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을 이끄는 泛娱乐(범 엔터테인먼트)를 파헤쳐보자
한중 양국 사이에서 발생하는 많은 마찰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저작권 분쟁이다. '빠바취날(爸爸去哪儿/ 중국판 아빠 어디 가)', '워스거쇼(我是歌手/ 중국판 나는 가수다)'와 같이 한국 인기 프로그램의 판권을 수입하여 합법적으로 리메이크를 하던 중국 방송사들이 돌연 중찬팅(中餐厅/ 중국판 윤식당), 중궈요시하(中国有嘻哈/ 중국판 쇼미 더 머니) 등 명백한 표절 이슈로 뒤덮인 프로그램을 출시하며 저작권 분쟁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중국 국가 신문 출판 광전총국에서 위성방송국의 방송 포맷 수입을 제한하면서 가속화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중국에서 새로운 문화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파도 파도 끝없이 나오는 표절 이슈 속에서?
그렇다. 지금 중국에선 분명 새로운 문화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은 우리의 예상보다 빠르게 '콘텐츠 파워'를 가진 문화 대국으로 변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의 콘텐츠 산업 발전 역사와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일본과의 교류가 많아지던 1990년대의 한국에는 일본 방송을 표절한 프로그램이 대거 등장했다. 방송계에서는 이것이 관행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한국의 표절 이슈는 2000년대에 이르러서야 저작권 위반 처벌이 강화되고 시청자의 도덕성이 높아지며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즉 우리가 콘텐츠 파워를 가지게 된 역사가 20년이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우리가 과연 중국의 표절 이슈를 두고 당당히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자격이 있을까? 지금의 중국이 가진 문제를 20년 전에 우리도 똑같이 가지고 있지 않았는가?
남의 아이디어를 허락 없이 베끼는 행위는 처벌받아 마땅하다. 다만 중국 내에서도 '저작권은 보호받아야 한다', '표절하지 말고 당당하게 판권을 수입해와라', '표절은 감싸줄 수 없는 행위이다' 라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고 BAT(Baidu, Alibaba, Tencent)로 대표되는 IT 기업을 비롯하여 사회 전반적으로 저작권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으니 조금은 시간을 두고, 그들에게도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좋지 않을까?
바이두 지식백과(百度百科)에 등재된 자료에 따르면 범 엔터테인먼트란 다음을 의미한다.
범 엔터테인먼트는 인터넷과 모바일 인터넷에 기초한 팬덤 경제로 여러 분야에 공생하며 스타 IP(Intellectual Property)를 만든다. 범 엔터테인먼트의 핵심은 IP인데, 이는 하나의 이야기, 극 중 역할 등 다수의 유저에게 사랑받는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텐센트의 부총재인 청우(程武)가 2011년에 처음으로 주창한 개념이다.
쉽게 말하자면 범 엔터테인먼트는 다수의 유저에게 사랑받는 아이템을 발굴하여 핵심 가치는 그대로 유지한 채 영화, 소설, 만화, 영상 등의 다른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재해석을 진행하고 상품을 출시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생성된 새로운 사업 생태계를 의미한다.
이전에도 각 분야를 넘나들며 리메이크되는 사례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범 엔터테인먼트와는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기존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유행하던 리메이크는 콘텐츠는 동일하거나 비슷하고 매체만 달라진다는 한계가 있었으나, 범 엔터테인먼트에선 핵심 세계관만 보존한다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 유저에게 다채로운 콘텐츠 체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각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IP 개발에 비교적 동등한 지위를 갖는다. 즉 리메이크를 할 성숙된 IP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범 엔터테인먼트의 사유(思维)가 있다면 모든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함께 분야에 구애받지 않는 슈퍼 IP를 만들 수 있다. 이전에는 각자 존재하던 엔터테인먼트를 영역을 하나로 연결하는 새로운 생태계가 생성된 것이다.
