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우린 결국 멈추게 된다.

. 사고가 나거나 고장이 나거나...

by 김지혜

호기심이 많으면 하고 싶은 것도 많다.

하고 싶은걸 하다 보면 잘하고 싶어 진다.

잘하고 싶다는 나의 마음은 성장을 바라고 성취를 갈망하게 된다.

성장과 성취의 욕구는 나를 좀 더 용기 있게 하고, 좀 더 인내하게 한다.

결국 내 안의 욕구는 내 몸을 일으키는 에너지며 애쓰고 노력하고 지속하게 한다.

여기까지가 호기심 많은 내가 가진 가장 긍정적인 효과이다.


이런 나를 보고 사람들은 대단하다고도 하고 부러워하기도 한다

어느 순간 누군가의 칭찬과 부러움은 나의 또 다른 에너지가 된다. 더 잘하고 싶고 더 칭찬받고 싶다.

그러다 어느 순간 진짜 내가 원하는 것과 사람들의 칭찬에 내가 부응하고 싶은 것 사이에 혼동이 시작된다.


인정의 욕구는 나의 성장의 욕구를 넘어서기 시작한다.

내가 생각했던 성장은 분명 몰랐던 내가 좀 더 알게 되는 것이고 무언가 부족했던 내가 조금 더 잘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성장과 인정이 칵테일처럼 뒤섞인 맛의 달콤함에 빠져 취해버린다.

어느 순간 기회라는 먹이를 찾는 늑대처럼 먹이에 홀려 취한 눈빛으로 멍하니 먹이를 쫓는다.

실제 내가 배가 고픈지 아닌지 알 수 없으나 언제나 배고픈 줄 착각하며 말이다.


내가 원래 가졌던 성장의 의미는 망각하고 어느 순간 나는 누군가처럼 되어 있는 나를 꿈꾼다.

물론 그 누군가와 나와의 격차는 크고 사람들의 칭찬과 인정과 기대는 마치 조금만 다가서면 가능할 것 같은 그 누군가가 되기 위해 애쓴다.

누군가를 쫓아 가느라 내가 누군지, 내가 가진 정말 장점이 뭔지는 잊어버리기 시작한다.

내가 가졌던 나의 내면의 소리는 어느새 들리지 않는다.

원래 그런 소리가 있었던가 기억나지 않는 순간!

나는 원래부터 부지런을 떨며 바득바득 살아온 원래 그런 인간인 듯느낀다.

마치 부지런하고 열정적이라는 포장 속의 나는 한없이 탈진해가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그런 나를 인지 하는 그 순간.. 너무 멀리 와버린 나를 느낀다면 어쩌면 좋을까?

출발선에 섰던 나, 새로운 길을 산책하는 호기심과 약간의 두려움을 가졌던 나를 어떻게 상기하면 좋을까?

어떻게 그런 나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앞만 보고 달려온 난 주위를 보지 않았기에 이미 내가 걸어왔던 길을 더듬어 처음 내가 출발했던 그곳으로 찾아가기 어렵다.

길 잃은 나는 어떻게 지금의 내가 여기까지 왔는지 모른다.

어찌하면 그 반짝이는 호기심의 나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이럴 때면 생각나는 친구들이 있다.

열심히 달리던 나에게 "행복하냐"라고 물어주던 친구,

내가 이루어낸 성취 속에 취해 있던 나에게, "넌 어떠냐"는 뜬금없는 질문을 던지던 친구들...

활활 타며 흥분된 나에게 마치 물을 뿌리는 질문을 던지던 친구들!

그때는 “뭐야!”라는 반응과 인정의 욕구로 중독된 난 그들의 질문엔 답하고 싶지 않았다.

멈추는 나도 두렵고,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도 싫었다.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는 결국 다른 요인에 의해 멈추게 된다.
내 안에서 고장이 나거나...
외부에서 사고가 나거나..



처음부터 목적지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잠시 산들바람을 맞고 싶었고, 음악을 들으며 잠시 달리고 싶었다.

목적지가 있었던 게 아니라 운전을 하며 느끼고, 누리고 싶었던 게 시작점이었다.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그리고 그 길을 어떻게 다시 찾아 가는지를 알기 위해 질문한다.

빠르게 질주하고, 도착한다면 나는 행복할까?

빠르게 가야 할 이유가 정말 나에게 있었던가?

옆자리에 뒷자리에 친구들을 태우러 간다면 얼마나 돌아가야 할까?

친구들 데리러 가는 그 여정이 행복할까?

그러다 좀 느리게 간다면 그건 잘 못된 걸까? 잘된 걸까?

함께 꼭 어딘가야 가야 하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하며, 스스로 브레이크를 잡는 법을 다시 배워간다.

원점을 찾기 시작하며 욕심과 욕구들의 짐을 아주 조금씩 내려놓는다.

이유조차 생각나지 않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작은 욕심의 조각들을 내려놓기 시작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차를 몰고, 그곳에 가야 한다고 생각할 때, 길을 알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며 갈구하던 누군가의 지도와 기회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꼭 그들에게 그걸 얻어야 했던가!

운전은 내가 하는데, 목적지도 내가 스스로 정한 건데, 다른 누군가가 정한 목적지가 멋질 거라 여기며 가려던 난, 내가 왜 거길 가려고 했었나?

길을 아는 현인이라 여기며 그들을 테우고 모셔가듯 충성을 바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들이 닿는 그곳이 내가 가야 할 곳이었던가?


이젠 그들을 차에서 하나둘씩 내려놓고 싶다.

나를 달리는 말처럼 채찍질하던 그들과 함께 하는 여정을 그만두고 이제는 힘들어도 혼자 가는 용기를 가져보련다.


나를 갑자기 세우던 이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이는 법을 배우련다.

욕심을 내려놓고 알 수 없는 길 원래의 호기심으로 다시 시작하련다.

이젠 더 이상 누군가의 뒤를 따라 정신없이 가는 나는 그만 하련다.

더 멀리 가버릴 까 봐, 그 격차가 더 커질까 봐, 기회를 잃을까 봐, 두려워 쫓아다녔던 나를 내려놓으련다.

의미조차 몰랐던 욕심들은 다시 내려놓고 생각해 본다.

이젠 나를 잠시 세워둘 용기를 가져본다.


이전 04화참지 않았더니 갈등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