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알리바바는 아무것도 잃지 않았다
[본 기사는 원작자의 허락을 받아 번역했습니다. 원문 출처: 关于马云退休 我的5点看法/ 저자: 丁道师]
제34회 스승의 날이었던 2018년 9월 10일, 알리바바 공식 웨이보 계정에서 마윈을 부르는 칭호가 '마 선생님'으로 변경됐습니다.
이와 함께 마윈이 발표한 "교실로 돌아가다(重回课堂)"의 내용이 전 세계 언론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2019년 9월 10일에 알리바바 이사회 회장직에서 물러나 알리바바 그룹 CEO인 장융(张勇)이 이사회 이사직에 취임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발표문이었죠.
'오늘은 알리바바 창립 19주년입니다. 저는 다소 흥분된 마음을 품고 여러분에게 공표합니다. 이사회 비준을 거쳐 1년 후 오늘, 즉 알리바바 20주년인 2019년 9월 10일 저는 알리바바 이사회 회장직에서 물러납니다. 현재 알리바바 CEO인 장융이 제 뒤를 이어 회장직을 맡게 됩니다. 저는 오늘부터 장융에게 전적으로 협력하며, 우리 조직을 위해서 권한 이임 작업에 들어갈 것입니다. 2019년 9월 10일 이후 저는 2020년 주주총회까지 알리바바 이사회 이사직을 맡을 것입니다.' - 출처: 마윈 은퇴 발표문 전문: 교실로 돌아가다
마윈의 은퇴 선언은 이미 1주일 전부터 외신들을 통해 보도되었고 이는 국내 언론에 적잖은 소동을 일으켰습니다. 당시 외신들은 화제성에만 주목하여 기사를 찍어내기 급했기 때문에 기사 내용 자체의 신뢰도는 높지 않았으나 결국 추측이 사실이 되자 업계는 술렁이기 시작했죠.
사실 마윈의 은퇴설이 나온 9월 10일은 인터넷 업계에서 중요한 일들이 발표되는 날 중에 하나였는데요. 인터넷 종교 데이터 관리 방법에 관한 법률(互联网宗教信息管理办法) 발표, 58 택배의 사명 변경, 좡샤오미(装小蜜)의 1억 위안의 B1 투자 유치 성공 등 인터넷 업계에서 굵직한 일들은 모두 9월 10일 날 발표됐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모두 '마윈 은퇴설'에 가려져 어떤 뉴스도 주목을 받지 못했고 SNS에서는 마윈 은퇴에 관해 열띤 토론이 진행됐습니다. 저도 환구시보(环球时报), 시대주보(时代周报), 신경보(新京报) 등을 통해 마윈 은퇴설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오늘은 언론의 관심이 가장 집중되어 있는 5가지 주제에 대한 개인적인 관점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마윈은 유명한 워커홀릭으로 지난 금요일에도 팀을 이끌고 구이저우(贵州) 마오타이(茅台)를 방문해 마오타이 관계자와 사업 협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러다 이번 주에 갑자기 은퇴 선언을 했으니 많은 사람들이 보기에도 매우 놀라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윈은 일찍이 퇴직할 의향을 밝혔었습니다.
① 요 몇 년 동안 마윈이 참석한 활동은 알리바바의 상업적인 활동보다 공익, 교사, 빈곤 구제 등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활동에 집중되어있었다.
② 마윈은 2013년에 이미 알리바바 CEO 직을 사임하고 육조희(陆兆禧)에게 바통을 넘겼다. 당시 그의 말속에는 많은 복선이 깔려 있었는데, 핵심은 젊은이들이 무대 앞에서 활동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었다.
③ 마윈의 웨이보 명칭과 인증, 그리고 많은 자리에서 선생님의 호칭은 갈수록 많아졌다. 사실 세심한 사람들이라면 주의 깊게 살펴볼 만한 일들이었는데, 최근 2년 동안 알리바바의 많은 활동 중에 마윈을 '마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점점 많아진 것이다. 이전에 마윈을 부르는 칭호는 '마 회장님'이었다.
