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지 않았더니 갈등이 사라졌다.

택시 기사님과의 갈등을 양파 기법으로 분석해보았다.

by 김지혜

대전에서 오후부터 강의가 있는 날이었다. 오전에 온라인 통역 한 건이 있었는데 집에서 하고 출발하면 오후 시간에 맞추기 함 들듯 하여 결국 아침 일찍 대전으로 출발하는 스케줄을 잡았다.

대전에는 오전 일찍 도착했다. 역 근처 세미나실을 대여하여 통역을 하고 나서 강의하러 갈 예정이었다.

1박 2일의 일정이라 캐리어도 하나 있었고, 전날 강의 준비로 잠을 두 시간밖에 못 잔 상태라 대여한 세미나실까지 10분 거리지만 택시를 탔다.

너무 가까운 곳이라 일단 미안한 마음에 기사님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짐도 있고 미팅 시간에 촉박해서 택시를 탔다고 말씀 드렸다.

그 말을 들은 기사님의 대답은 약간 무례했다.

보통 다른 택시 같으면 이런 고객은 내리라고 한단다. 심지어 내가 반대편 출구로 나오는 바람에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돌아서 가는 바람에 20분이 걸린다고 했다.

약간 기분이 나빴지만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그래도 금방 내리니까 잠시 그냥 참자고 생각하고 있었다.

기사님이 한마디 더 하신다.

"네비 볼 줄 모르세요? 반대편 출구로 나가야 하는 거 이해 못하신 건가요?,

이런 거리면 금방 가는 거리인데 택시 타면 택시 기사 입장에서도 손해예요."

출발부터 사과하는 나에게 기분 나쁜 말씀을 하시더니 가는 내내 무시하듯 하는 말에 화가 났다.

내 돈 내고 내가 타겠다는데 승차 거부도 아니고 너무 무례하다고 느껴졌다.

화가 났지만 화난 목소리를 진정하려고 애쓰며 기사님에게 여쭤 봤다.

“그럼 저 같은 경우는 택시 타면 안 되나요? 짐도 있어서 탄 건데..”

그 순간 기사님의 잔소리가 멈춘다.

잠시의 침묵이 흘렀다. 이런 상황을 고발할까, 택시 회사에 전화를 할까, 온갖 생각이 들었다.

잠시 뒤 기사님의 스토리가 이어진다.

“ 아침에 장거리를 받기 위해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기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보통 장거리라 장거리 손님을 받고 싶었습니다.”

순간 내게 공격하듯 말씀하신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약간은 미안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짧은 거리라도 내가 타고 싶으면 공짜도 아니고 나는 여전히 택시를 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짐도 있었고, 그리고 오전 미팅 준비를 5분이라고 일찍 가서 해야 했다.

기사님의 입장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택시는 누구나 어딜 가든 탈 수 있다.

만약 누군가 몸이 불편하다면 아주 짧은 거리라도 택시를 타야 할 것이다.

정말로 급한 일이라면 누구라도 택시를 타야 한다.

하지만 기사님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불편했다.

내리면서 “아저씨 빨리 다시 역으로 가보세요. “

출근 시간대에 기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모두 가버렸을 거라며 그 기회를 놓쳤다고 말씀하신다.


내가 꾹꾹 참고 듣기만 한 채, 결국 폭발해서 싸우기나 택시 회사를 상대로 민원을 넣었다면 갈등은 더욱 커졌을 것이다.

선을 넘는 기사님의 불만에 난 나의 권리를 물었다.

상대도 내가 가진 권리를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의견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그 입장은 이해할 수 있다.

서로의 입장에 대한 정보 나눔은 이렇듯 서로에게 동의할 수는 없지만 더 큰 갈등은 막아준다.


얼마 전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에서 진행하는 평화적 공감대화 교육에 참여했다.

그때 배운 갈등 분석 방법 중 <양파 기법>에 맞춰 생각해보면 왜 불같이 타오를 수도 있었을 나의 화의 불씨가 식을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기사님과 나의 입장은 사실 양립 불가능한 것이다.

표면적으로 기사님은 나를 비난하는 방식으로 본인의 입장을 전달했다.

"네비 볼 줄 모르세요? 반대편 출구로 나가야 하는 거 이해 못하신 건가요?"

분명 그가 입장을 설명하는 방법은 잘못된 방식이었다.

나는 내가 가진 주장을 질문으로 설명했다.

“그럼 저 같은 경우는 택시 타면 안 되나요? 짐도 있어서 탄 건데..”

정당한 주장이 담긴 질문을 통해 기사님은 선을 넘은 자신을 인식했다.


그리고 기사님은 본인이 어떤 이익과 손해를 보게 되는지에 대해 설명하였다.

그 표면적 방식은 분명 옳지 않았지만 그가 밝힌 진짜 이익과 손해에 대한 설명 그리고 그의 진심인 욕구는 나에게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다.


서로 대립되는 입장을 밝히고 갈등이 예상되는 대화에서 우리는 쉽게 회피라는 방식을 택한다.

갈등은 내 감정 속에 부정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부정적 감정 상태에서 대화의 시도는 회피나 참는 거보다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다시 한번 대화를 시도할 수 있을 만큼 나를 진정시켜야 한다.

하지만 그 시도는 가치 있었다.

우리는 현상을 개선할 수는 없었지만 서로를 미워하지 않고 상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화가 난 상태로 일을 하거나 집중할 수 없어 통역을 망치는 일도 없었다.

이후에 민원을 넣을까 고민하거나 전화를 거는 수고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군가를 미워하는데 나의 에너지를 허비하지 않았다.


평화적 대화는 평화롭지 않을 수 있다.

대화를 하는 동안에도 나의 감정은 천둥을 치고, 비가 내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평화적 공감 대화의 시도는 감정의 진동 속에서 이해라는 안정을 찾아가도록 도왔다.


평화적 공감 대화를 가르쳐 주신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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