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해외 시장 진출의 서막?
5월 24일, 모두의 관심이 전날(23일) 진행됐던 알파고와 커제 9단의 대국에 쏠려있을 때, 중국 핀테크의 공룡이 소리 소문 없이 움직였습니다. 알리페이의 홍콩 버전인 支付宝 HK(이하 알리페이 HK)가 출시된 것입니다. 알리페이 HK 는 홍콩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로 홍콩에서 발행된 은행 카드, 신용 카드를 등록하면 누구나 중국 대륙의 유저들과 동일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앱 최상단에 위치한 결제 부분에서 지원하는 기능이 4개(스캔, 바코드, 대금수납, 지갑)에서 2개(스캔, 바코드)로 줄어든 것을 제외하면 앱 페이지 구성은 중국 국내에서 사용되는 알리페이의 기존 앱과 동일합니다. 비록 현재 지원되는 기능은 많지 않지만 여전히 스캔과 바코드 기능이 최상단에 위치하는 것을 보면 오프라인 결제가 알리페이의 해외 사업 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알리페이 HK는 홍콩 화폐로 결제가 가능합니다. 유저는 홍콩 내에서 발급된 신용카드, 은행 카드를 연동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잔액은 현금 전환이 가능하지만 역시나 실명 인증이 필요합니다. 중국 국내와 동일하게 실명 인증을 하지 않아도 서비스 사용은 가능하나 서비스 사용에 제한이 있습니다.
현재 알리페이 HK에서 지원되는 기능은 많지 않습니다. 주요 기능은 오프라인 결제, 음식점 할인 혜택, 타오바오, 알리페이 쿠폰 4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알리페이 쿠폰은 유저가 알리페이 HK 의 결제를 지원하는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QR 코드 스캔 결제 시 받을 수 있는 전자 쿠폰으로 결제 후 자동 발급됩니다. 알리페이는 전자 쿠폰 3개를 모으면 홍콩 50 달러를 주는 한정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전자 쿠폰 이벤트를 활용하여 서비스 사용자를 끌어 모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알리페이 HK 는 스타벅스, 샤샤(sasa), BONJOUR, Hongkong Ocean Park, 기화병가(奇华饼家), 조다푸(周大福), 메이신콰이찬(美心快餐), IPPUDO(一风堂), 지오다노(佐丹奴) 등 2,000 곳의 가맹점에서 사용이 가능합니다. 알리페이에서는 올해 말까지 오프라인 가맹점 수를 2만개로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음식점 할인 혜택은 홍콩의 따종디엔핑(大众点评)인 오픈라이스(OpenRice)를 통해 제공합니다. 알리페이 HK를 통해 결제를 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QR 코드를 보여준 뒤 해당 상품과 교환하는 구조입니다.
보시다시피 알리페이 HK는 오프라인 결제를 중심으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재 오픈된 서비스가 모두 오프라인 영역으로 집중된 것을 보아 알리페이가 홍콩의 오프라인 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아직 제공되는 서비스는 한정적이나 이후 휴대폰 요금 충전, 생활비 납부, 콜택시 서비스, 보험 등 다양한 서비스 제공 계획에 있다고 합니다.
알리페이는 작년부터 꾸준히 해외시장에 투자해왔습니다. 올해 초에는 한국의 카카오에도 투자를 하며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한 야심을 드러냈죠. 알리페이의 해외 시장 투자는 모두 동일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바로 현지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회사들과 합작을 통한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는 것인데요. 그런데 이번 홍콩은 전략적 투자가 아닌 단독 APP를 출시하며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실 알리페이는 2007년부터 홍콩에서 결제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커머스에 알리페이 결제를 붙이는 온라인 크로스 보더 결제 사업이었죠. 2009년에는 홍콩 주민들이 타오바오에서 알리페이를 사용하여 결제를 할 수 있게 됐고 2014년 1월 9일부터는 중국 대륙 유저를 대상으로 하는 해외 오프라인 결제 사업 해외 국가에 홍콩이 추가됐습니다. 작년 8월 홍콩에서 알리페이, 위챗페이를 포함한 5개의 기업이 3자 결제 라이센스를 취득하며 알리페이는 홍콩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합니다. 그리고 5월 24일 알리페이 HK 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알리페이가 홍콩에 집착 아닌 집착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홍콩은 씨트립(携程)과 같은 여행 플랫폼이 매 연휴 마다 내놓는 HOT 해외 여행지 조사에서 항상 5위 권안에 들 정도로 중국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해외 여행지입니다. 2014년에 알리페이는 홍콩에서 중국 대륙 국적자들을 대상으로 한 해외 오프라인 사업을 진행했었죠.