마윈의 은퇴는 2011년 스티브 잡스의 은퇴와 많이 닮아있습니다. 둘 다 기업의 영원한 정신적인 지주이죠. 은퇴를 하면 단기적으로는 자본 심리에 영향을 미쳐 증시에는 악재가 될 수밖에 없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기업 본연의 사업이 어떻게 유지되냐에 따라 알리바바의 운명이 결정될 것입니다. 만약 알리바바가 마윈이 이끌어온 시대 이후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면 마윈의 은퇴가 알리바바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은 매우 작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이직은 애플 쇠락의 시작이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올해 애플은 세계 최초 시가총액 1조 달러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여전히 과학 기술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리우촨즈(柳传志)는 레노버 PC가 글로벌 1위로 부상하며 후계자에 자리를 넘겨줄 수 있었기에 은퇴를 했고 스위주(史玉柱)도 더 나은 기업 경영을 위해 은퇴를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그 후 레노버는 예상치 못한 금융 위기로 막대한 적자를 냈고, 쥐런 그룹은 모바일 게임 시장의 성장 기회를 놓쳐 시장 점유율이 크게 떨어졌죠. 그래서 두 명의 전설적인 인물이 차례로 복귀하게 됩니다.
지금의 알리바바는 그해 레노버와 쥐런 그룹보다 리스크에 대처하는 능력이 훨씬 뛰어나고, 업무도 다원화(전자 상거래, 물류, 금융, 빅데이터 - 4가지 시스템은 독립적으로 자생할 수 있고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다)가 되어있기에 단기적으로 봤을 때 기업의 존폐를 결정지을만한 위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물론 알리바바가 정말 알 수 없는 이유로 위험에 처한다면 마윈은 반드시 돌아올 것입니다.
마윈이 은퇴를 선언하기 전에 알리바바의 오랜 라이벌인 징동(京东)은 순환 CEO제를 선포했고 징동 그룹 CMO인 쉬레이(徐雷)가 징동몰의 초대 CEO를 겸직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바이두, 텐센트 등을 포함한 국내의 기업들이 80 ~ 90년대 출생 직원들을 고급 관리직으로 임명했습니다. 젊은이들을 단련시키고 후계자를 양성하는 과정인 것입니다.
저는 오늘 신경보(新京报)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디디추싱(滴滴出行), 진르토우탸오(今日头条), 모바이크(摩拜单车)와 같이 몇 년간 중국 인터넷 업계에 나타난 모든 거물들을 이끄는 팀에 소속된 구성원들이 자원, 자본, 채널, 식견, 경험 모든 분야에서 마윈, 마화텅, 딩레이, 장양에 비해 한참 뒤처진 젊은이들로 보이시나요? 그렇다면 왜 기회에 적절하게 올라타 말도 안 되는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마윈, 마화텅, 딩레이, 장양과 같은 사람들이 아닌 현대의 젊은이들인 것인걸까요?
저는 이 문제를 40세가 넘은 모든 소위 말하는 전문가들이 경계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 이 문제의 답을 찾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젊은이들이 위로 올라가서 그들이 하도록 놔두어라'는 것입니다.
중국 최고의 비즈니스 리더들인 리자청(李嘉诚), 훠잉둥(霍英东), 리우촨즈(柳传志), 런정페이(任正非) 등은 정년을 훨씬 넘겨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마윈의 나이인 54세는 경험과 정력이 황금기를 맞이하는 시기입니다. 그런 그가 일찍 은퇴를 선언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요?
다양한 사람들이 이 원인에 대한 여러 추측을 내놓고 있지만 여태까지 나온 마윈과 관련된 이야기들의 대부분이 음모론자들이 꾸며낸 터무니없는 말들이었기에 이번 추측 역시 신뢰도가 높지 않습니다.
마윈은 다른 비즈니스 리더들에 비해 나이가 많지 않지만, 알리바바는 19년 동안 다른 전통적인 거물들이 35년 동안 가지 않았던 길을 걸었고, 젊은 알리바바의 발전 정도도 리자청 등이 이끄는 기업을 능가하였습니다. 그래서 오늘날의 마윈은 그런 면에서도 확실히 장년 퇴직을 할 자격이 있고 더 나아가 기회를 젊은이에게 물려줄만합니다.
마지막으로 마윈이 교실로 복귀하는 것이 다른 업계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유민홍(俞敏洪/ 중국의 교육 회사인 신동방 그룹의 창업자)은 '중국에서 가장 돈이 많은 선생님'이라는 영예로운 타이틀을 잃게 되겠네요.
마윈의 은퇴와 관련해서 한국에서도 적지 않은 수의 기사가 보도됐습니다. 그의 존재가 가진 영향력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죠. 왜 하필 지금이냐는 이야기도 많았고 은퇴설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물음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물음에 대한 답을 혼자 찾으며 그가 은퇴를 하기 전까지 알리바바와 함께 걸어온 길을 돌아보다 나름대로의 해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찾은 해답이자 그가 내린 결론, 교실로 돌아가다(重回课堂) 발표문의 마지막 문단을 공유하며 글을 마칩니다.
"저는 여러분께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알리바바는 여태껏 한 번도 마윈에 속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마윈은 영원히 알리바바에 속할 것입니다" - 마윈(马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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