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인 사용량 + 후발 주자의 이점
2016년 말, 알리페이가 8년 동안 이뤄놓은 공든 탑이 막 걸음마를 뗀 위챗에게 무너졌습니다. 작년 2분기부터 위챗 페이의 시장 점유율이 빠른 속도로 증가했기에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결과였습니다. 다만 업계의 예측보다 시기가 조금 빨랐을 뿐이죠.
한낱 메신저에 불과하다 여겨지던 위챗이
오프라인 결제의 제왕 자리에 오를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2014년, 위챗이 결제 영역에 뛰어들겠다 선언했을 때만 해도 업계의 반응은 좋지 않았습니다. 유저수가 독보적이긴 했으나 알리페이가 기존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었고, 결제 영역에서의 사용자 경험이 이미 ‘알리페이’를 중심으로 형성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신뢰’가 근간인 결제 영역에서 메신저가 결제 전용 플랫폼을 넘어설 거라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죠. 그런데 메신저 고유의 특성이 위챗 페이의 가장 큰 무기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압도적인 앱 사용량과 앱 내 체류시간
주간 기준 액티브 유저 전환율과 앱 구동 횟수를 기준으로 선정한 ‘2016년 중국 App Top 500’에서 텐센트의 위챗과 QQ가 타 App와 월등한 차이를 보이며 1, 2위를 차례로 석권했습니다. 또한 텐센트에서 발표한 <2016년 위챗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유저의 반 이상이 하루에 90분 이상을 위챗에 머무른다고 하니 가히 국민 메신저라 불릴만합니다.
위챗 페이의 가장 큰 특징은 서비스의 시작이 메신저였다는 겁니다. 위챗은 메신저가 앱의 중심이 되어 결제, 공중 계정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서비스 모델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앱의 근간이 메신저이기에 다른 앱들에 비해 사용 빈도가 월등히 높죠. 이에 반해 알리페이는 알리바바의 전자 상거래 플랫폼을 중심으로 하는 강력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으나 앱 사용처가 ‘결제’로 제한되는 한계가 있습니다. 결제할 때를 제외하고는 앱을 잘 열지 않기 때문에 사용 빈도와 앱 내 체류 시간이 위챗을 따라가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어차피 동일한 기능을 지원한다면 평상시 내가 사용하는 앱을 결제 시에도 사용하겠다는 것이 현재 중국인의 다수가 보이는 반응입니다. 위챗과 알리페이의 사용 빈도와 앱 내 체류시간 차이가 고스란히 오프라인 결제 시장 점유율의 차이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 된 밥상에 숟가락 얹기
알리페이는 결제 시장의 선두주자로 나서 모바일 결제와 제 3자 결제의 개념 정립을 위해 많은 인력, 자본,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기업 설립 후 끊임없는 노력으로 오늘날 알리페이는 100만 개 이상의 오프라인 가맹점을 두고 있는 중국 최대의 제 3자 결제 기관이 되었죠.
역설적인 건 알리페이의 이런 노력 덕에 위챗이 다 된 밥상에 숟가락 얹는 격으로 자기 몫을 두둑이 챙겨갈 수 있게 되었다는 건데요. 알리페이가 도입된 가맹점에 은근슬쩍 위챗 페이를 붙여나가기 시작한 겁니다.
기술과 프로세스가 동일한 결제 수단을 하나에서 둘로 늘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뭐든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이 어렵나요. 이미 알리페이에 의한 유저 경험이 축적되어 있기 때문에 사용자와 직원들 모두 위챗 페이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고 위챗은 알리페이가 걸어오던 길을 그대로 걸으며 손쉽게 사업을 확장해나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시장 진출 시기가 위챗이 한참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위챗 페이만 도입한 가맹점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스타벅스가 바로 여기에 속합니다. 중국 스타벅스는 작년 12월 8일부터 2,500여 개 점포에 위챗 페이를 도입하겠다고 나서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죠. 위챗 페이 도입 이후에도 用星说 라는 기프트콘 및 기프트카드 선물 서비스를 론칭하는 등 위챗과의 끈끈한 관계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특이한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알리페이의 가맹점이 위챗 페이에 그대로 흡수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오프라인 시장은 이렇게 끝?