그런데 인기가 많다고 해서 굳이 단독 APP를 출시할 이유는 없지 않아? 그렇죠. 단순히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많다면 굳이 단독 APP 를 출시할 이유는 없죠. 알리페이가 홍콩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현지 금융 및 결제 시장 때문입니다. 올해 3월에 진행된 양회(两会)에서 마화텅(马化腾)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홍콩은 높은 IT 능력과 금융 관리 능력을 갖고 있다. 오랜 시간동안 축적해온 금융 관련 경험이 있으며 모바일 결제 영역에서도 강대한 실력과 저력을 보유하고있다. 그렇기에 홍콩에서 모바일 결제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홍콩은 IT 강국이자 뉴욕과 함께 세계 금융의 요충지라 불리는 곳입니다. 비록 결제 문화는 미국, 한국과 동일한 신용카드 결제 문화이지만 IT 와 금융 인프라가 탄탄하게 구축되어 있어 모바일 결제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는 무궁무진합니다.
알리페이는 작년 인도의 PAYTM(페이티엠)을 시작으로 태국의 Ascend Money, 미국의 MoneyGram, 필리핀의 Mynt, 한국의 Kakao pay 등 세계 각국의 금융 및 결제 회사들에 투자하거나 이를 매입하며 ‘글로벌화’의 초석을 다졌습니다.
본 투자가 해외 유저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의 시작을 암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마치 소문만 무성했던 ‘코리아페이’처럼 말이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하지만 알리페이는 더 큰 그림을 보고 있습니다. 이번 투자는 모두 각 나라의 인지도 높은 금융 및 결제 기업으로 향해있습니다. 각국 시장에 밝은 기업과 손을 잡아 시장 조사와 현지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비용을 현저히 줄이겠다는 건데요. 해외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개시보다는 기업을 해당 국가의 거점으로 한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 구축의 초기 작업 단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 오프라인에서 위챗이 강세일 수 밖에 없는 이유
이전의 행보와는 다르게 알리페이는 홍콩 현지 기업과의 전략적 합작이 아닌 단독 APP 출시를 선택했습니다. 그만큼 홍콩 시장이 알리페이에게 중요한 시장이라는 의미입니다. 물가가 높긴 하지만 그만큼 소비 수준이 높고 이미 갖춰져 있는 IT 및 금융 인프라를 활용하여 현재의 온, 오프라인 금융 서비스를 모바일로 가져올 수 있다면 알리페이의 영향력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겁니다. 또한 사용하는 언어는 차이가 있으나 문자는 한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알리페이의 기존 인력을 통해서 충분히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알리페이가 홍콩에 단독 APP를 출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홍콩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있었습니다. 작년 8월 25일에 알리페이, 위챗페이, Tap&Go(拍住赏), TNG Wallet, 빠다통(八达通)의 O!ePay 총 5개의 기업이 제 3자 결제 라이센스를 취득했습니다. 이후에도 20여 개 기업에 추가로 라이센스를 발급하며 정부에서도 모바일 결제 보급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알리페이의 홍콩 버전인 HK 출시를 많은 분들이 관심있게 지켜보고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시장 가치가 높은 모든 시장에 단독 APP 출시를 하지는 않겠지만 이번 홍콩 사례를 통해 알리페이는 다소 소극적으로 보였던 전략 투자 외에도 적극적인 해외 시장 개척을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타 사업 영역의 발전에 결제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각국 정부에서도 모바일 결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금융 당국의 규제도 조금씩 완화되어 멀지 않은 미래에 모두가 편리한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