범 엔터테인먼트는 2011년 7월 8일에 진행된 중국 애니메이션 필름 서밋 포럼(中国动画电影发展高峰论坛)에서 텐센트의 부총재인 청우가 주창한 개념으로 올해로 탄생 7주년을 맞이했다. 마윈이 미래 트렌드로 신유통(新零售)을 제시한 2016년보다 5년이나 먼저 나왔을 뿐만 아니라 2015년부터 인터넷 업계의 발전을 이야기할 때마다 매번 거론된 개념이지만 한국에서는 오히려 신유통이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다.
UP 콘퍼런스를 통해 텐센트는 매년 꾸준히 범 엔터테인먼트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UP 콘퍼런스란 텐센트에서 정기적으로 주최하는 주최하는 언론 간담회로 게임, 문학,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이다.
◎ 2012 UP 콘퍼런스(UP 2012腾讯游戏年度发布会)
: 범 엔터테인먼트가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텐센트의 주요한 발전 전략이라는 것을 증명함
1. 범 엔터테인먼트 전략 발표
IP(지적 재산권/ Intellectual Property)의 권한 부여를 축으로 진행
게임 운영을 기초로 사업 영역,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는 새로운 상업 모델
2. 텐센트 범 엔터테인먼트 대사 고문 그룹 창단
국제적인 음악의 거장 탄둔(谭盾) 선생, 유명 만화가 차이즈충(蔡志忠) 선생, 칭화대학 신문방송학과 부원장 인홍(尹鸿) 선생, 유명 감독 루촨(陆川) 선생, 유명 인형 예술가 Micheal Lau 선생, 한국 유명 작가 전민희 선생으로 초기 멤버 구성
◎ 2013 UP 콘퍼런스(Up+腾讯游戏2013年度发布会)
: 각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범 엔터테인먼트 확장 위한 전략적 제휴 진행
: 같은 해에 범 엔터테인먼트 3번째 플랫폼인 '텐센트 문학(腾讯文学)' 플랫폼 오픈
1. 어린이 영화 흥행 성공
어린이 온라인 커뮤니티인 로크 왕국(洛克王国)이 제작한 영화 2편이 1억이 넘는 흥행을 기록
개편된 무대극은 전국 순회공연에서 큰 인기를 모음
2. 텐센트 애니메이션 플랫폼 출시
기존 애니메이션 대회 시스템 및 오리지널 인재 영입, 인재 육성 체재 구축
11편의 일본 애니메이션 디지털 판권 수입
디즈니, 슈에이샤 등 글로벌 파트너와 제휴
3. 범 엔터테인먼트 대사 고문 그룹에 바둑 9단 구리(古力) 가입
4. 텐센트 게임 파트너십 확장
중국 기원, 중국 예술 연구원, 중국 댄서 협회 등 권위 있는 예술 기관들과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 2014 UP 콘퍼런스(UP腾讯互动娱乐2014年度发布会)
1. 텐센트 문학 사업의 CEO 발표
텐센트 문학 사업 첫 CEO: 우원훼이(吴文辉)
텐센트 문학은 프로덕트 및 채널, 콘텐츠, 작가가 연결된 네트워크 만들 것임을 발표
모바일 인터넷을 하나의 돌파구로 보고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것이며 핵심 프로덕트 체험의 업그레이드, 채널의 심층 가치 발굴을 목표로 함
우수한 창작 작품 발굴 및 대폭 지원을 통해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작품 제작
아라이(阿来), 수통(苏童), 리우쩐윈(刘震云) 등의 대사 고문의 의견을 수용하여 인재 양성
2. 범 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개념 주창
범 엔터테인먼트는 '인터넷과 모바일 인터넷에 기초한 팬덤 경제'
