 행동에는 더 큰 에너지가 소모된다.

결국 에너지가 떨어지면 내 생각과 마음의 소리대로 움직이게 된다.

오랜 기간을 함께 하면 누구나 진심과 진실을 알게 된다.


문화의 차이는 꽌시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우리에게 또 다른 지식처럼 학습되지만 결국 관계 속에는

그 누군가, 사람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어디서나 같지 않을까.

엄청난 문화의 차이가 느껴지는 어느 지역에 떨어져 있더라도 내가 진심으로 대하면 누군가는 그 맘을 알아주고 이해한다면 결국 유럽이든 미국이든 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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