이제 위챗이 오프라인 시장을 다 먹는 건 시간문제인 거 같은데 여기서 게임이 끝난 거 아니냐 하시겠지만 본 게임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2015년 이후로 중국 금융 당국의 규제가 심해짐에 따라 제 3자 지불 결제 기관의 성장에 제동이 걸렸고 알리페이의 뒤를 쫓아 고속 성장한 위챗 페이의 성장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양사의 차세대 전략에 의해 시장 흐름은 언제든 다시 뒤집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2월 15일, 易票联支付(epay)가 <비금융 기관 결제 서비스 관리 규정> 및 <은행카드 외화 자금 결제 서비스 규정>을 위반하여 인민은행으로부터 1,779,480.59 위안의 벌금 납부 통보와 벌점 2점을 받았다.
북경상보(北京商报)에 의하면 인민 은행은 작년 30장 이상의 벌금 통지서를 발급하였으며 작년 한 해에 모인 벌금액이 1억 인민폐를 넘었다고 한다.
1월 6일부터 银通支付, 杉德支付, 快捷通支付, 易宝支付湖北分公司 이 금융 관리법 위반으로 총합 58만 위안 이상의 벌금을 내는 등 올해도 중앙 은행의 금융 감독 강도는 줄지 않았다.
관련 기사 : 제 3자 기관 향한 중앙은행의 금융 감독 심화
업계 소식에 따르면 중국 금융 당국의 규제가 심해짐에 따라 적지 않은 수의 제 3자 지불 결제 플랫폼들이 사업 방향을 조정했다고 합니다. 알리페이와 위챗 페이의 미래 사업 방향은 어느 쪽을 향해 있을까요?
알리페이,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다
알리페이는 작년 인도의 PAYTM(페이티엠)을 시작으로 태국의 Ascend Money, 미국의 MoneyGram, 필리핀의 Mynt, 한국의 Kakao pay 등 세계 각국의 금융 및 결제 회사들에 투자하거나 이를 매입하며 ‘글로벌화’의 초석을 다졌습니다.
본 투자가 해외 유저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의 시작을 암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마치 소문만 무성했던 ‘코리아페이’처럼 말이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하지만 알리페이는 더 큰 그림을 보고 있습니다. 이번 투자는 모두 각 나라의 인지도 높은 금융 및 결제 기업으로 향해있습니다. 각국 시장에 밝은 기업과 손을 잡아 시장 조사와 현지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비용을 현저히 줄이겠다는 건데요. 해외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개시보다는 기업을 해당 국가의 거점으로 한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 구축의 초기 작업 단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 구축 시 VISA를 대체할 수 있는 최초의 글로벌 핀테크 기업으로의 도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여기에 하나 더, 알리페이의 미래 사업을 이끌어갈 서비스라 평가받는 앤트파이낸셜 소속의 신용 평가 기관인 즈마신용(芝麻信用)도 주목할 만합니다. 알리바바 기업 생태계의 중심을 잡고있는 알리페이의 서비스는 즈마신용을 중심으로 연결되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위챗, 중국 내수 시장 공략
위챗은 ‘도구’의 역할에 충실하여 자신들의 생태계를 늘려왔습니다. 커머스 기능이 추가되며 결제가 전체 생태계를 연결하는 중심 서비스로 떠올랐는데요. 이에 따라 위챗 페이는 해외 가맹점 수를 늘려가기는 하겠으나 해외 시장보다는 자체 생태계를 바탕으로 한 중국 내수 시장에 집중할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 내수 시장의 점유율은 큰 이변이 없는 이상 지금의 모습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독보적인 유저수와 사용 빈도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한 위챗 페이는 88데이 (현금 없는 날)과 같은 오프라인 이벤트를 통해 유저의 충성도를 높여갈 것입니다. 알리페이가 처음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와 비슷한 사업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위챗의 경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플랫폼화 덕에 추후 마케팅 포인트가 돈에서 홍보로 전환되는 경우에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두 라이벌이 결제 시장에서 맞붙었습니다. 근소한 차이로 판이 한 번 뒤집혔고 판이 그대로 유지되느냐 다시 뒤집히느냐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죠. 양사의 차세대 전략은 조금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한쪽은 내수 시장에 다른 한쪽은 글로벌 시장에 집중하고 있죠. 그들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하시다면 함께 지켜보시죠. 재미있는 게임이 막 시작되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