3. 텐센트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腾讯IEG)의 파트너십 확장
디즈니 인터랙티브, 멍샹창인(梦响强音), 롼싱커지(软星科技), 구롱 작가 저작권 관리 발전 위원회(古龙著作权管理发展委员会)는 각각 어벤저스, 중궈하오셩인(中国好声音), The Legend of Sword and Fairy(仙剑奇侠传), 티엔야밍웨다오(天涯明月刀)와 다양한 단말의 게임 개발을 핵심으로 하는 범 엔터테인먼트 사업 협력을 진행한다 밝힘
◎ 2015 UP 콘퍼런스(腾讯互动娱乐2015年度发布会)
: 범 엔터테인먼트 시대의 다섯 가지 미래 트렌드를 제시함
어떤 엔터테인먼트 형식도 더 이상 고립되지 않고 경계를 넘어 연결되며 서로 공생하게 될 것
창작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깨져 누구나 창작의 달인이 될 수 있을 것
모바일 인터넷을 통해 팬덤 경제를 활성화시켜 스타 IP의 탄생 효율이 크게 높아질 것
흥미로운 인터랙티브 경험은 폭넓게 응용될 것이며, 엔터테인먼트 사유는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재구성할 것
과학 기술, 예술, 인재의 자유 등 '인터넷 +'가 대(大) 창의 시대의 개막을 주도할 것
인터넷과 전통문화 산업의 융합은 시장 가치가 갈수록 커지는 유기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인터넷 저작권 보호, 정품 소비 이념 육성은 문화 산업 진흥의 기초이자 콘텐츠 창작자의 활력을 북돋우고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 향상하는데 도움을 준다. 콘텐츠 산업의 핵심은 저작권이다. 우리는 많은 분야에서 지적 재산권을 보호를 호소하는 목소리를 듣고 있다. 음악, 문학, 애니메이션이 점차 정규화되는 이 시점에 저작권 보호는 분명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 마화텅(马化腾)
◎ 2016 UP 콘퍼런스(UP2016腾讯互动娱乐年度发布会)
: 범 엔터테인먼트의 발전 전략으로 '연결'과 '개방'을 제시함.
1. 게임 영역에서 범 엔터테인먼트 IP가 가진 3가지 패턴 소개
권위 있는 게임 IP 활용 모델: 하나의 게임 대작은 고전적 세계관, 폭넓게 공감할 수 있는 가치관, 그리고 사용자의 기억에 남는 요소와 사랑을 받는 요소를 동시에 갖추어야 다른 범 엔터테인먼트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음
게임 외연 문화 IP 자원 육성 모델: 축구, 농구 등을 좋아하는 팬들을 위해 같은 장르의 다양한 분야의 맞춤형 제품 생산. 새로운 범 엔터테인먼트 IP 육성
다양한 분야의 IP 공생 모델: 여러 분야에서 하나의 세계관에 근거하여 동시 다발적으로 스타 IP 건설
2. 범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변하지 않는 3원칙 제시
지명도와 IP는 같지 않다. IP는 시장에서 검증된 사용자의 감정을 담고 있는 장치이다. 질 좋은 작품은 IP의 시작이고 다양한 분야의 공생을 거쳐야만 구체적인 플랫폼과 형세를 뛰어넘는 진정한 IP의 가치를 형성할 수 있으며 무선으로 확장되는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
IP 가치는 거래가 아니라 공동의 건설을 통해 만들어지며 '선종후횡(先纵后横)' 방식이 IP 증식을 촉진한다. IP의 진정한 가치는 뒤에 숨겨진 감정에 있다. 이미지, 개성, 스토리에 대한 팬들의 애정, 작품에 대한 그들의 기대가 IP의 진정한 가치이다. 함께 창작하고 공유하며 생존하는 체제하에서 각 분야의 장점이 발현될 때에만 비로소 IP 가치를 만들 수 있다.
