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행복한 연대
포스트 여성의 날 소소한 토론회
같은 경험, 불편했던 기억은 쉽게 우리를 연대하게 만든다.
20살의 여성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엄마가 할머니 댁에서 혼자 부엌 일하는 모습을 보고 ‘왜 엄마 혼자 고생하냐’고 따져 물었다.
모두가 버릇없는 딸로 그녀를 대하고, 엄마도 그 순간 너무 불편해했다고 한다.
결국 엄마를 구제하기 위한 그녀의 실천은 더 이상 지속되지 못했다.
나 또한 아무런 저항 없이 영혼을 버린 노동을 한지 오래다. 저항과 생각은 나를 더 힘들게 한다.
난 기대한다. 내 두 딸아이가 사는 세상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불편함을 견뎌내며 살지 않기를… 그녀들이 살아갈 세상은 좀 더 나은 세상이기를...
사실 난 행동하지 않고 작은 실천 없이 그냥 세상이 좋아지길 바라면서 살아오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
작은 인식과 저항의 실천을 직접 보고 자라지 못한 아이들이 과연 자라서 그들의 권리를 위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알게 되었다.
작은 실천하는 내가 되지 않으면 누구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의무는 없다.
우리의 삶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지만 여성으로서 불편함과 힘들었던 경험은 누구나 가진다.
스스로 감정과 행동을 들여 다 보고 이를 통해 지혜 로운 솔루션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고 싶었다.
결국 나와 같은 열정과 생각을 가진 두 아줌마를 꼬셨다.
비슷한 성향과 생각, 가치를 가진 사람들은 설득하기가 쉽다.
그래고 함께 준비했다.
여성의 날이 한 달이나 지난 후 ‘포스트 여성의 날 소소한 토론(온라인)’
35명의 여성이 참여했고, 외국 친구들도 와주었다.
오프닝과 클로징에서는 내가 통역을 담당했다.
이후 1개의 영어 진행 소그룹을 포함, 5개의 소그룹으로 나누어 소소하지만 소소하지 않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토론은 각자의 소개로 시작했다.
1. 소개의 규칙! ; 나의 가족과, 나의 직업과 나의 나이를 뺀 나 소개하기
우리는 누군가의 엄마, 아내, 며느리, 딸로 많은 여성들이 자신을 잊은 채 살아가고 있다.
내가 가진 환경과 관계를 뺀 나는 어떤 존재일까? 무엇으로 날 소개하면 좋을까? 모두가 잠시 고민해본다.
2. 여성의 삶, 행복했던 기억, 불편했던 기억 나누기.
우리는 왜 그 순간 참고 있었을까?
왜 아무 말하지 않았을까? 왜 인지 하지 못했었나?
그때 내가 가진 생각과 가치는 무엇이었나!
울먹이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고, 온라인이지만 모두 손을 내밀어 서로 안아 주기도 했다.
뭉클함에 입술을 깨물어야 하는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3. 나의 작은 다짐(Choose to challenge).
앞으로 소소하지만 지혜롭게 살아갈 여성의 삶을 생각하며 나는 무엇을 시도해 볼 것인가?
단 두 시간이었다.
모르는 이들과 혹은 아는 이들과 나눈 이야기는 도대체 어떤 의미이기에 우리 서로 공감하고 그 감정에 함께 머무를 수 있었을까?
여성을 이야기하면 남성과 적대적인 이야기로 채워지고 희생의 대상으로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토론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나의 삶을 돌아보고 불편했던 순간을 상기하며 내가 가졌던 가치는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누군가는 잘해주는 남편 이야기, 결혼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싱글의 질문을 나누며 그곳에 있지 않은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욕하지 않았다.
같은 경험, 불편했던 혹은 행복했던 기억은 쉽게 우리를 연대하게 만든다.
여성으로 견뎌온 힘들었던 경험의 이유, 그 속에서 내가 가졌던 가치에 서로 공감하는 시간이었다.
단 두 시간의 토론을 위해서 3명의 퍼실리테이터는 한 달간 준비했다.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 시킨 것도 아닌 이 일을 우리는 열정만으로 잠을 줄여가며 준비했다.
우리는 누구나 사회에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꿈을 가진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너무나 바쁘고 하루하루 치열하다.
대가 없는 이번 토론을 준비하며 추구하는 가치나 열정의 정도가 동일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함께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토론에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동지로 친구로 퍼실리테이터로 함께 해준 신은경 님과 김은하 님을 만난 건 나에게 진정 행운이었다. 그들과 함께 하지 않았다면 절대 해낼 수 없었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