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젠테이션의 스크립트 준비 시 주의 사항

구어체 vs 문어체를 받아들이는 청중의 느낌을 이해하자.

by 김지혜

스크립트를 읽는 발표자와 요점을 머릿속에 기억해서 진행하는 사람을 통역하면 그 차이가 확연하다.

스크립트를 만든 경우 대부분 문어체이다.

어떤 발표를 하든 스크립트를 준비하는 것은 정말 좋은 준비 자세이다.

하지만 원래부터 스크립트를 만들어서 발표하려고 계획했던 발표자의 경우 대부분 문장이 길다.

그런 스크립트는 언제 문장이 끝날지 모르는 긴 문장으로 순차통역을 하든 동시통역을 하든 통역사의 입장에서 아주 힘든 케이스다.

내가 듣고 전달하는 입장에서 힘들다는 것은 주어에 딸려 있는 수많은 내용들과 동사들을 머릿속에 잡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어에서 말하자면 that 절이 한 문장에 몇 번씩 들어간다고 가정하면 어느 부분이 어디를 수식하는지를 듣는 사람이 스스로 머리에서 정리하고 기억하고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 말은 듣는 청중들도 통역사인 나와 똑같은 느낌을 받는다.

오늘 스크립트를 읽은 사람의 문어체적 발표 내용을 듣고 최대한 문장을 쪼개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통역하고 싶었지만 내 역량은 거기까지 닿지 못했다.

사전에 전혀 자료가 제공받지 못한 나는 스크립트를 읽은 발표자를 통역해야 했다.

나의 메모 속도가 읽는 속도를 따라가지를 못했다.

일반적인 내용이면 키워드만 적으면 되지만 이 발표 내용은 시설 이름과 수량, 시스템 종류, 지역명, 시스템 명이 혼재하여 한 문장에 나와 있어 모두 메모해야 했다.

나의 메모 속도가 그분의 읽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결국 그분 옆에서 스크립트를 같이 좀 봐야겠다고 하고 통역을 진행했다.

문제는 그 스크립트 또한 문단이 전혀 나누어져 있지 않았다.

한 페이지에 문단 나눔 없이 /// 슬러쉬로만 빽빽하게 적힌 문장에서 어느 부분을 읽는지 찾느라 나의 눈은 청중 한번 볼 수 없었다.

아마도 발표자 또한 똑같이 청중을 향해 발표하지만 청중을 바라보다가 어디까지 읽었는지 놓칠까 봐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을 것이다.

초 긴장 상태에서 겨우 겨우 큰 사고 없이 발표는 마무리되었다.

다음은 Q & A 시간, 많은 질문들이 이어졌고 그에 대한 담당자 두 분의 답변이 이어졌다.

통역사로서 스크립트를 읽는 발표자의 발표를 마무리하고 이후 진행되는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질문과 답변이 더욱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번엔 그렇게 편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일단 통역사의 입장에서 엄청나게 빠르게 눈을 돌려가며 발표자의 스크립트를 찾는 스트레스는 사라졌다.

질문과 답변은 대부분 즉석 해서 나온다. 즉 즉흥 연설과 같이 구어체로 진행된다.

즉 우리가 일상에서 대화하듯 적절한 길이의 문장을 끊어서 이야기하게 된다.

질문도 구어식, 답변도 구어식으로 즉흥적으로 대화를 해야 하기에 훨씬 더 문장이 적절한 양으로 구성된다.

만약 어려운 내용을 발표해야 한다면 스크립트를 작성하는 시간과 노력은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글로 쓰며 스크립트를 작성하다 보면 쉽게 우리는 문어체로 작성하게 된다.

그리고 정말 기억하기 힘들어서 읽어야 한다면 실제 혼자 몇 번 읽어 보기를 권한다.

읽어보면 한 문장이 청중의 입장에서 흡수하기에는 너무 길구나, 스스로 감이 온다.

구어체는 통역용이다. 문장이 금방 날아가 버리기에 사람들이 잡을 수 있는 양만큼 씩 이야기해야 한다.

문어체는 번역용이다. 즉 문장과 단어를 오래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는 상황에 써야 한다.

많은 내용을 전달해야 하고 스크립트 하나하나를 읽어야 할 만큼 중요한 내용이라면 그 내용이 교재에 있거나 배포하여 그 내용을 보면서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듣는 사람이 머릿속에 키워드를 잡고 있어야 하는 스트레스를 줄여줘야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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