활발한 IP의 원천은 근원적인 동력으로 모든 사람은 각자의 선천적인 재능이 있다. IP는 인간의 상상력과 감정에서 기원하며, 상상력과 감정의 고하를 구분하지 않고 출신을 구분하지도 않으며 오로지 삶에 대한 감회와 재능만을 나타낸다. 범 엔터테인먼트의 시대에는 누구나 꿈을 실현할 수 있고 IP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작품과 IP를 핵심으로 업무 간 공생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폭넓은 협력과 연계를 하고 있으며 활발한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 청우(程武)
◎ 2017 UP 콘퍼런스(UP2016腾讯互动娱乐年度发布会)
1. 동/서양의 범 엔터테인먼트 사업 차이 분석
서양: 우수한 상품 전략을 실행하여 스타 IP를 잘 활용함. 오프라인에서 주로 파생됨
중국: 인터넷이라는 비옥한 토지 위에 생성된 다원적인 창작 공간을 가지고 있음. 풍부한 IP의 발원지인 인터넷과 결합하여 온라인을 위주로 진행됨
5년 간의 범 엔터테인먼트 사업 영위로 인해 텐센트는 이미 다양한 콘텐츠 분야에서 탄탄한 발전의 기초를 다졌음. 범 엔터테인먼트의 새 출발선에 선 텐센트는 IP를 핵심으로 하는 다양한 분야를 연계하고 업계의 모든 파트너와 함께 개방, 협동, 상생을 위한 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할 것
2. 텐센트 애니메이션 플랫폼
다수의 우수한 애니메이션 작가 영입
3. 텐센트 영화 사업
공푸 필름(工夫影业)과 전략 제휴 선언
공푸 필름과의 첫 합작품은 일대 요괴(一代妖精)가 될 것
텐센트 영화 사업 산하의 춘텅 필름 공방(春藤电影工坊)을 출시하여 젊고 특색 있는 영화 프로그램
택천기(择天记) IP 범 엔터테인먼트 판권 연동 진행 상황 소개
◎ 2018 UP 콘퍼런스(UP2018新文创大会)
: 범 엔터테인먼트에서 신문화(新文创)로 업그레이드. 6년 간의 범 엔터테인먼트 사업 전개를 통해 IP는 이미 업계의 보편화된 개념이 되었고 IP 창출, 업계의 협업, 산업 논리 및 전반적인 비즈니스 생태계에 큰 변화가 생겼음. 범 엔터테인먼트 관련 분야는 더 이상 고립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 큰 발전 공간을 갖게 됨
1. 텐센트 게임 사업: IP가 모바일 게임 영역의 대명사로 자리잡음
2017년 텐센트 모바일 게임의 영업 수입은 978억 위안에 달하며 이는 동년 대비 38% 증가한 수치임. 특히 4분기 실적은 동기 대비 59%의 성장률을 기록했음.
2018 UP 콘퍼런스에서 소개한 16개의 게임 중 3개(云裳羽衣, 王牌捉妖师, 一起来捉妖)를 제외한 13개의 게임이 클래식 게임, 소설, 애니메이션 등의 IP를 재해석하여 개발한 것
2. 신문화(新文创) 개념 제시
신문화란 범 엔터테인먼트를 기초로 한 업그레이드로 텐센트의 새로운 전략임
텐센트는 2018 UP 콘퍼런스를 통해 다섯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음
3. 신문화의 다섯 가지 키워드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IP 산업 + 문화의 이원적 가치를 주목함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다양한 문화 주체를 생태화 함
새로운 체험을 만들어 보다 풍성하고 입체적인 디지털 문화 체험을 제공함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첨단 과학 기술에 대한 관심을 갖고 준비함
변함없는 인내력, 명품 IP 문화 구축, 디지털 문화 중국 건설
범 엔터테인먼트 사업 영역의 핵심은 단연 'IP'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IP와는 뭔가 오묘하게 다르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그러니 앞에 '슈퍼(Super)'라는 단어가 붙은 거겠지?
Entertainment Capital(娱乐资本论)은 《도대체 무엇이 가치 있는 IP인가?》라는 글을 통해 처음으로 'IP 엔진'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슈퍼 IP란 가치를 개발할 수 있는 진정한 IP이며 4가지 등급으로 이뤄진다. 이 4가지 등급을 IP 엔진이라 부른다.
◎ 1단계: 표현 형식과 유행
표현 형식과 유행은 IP의 가장 바깥층에 위치하는 요소로 소비자가 가장 직관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중국풍의 중국 국내 작품들은 무협, 쿵후 등의 인기 요소를 갖고 있다. 대부분의 작품은 1단계에만 머물며 한 시기 동안 어떤 스타일이 유행할 것인가에만 관심을 쏟는다. 이렇게 유행만 중시한 작품은 시대에 휩쓸리는 현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선천적인 불량을 야기한다.
이런 관념은 IP 창작을 제약하며 관객의 마음을 끄는 핵심을 놓치게 만든다. 결국 대량의 중국 작품들은 유행에 휩쓸려 자취를 감추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도라에몽과 원피스의 주인공은 평범한 애니메이션처럼 보이지만 일본인의 정신과 가치관을 품고 있다.
◎ 2단계: 스토리
스토리의 중요성은 자명하지만, 좋은 스토리는 다루기도 어렵고 일정한 규칙이 있다. 할리우드는 일찍이 인류 역사상의 고전적인 이야기들을 10가지 스토리 엔진으로 정리했다. 그러나 스토리도 IP를 촉진하는 도구일 뿐 스토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스토리는 인물이 마주한 특정한 상황에서의 경험과 선택으로 그 자체가 문화 환경, 시대적 배경, 매체의 성질에 의해 제한되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기 어렵기 때문이다.
◎ 3단계: 스토리의 발전을 촉진하는 보편적인 요소
스토리의 발전을 촉진하는 보편적인 요소란 인간이 세상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 가진 탐구와 추구를 의미한다. 예로 사랑, 혈육 간의 정, 정의, 존엄이 있다. 이는 IP의 심층 개발 단계에 속한다.
보편적인 요소는 사람들이 IP를 개발할 때 강조하는 스토리 속의 세계관과는 차이가 있다. 보편적인 요소는 문화, 지역, 시대를 초월한다. 할리우드의 작품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보편적인 요소에 대한 장악력 때문이다. 해당 요소는 인간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세계 어디에 살든 모두 일정한 공통성을 갖는다. 이러한 공통성을 잘 파악해야만 작품이 다수의 관중을 장악할 수 있다.
◎ 4단계: 가치관
가치관은 IP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다. 스타일 선택, 캐릭터 설정, 스토리 전개 등은 모두 교체 가능한 요소로 진정한 IP는 자신의 가치관과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스토리를 통해 얻는 쾌감이나 콘텐츠 소비 후의 짧은 반응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슈퍼 히어로 이야기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모두 각기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가치관은 다양한 사람들을 겨냥하여 각자의 대상이 되는 관객에게 뿌리 깊은 정체성을 심어준다. 이렇듯 인류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가치관과 철학은 문화, 정치, 인종, 시공, 그리고 모든 매체 형식을 초월할 수 있다. 슈퍼 IP는 가치관에 근거하여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심미적인 영향과 문화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텐센트는 2011년부터 꾸준히 범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영위해왔다. 중국 국내에서는 텐센트가 전 세계적으로 범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이 주류를 이룬다. 텐센트 총재인 마화텅은 양회(两会)에서 매번 저작권 보호와 문화 사업 육성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고 부총재인 청우는 UP 콘퍼런스마다 범 엔터테인먼트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런위신(任宇昕)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는 2000년에 텐센트에 입사하여 현재 텐센트 최고 운영 책임자(COO)를 맡고 있는 인물이다. 텐센트 최초의 경력직 입사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그는 '죽어가는 사업도 살려내는 능력자'로 불린다. 그가 입사할 당시 텐센트는 자금 부족의 원인으로 생사의 기로에 놓여있었으나 그가 투입되었다 하면 기적처럼 사업이 새 국면을 맞이하며 텐센트는 부활에 성공했다. 오늘날 텐센트를 글로벌 과학 기술의 선도 기업 반열에 올려놓은 사람이 바로 런위신이다. 범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마화텅, 청우, 런위신 등 텐센트의 핵심 인물들이 모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차세대 텐센트의 근간을 이룰 사업이다.
텐센트가 왜 범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려는 걸까? 2015년 양회(两会) 기자회견에서 텐센트 총재인 마화텅은 다음과 같이 텐센트의 사업 범위를 정의했다.
텐센트는 딱 두 가지 일만 합니다. 하나는 커넥터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콘텐츠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죠. - 마화텅(马化腾)
텐센트의 핵심 사업은 메신저와 '게임'이다. 그중 게임 사업의 수익은 텐센트가 벌어들이는 영업 수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이 한 쪽으로 지나치게 편중된 것이 문제였을까? 어느 순간부터 대중들에게 텐센트는 IT 기업이 아닌 '게임 회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게임 회사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으나 게임을 제외한 다른 콘텐츠 사업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모바일 게임의 생명 주기가 짧아지며 텐센트의 근간을 이루던 게임 산업은 위기에 봉착한다.
범 엔터테인먼트는 위기에 빠진 텐센트의 게임 사업이 선택한 탈출구이자 미래를 위한 디딤판이다. 콘텐츠의 생명 주기는 여전히 짧지만 각자 존재하던 엔터테인먼트를 영역을 하나로 연결하는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되며 차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늘어났다. 이전의 콘텐츠 사업은 집을 짓기 위해 땅을 고르고, 부지를 정리하고, 기틀을 세우는 등 내부를 꾸미기 전에 해야 하는 일들이 넘치고 또 넘쳤다. 하지만 범 엔터테인먼트 시대에서는 앞서 말한 많은 단계들을 생략할 수 있다. 이미 지어진 집을 잘 고르면 실내 인테리어 리모델링만으로도 내가 원하던 집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텐센트가 20년간의 사업을 영위하며 주장하던 연결과 개방이 과실을 맺는 산업이 바로 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다. 범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텐센트의 주력 사업인 게임에서 시작되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게임 사업은 여전히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범 엔터테인먼트에는 게임말고도 영화, 애니메이션, 소설 등 다양한 사업이 존재한다. 이를 통해 텐센트는 글로벌 시장에서 게임 회사가 아닌 IT 기술력을 가진 콘텐츠 기업으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그렇지만 범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단순한 콘텐츠 사업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보면 큰일 난다. 범 엔터테인먼트는 문화 대국을 향한 중국의 야망이 담긴 결정체이다. 왜일까?
범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핵심은 슈퍼 IP다. 문화 산업에 인터넷이 결합되며 우리는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유료 지식 플랫폼이 등장하며 대중이 얻게 된 이점과 동일하다. 하지만 창작자의 수가 많아졌다고 반드시 우수한 작품의 수가 늘어나지는 않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수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인재를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하는 것이다. 텐센트는 이점을 매우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다.
2012년 UP콘퍼런스에서 창단된 텐센트 범 엔터테인먼트 대사 고문 그룹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문화 산업의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다. 2012년 이후 전통문화 기관들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구조를 더욱 탄탄히 다져가고 있다. 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도 동일한 역할을 한다. 애니메이션, 소설, 바둑, 그리고 전통극까지 그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콘텐츠 산업의 인재가 14억 인구를 가진 중국에서 무서운 속도로 키워지고 있다. 중국에서 제작되는 콘텐츠가 가진 심각한 문제점으로 거론되던 '콘텐츠의 편향성', '진부한 스토리 라인'등도 체계적인 인재 육성과 IP의 생산 구조 구축을 통해 자연스레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중국의 콘텐츠 제작 스킬이 부족하다고? 기술을 가진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으면 그만이다. 실제로 지금 이 시간에도 슈퍼 IP를 가진 중국 콘텐츠들이 숙련된 일본 기업의 손을 거쳐 탄생되고 있다.
결국 인터넷 시대의 경쟁력은 모두 콘텐츠로 귀결된다. 콘텐츠 파워를 가진 개인과 기업이 세계 산업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기술력으로는 어느 국가에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 중국이, 오히려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력을 가진 그들이, 문화 대국을 향한 열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 열망은 예상보다 빠르게 현실이 되었고 범 엔터테인먼트라는 새로운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은 글로벌 시장을 향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